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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브루크너 : 하인츠 뢰그너 (베를린 클래식스)

by iMac 2009. 12. 13.

하인츠 뢰그너 /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florestan님 덕에 알게된 하인츠 뢰그너의 브루크너 교향곡집. 4~9번으로 구성되어서 온전한 전집은 아니지만 주요 작품은 모두 녹음한 셈이다. 4~8번은 염가 시리즈인 에테르나 시리즈로 발매되어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9번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모양새가 이상하긴 하지만 암튼 모두 다 구했다. 

구동독 출신 지휘자의 구동독 시절 녹음인데 이러한 지휘자와 악단에게서 기대하는 딱 그런 스타일의 연주이다. 분명한 자기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략 80년~85년 사이의 녹음들이어서 녹음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를 구사하여 4~9번까지 모든 곡이 한장에 수록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게 한없이 늘어지는 브루크너가 아니라 투박하고 강건하게 구축된 모습이다. 2차대전 이전 브루크너 해석의 전통을 이어온 모습이랄까? 그러면서도 종종 섬세한 강약의 조절을 보여주고 있어서 의외이기도 하다. 마냥 보수적이고 시골풍인 연주가 아니라는 점도 안심. 

전반적으로 묵직하고 다소 어두운 표정에 개별악기가 돌출하기 보다는 한덩어리로 수렴이 되어 있는 음향으로 따사로운 남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풍의 이미지와는 완연히 다른 북독일풍의 연주인데 재밌는 점은 8번의 경우 녹음 방식이 달라졌는지 음향이 전반적으로 밝아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5,7,9번의 홀수번호쪽이 보다 인상적이었는데 섬세한 디테일과는 거리가 먼 연주 스타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4번은 그런대로 들을만 했고... 6번은 워낙에 만족스러운 연주를 찾기가 쉽지 않은 곡인걸 감안하면 역시 나름 나쁘지 않았고.. 8번은 역시 열연이긴 하지만 음향이 확 밝아진 것이 좀 어색하고 금관앙상블이 좀더 세련된 모습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9번의 3악장도 약간 아쉽긴 했는데 대신 간결하게 다듬어진 박력의 2악장이 신선한 인상을 심어준다. 

지휘자는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를 취하고 있지만 시종일관 자연스럽게 흐름을 제어하고 있어서 조급하게 들리지는 않으며 어둡고 단단한 조형과 함께 효과적으로 곡을 이끌어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게 말이 쉽지 음반을 많이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정도 수준으로 다듬어진 연주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것이다. 

지명도가 낮은 지휘자의 연주이지만 구동독지역의 진중한 전통을 간직한 음향으로 빚어낸 브루크너 연주라는 점에서 소장가치가 충분한 멋진 음반이다. 가격도 착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