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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DVD - 슈만 콘서트 (아르헤리치/샤이/게반트하우스)

by iMac 2007.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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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2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실황

   
1. 슈만/차이코프스키 편곡 : 아다지오&알레그로 브릴란테 (교향적 연습곡 op.13)
2. 슈만 :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
앙코르 : 어린이의 정경 중 '미지의 나라들'
3. 슈만/라벨 편곡 : 카르나발 op.9 중 4편
4. 슈만 : 교향곡 제4번 D단조 op.120

마르타 아르헤리치, 피아노
리카르도 샤이, 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노스스타 CDT가 맛이 가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전화해보니 빔을 교체해야 한단다. 음악을 엄청많이 들어서 그렇다나... 아무튼 생각지도 않게 돈이 나가게 생겼다. 상당히 비싼 필립스제 최고급 CDPRO2 픽업이라...

그런 관계로 꿩 대신 닭이라고.. DVD타이틀 감상을 올려본다. 사실 이정도면 왠만한 꿩 못지 않은 닭이라 할 수 있다. 정말 오랜만에 흡족한 기분에 잠겨 감상한 타이틀이다. 전체가 모두 슈만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슈만 콘서트로서 작년이 그러고보니 슈만 서거 150주기란다. (1810~1856)  그 사실을 이 타이틀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니... 쩝... 다소 민망하다. 하긴, 슈만은 언제고 열광적인 추종세력을 몰고다닌 작곡가가 아니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오늘날 연중 무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말러에 비하면 다소 안쓰럽기도 하다만 그러한 사실이 슈만의 작품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리라. 아무튼 이 연주회는 라이프치히와도 관계가 깊었던 슈만을 추모하는 기념 콘서트 성격의 연주회인 것이다.

간단히 말해 연주가 무척 훌륭하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지금껏 거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샤이가 상임으로 취임한 이래 차츰 활발하게 음반이 출시되는 것 같다. 이들 콤비의 연주는 이번에 처음 감상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든다. 영상을 보면 젊은 단원, 여성 단원, 외국인 단원들의 모습을 많이 확인할 수 있고 상당수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면모를 일신하고 있음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음향도 자연스럽고 단정하면서도 현대적인 상쾌하고 시원스런 울림을 함께 들려주는 것으로 예전 마주어가 지휘하던 무렵의 좋게 말해 전통적이지만 솔직히 말해 무미건조하고 개성도 없어 마음에 안들던 울림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오케스트라의 멋진 울림과 함께 샤이의 멋진 해석도 눈여겨 볼만 한데 템포나 프레이징 모두 적절하기 그지없고 관과 현의 밸런스도 아주 뛰어나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잘 갖춰진 멋진 소리를 빚어내고 있다. 마지막 4번 교향곡의 연주는 상당히 어려운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18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노련하게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아노 협주곡에서 아르헤리치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솜씨를 과시하는데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잘 맞고 작품특유의 시정도 아름답게 잘 뽑아내고 있다. 연주가 끝나고 끝없이 이어지는 커튼콜에 어린의 정경 중 '미지의 나라들'을 앙코르로 들려준다.

이 두 작품의 연주만 놓고 보면 정말 최고수준의 연주이며 화질과 음질도 훌륭해서 최상의 타이틀이라 할만하다. 문제는... 건너뛰어버리면 그만이긴 하지만 사이사이 끼어 있는 관현악 편곡작품들이다. 우선은 이런류의 편곡은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 포함된 작품들은 정말로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니올시다 싶다. 차이코프스키나 라벨이나 모두 뛰어난 관현악 작곡가들이긴 하지만, 그들은 슈만 자신이 아니었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울림이어서 오케스트라의 뛰어난 연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흥이 나지 않는다. 내 생각이 그래서 그런지 객석의 박수도 그저 의례적인 수준인 것 같다. 협주곡이나 교향곡이 끝난 후에 청중들이 보여준 반응과는 사뭇 다른게 사실. 아르헤리치에 대한 기립박수나 교향곡의 마지막 직후 터져나오는 힘찬 브라보와는 다른 느낌.

왜... 굳이 이런 작품들을 골랐을까 싶다. 슈만의 서곡도 있는데 말이다. 리히터의 회고담에서 피아노 작품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것을 지휘하고 싶어하는 지휘자들의 욕심에 대해 개탄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잘 되었어도 그건 편곡일뿐 작곡가 본인이 편곡한 것이 아닌한 그것은 그 작곡가의 작품이 아니라는 이야기. 너무너무 멋진 협주곡과 교향곡 연주를 들으면서 이렇게 잘하면서 왜 그런 쓸데 없는 욕심을 부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어색한 선곡이요 연주였다. 소노리티라는 측면에서도 전후에 배치된 협주곡과 교향곡과 너무나도 이질적이어서 물과 기름같이 어울리지 않고 겉돌고 만다. 떨떠름한 생각에 한번 보고 난 후에는 그냥 건너 뛰어서 감상하게 된다.

협주곡과 교향곡의 연주는 무척 마음에 들어서 몇번씩 연속해서 감상했다. 베스트 DVD타이틀은 생각해보니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오랜만에 추가할 만한 타이틀이 생겨 기분이 좋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만족스러움에 비하면 충분히 무시할만 하며 슈만의 두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