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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브루크너 : 교향곡 제7번 - 호렌슈타인/BPO (1928)

by iMac 2009. 5. 20.

브루크너 : 교향곡 제7번 야샤 호렌슈타인 / 베를린 필하모닉 (1928) - 1885년 구트만 판본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자체 발매한 시리즈 음반의 하나. 아직도 이 시리즈를 모두 모으지는 않았는데 언젠가는 다 모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왠지 선뜻 당장 모두 모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음반은 예전엔 영 관심이 없던 음반인데 요즘엔 브루크너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장만하게 되었다. 

야샤 호렌슈타인(1898~1973)이 베를린 필을 지휘한 1928년 녹음으로 그러고 보니 호렌슈타인이 불과 30세때 녹음이다. 이것부터도 상당히 놀라운데 보다 중요한 점은 이 작품의 초연 지휘자였던 아르투르 니키쉬(1855~1922)가 바로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였고 그가 타계한지 불과 6년후의 녹음이라는 것이다. 지휘자는 다르지만 아무래도 여전히 그 영향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고 초창기 브루크너 연주 스타일을 접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하겠다. 그러고 보면 니키쉬가 이 작품의 초연을 지휘한 것이 1884년이었으니 니키쉬 역시 불과 30세 무렵이었던 셈이다. 니키쉬의 초연지휘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기에 니키쉬의 스타일이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 녹음은 더더욱 의미심장하다.

1928년 녹음이지만 이 무렵 도입된 전기 녹음 방식덕에 상상 이상의 소리를 들려준다. 어쿠스틱 시대였다면 영 이상했겠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정말 기대 이상이다. 연주는 예상대로 상당히 빠른 편인데 시간 비교상 빠르다는 것이지 실제로 듣기에는 그리 빠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흐름이 중요한데, 다행히 이 연주는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일품이다. 하긴, 그러니까 베를린 필에서도 기념음반 세트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또한 이 시리즈들의 복각 수준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푸르트벵글러의 전시 녹음도 깜짝 놀랄 정도로 멋진 수준으로 복각해 놓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때, 일찍부터 브루크너와 말러에 천착했던 호렌슈타인의 시대를 앞서간 혜안이 빛나는 기념비적인 녹음이라 하겠다.

아무튼, 연주시간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당시에는 78회전 음반 7매 구성이었단다. 정말 경이로운 기술의 발전이다.

1악장 - 17:29
2악장 - 21:44
3악장 -  9:18
4악장 - 10:34
Total - 59:07

판본은 하스 판본(1944)이 나오기 전이므로 1885년 구트만 판본을 사용하고 있는데 7번은 다행스럽게도 옛날 판본과 하스, 노박 판본등과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작품 자체가 워낙 대중 취향에 적합하게 잘 다듬어진 탓일 것이다. 이정도 수준이면 참견쟁이들도 근본적인 구조 변경을 요구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마 첨가된 것이 2악장 클라이막스의 심벌즈등 타악기 정도. 구트만 판본도 세세하게 니키쉬나 샬크의 영향이 가미되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나같은 사람은 그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1악장과 4악장의 종지음이 좀 싹뚝 잘라버리는 것 같이 들리긴 하는데 이게 악보의 문제인지 연주 스타일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3악장의 리듬도 좀 미묘하게 다른 것 같기는 하다. 

연주는 시간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주 쾌적한 템포에 담백한 맛을 내면서 술술 잘 흘러간다. 그렇다고 이 연주가 경박하게 들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과연 브루크너가 원했던 연주는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해진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런 생각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생전의 브루크너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연주만 된다면 마냥 좋아하지 않았을까... 

언제부터 브루크너라면 느린 템포를 연상하게 되었을까? 2차대전을 경계로 그 후부터 느린 템포를 구사하는 연주가 '새로운' 스타일로 점차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 정점은 분명 첼리비다케일 것이고.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자잘한 점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원전 스타일 정도는 아니더라도 분명 현의 비브라토는 덜한 것 같고 대신에 포르타멘토는 종종 들을 수 있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중요한 것은, 녹음이 오래되었어도 브루크너의 7번이 아름다운 곡이라는 점은 변함없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늘 이 작품이야말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생각하곤 했다. 다분히 통속적이긴 하지만 그 유려한 선율의 마력은 언제 들어도 참... 물론 통속적이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중에서는 가장 쉽다, 뭐 이렇게 말하지만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긴 한 것 같다. 나만해도 처음에 이 곡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무렵엔 그냥 3악장만 좋아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결론 - 사상최초 전기녹음에 의한 브루크너 교향곡 녹음. 자칭 브루크네리안이라면 역시 필수 소장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