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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브릴리언트 오페라 컬렉션 - 보리스 고두노프, 안나 볼레나

by iMac 2009. 4. 26.

이사이 도브로벤 지휘 / 1952년 녹음


브릴리언트 레이블에서 오페라 컬렉션이라고 메이저 레이블의 오페라 전곡반을 무더기로 쏟아낸다고 했을때 처음 보고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았구나.. 정말 황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금새 눈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좀 황당하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막상 하나하나 따져보면 뭐 그렇게 황당하지만도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푸르트벵글러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아무리 봐도 GROC시리즈 발매분이 아니라 그 이전의 구 버전을 사용해서 발매한 것이기에 분명 차별이 되는 것이다. 싼 맛에 사려면 브릴리언트이지만 좀더 음질이 좋은 것을 원한다면 본사 발매반을 선택해야 한다. 

시노폴리의 낙소스는, 출시가 2001년이니 어느새 8년이나 지난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정도면 충분히 옷을 갈아입고 염가반으로 나올만한 시간이 흐른 판이다. DG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염가반을 내놓은 셈이다. 말이 나온김에 이 연주에 대해 잠깐 말하자면 오터가 맡은 작곡가역이 기대만큼 뛰어나지 못해서 의외였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곡가역에 실패한 아리아드네의 낙소스는 용서가 안된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따지고 보면... 나름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잘만 고르면 브릴리언트 레이블의 로고처럼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보리스 고두노프와 안나 볼레나를 꼽고 싶다.

이사이 도브로벤이 지휘한 52년의 고두노프는 EMI원반으로 전설적인 대가수 보리스 크리스토프가 고두노프, 피멘, 바를람의 1인 3역을 부르고 있다. 10년후에도 앙드레 클뤼탕스와 함께 같은 방식으로 전곡반을 재녹음하고 있다. 모노 녹음이지만 월터 레그의 정성스러운 녹음이 아주 훌륭하고 결정적으로 도브로벤의 지휘가 진정한 러시아적인 거칠거칠한 박력을 유감없이 펼쳐보이고 있다. 보리스 크리스토프의 음성도 10년전인 만큼 훨씬 생생하다.

앙드레 클뤼탕스 지휘, 1962년 녹음


클뤼탕스와 마찬가지로 - 그 무렵엔 다들 그랬듯이 - 림스키 코르사코프 개정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감흥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클뤼탕스의 것도 나름대로 명반이고 훌륭한 연주임에 틀림없지만 도브로벤의 박력넘치는 지휘에 비하면 너무나도 세련된 음향이어서 재미가 덜하다.  단적으로 주막집장면 하나만으로도 승부는 완전히 끝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브로벤의 압승!


줄리어스 루델 지휘, 1972년 녹음


또 하나는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 이것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비버리 실즈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비버리 실즈가 녹음한 도니제티의 여왕 3부작(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버루)이 모두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줄리어스 루델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의 시원스런 연주도 좋고 녹음도 널찍한 공간감에 까실까실하고 선명한 울림이 무척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여러 모로 착잡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재발매 시리즈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숨은 보석을 찾아낸다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두 음반은 정말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