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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apple music - 아르투르 슈나벨,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Warner, 리마스터링)

by iMac 2016. 12. 18.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1932~1935년 녹음)


아르투르 슈나벨, 피아노








이건 , 기다리면 결국 나오는구나 싶은 상황. 보다 심도 높은 이야기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다시 포스팅하고 싶지만, 동시에 '시의성'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일단은 올리고 본다. 


애플 뮤직 ‘둘러보기’란에 들러 종종 최신곡을 눌러보고 있는데 들어가 보니 요즘 표현대로 뙇! 그 존재감도 당당히 슈나벨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마스터링 음반이 등록되어 있다. 


예전 표현같으면 나오자마자 놓치지 말고 집어드시라..는 식으로 추천을 권했겠지만, 애플뮤직의 환경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누가 집어가서 음반을 못 살 걱정은 없으니 그저 바로 접속해서 들어보시라고 권할 따름. 아무튼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해진다. 


세계 최초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조금 더 열심히 들어보고자 한다면 슈나벨의 이 전집은 비켜 갈 수 없는 필수코스. 사실, 이런 저런 연주자들의 연주를 하나 둘씩 비교해서 듣다보면 뭔가 한군데씩 아쉬움이 있게 마련이다. 누구는 어디가 좋은데 대신 누구보다 어디가 좀 아쉬운 상황이 느껴지면 하나 둘씩 컬렉션이 늘어가게 마련. 


때로는 이런 식의 상황이 즐겁다가도 어느 순간 이런 식의 방황(?)을 멈추고 어느 한 곳에 마음 편히 정착하고 싶은 마음을 들 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 과연 어떤 연주가 이런 역할을 해 줄 것인가? 딱히 모나지 않고 표준적이며 그렇다고 아주 평이하지도 않은 그런 연주를 기대하게 되는데 말이 그렇지 이런 연주를 찾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모든 기대요소를 두루두루 평균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연주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튼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딱 하나만 꼽으라면 결국은 슈나벨을 꼽게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요즘은 어떤 곡의 절대명반 같은 개념을 접은지 오래되었지만 베토벤 피아노소나타의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슈나벨의 이 전집을 제일 먼저 꼽고 싶다. 


물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복구의 문제도 있고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곡에서는 손가락이 잘 안돌아간다는 평가도 있는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음악적 설득력이라는 점에서는 가히 압도적이다. 무시무시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후배 연주자들의 해석이 즐비하지만 슈나벨의 연주는 그들 모두가 무색하게 설득력 만점이다. 


딱 한가지만 예를 들자면, 개인적으로는 열정 소나타 마지막 악장의 명쾌한 해석이 정말 충격이었다. 엄청난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 복잡다단하며 광기에 가득해 보이는 마지막 악장을 이토록 통쾌하게 주파해낸 연주는 처음들었다. 이건 들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독주곡은 지휘자들의 가필이 많은 영향을 끼쳤던 교향곡 분야보다는 음악연주 관행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연주 사이에 간극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슈나벨의 이 연주들은 지금 들어도 녹음 상태를 제외하면 그 음악적 스타일에 있어서는 전혀 옛스럽지 않고 생생하다. 프레이징, 템포 모든 면에서 아주 표준적이다. 터치는 오히려 살짝 가벼운 느낌이지만 지나치게 무거운 것보다 낫게 들리고 오히려 ‘명징한 소노리티’로 평하고 싶다. 


들으면 들을수록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갖추고 있어야할 요소들은 모두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생수’같은 연주로 정말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작품의 구조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그것을 설득력있게 조형해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이후의 모든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해석은 슈나벨의 해석으로부터 갈라져나간 후예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음반으로 듣는 범위 내에서는 분명 그렇게 느껴진다. 


이젠 이 구닥다리를 어떻게 하나.. 표지 사진 덕에 소장은 해야 할 듯


예전 EMI시절의 재발매 행태는 분명 아쉬움이 많았는데, 워너에 인수된 이후 EMI로고를 못보게 된 것은 충격이긴 했으나 이후 의욕적으로 발매된 리마스터링 기획들은 칭찬해 마땅하다. 슈나벨의 이 전집도 진작 리마스터링 재발매되었어야 할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리마스터링의 차이가 드라마틱 하진 않지만 기존 발매 CD보다 자연스럽게 커진 히스음 속에 포근해진 울림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애플뮤직에 등록됨으로서 슈나벨의 전설적인 전집이 속시원하게 한방에 해결되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듣고자 한다면 슈나벨은 기본으로 하고 경우에 따라 다른 연주자들을 비교해서 들으면 될 것이다. 적극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