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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다시 베토벤

by iMac 2014. 9. 27.

이 공간에서 내 개인사정에 대해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현재 이래저래 힘든 상황을 지나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고민도 참 많이 하고 있다는 점만 언급하고 싶다. 문제는, 이 상황에 대해 고민을 하면 할 수록 뭔가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그냥 이대로 체념하고 살아야만 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냥 이대로 살아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아마도 내 사정을 아는 다른 사람이라면 정말 배부른 소리라고 할 것이다.



Portrait by Joseph Karl Stieler, 1820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아무튼.. 이러한 힘든 시기일수록 베토벤을 돌아보게 된다. 그냥 단순히 역경을 이겨낸 경우라서가 아니라, 베토벤의 작품들을 돌아보면 볼수록 그동안 내가 무심히 지나쳐버린 것이 얼마나 많으며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살았던 시기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으며, 그 시기 못지 않게 그의 인생 또한 험난했고 그러한 상황을 뚫고 나온 작품들이라는 점 또한 중요한 이유임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베토벤은 내 음악감상의 문을 열어준 결정적인 존재였다. 중학교 시절 음악감상 시간에 처음으로 들었던 5번 교향곡. 잘 알려진 1악장이 아니라 2악장이 나에게 그 문을 열어주었다. 그 무렵 TV 광고 중 햄 광고 배경음악으로 기억하는데, 뭔가 귀에 익었던 음악을 실제로 확인했다는 즐거움이 여러모로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의 나를 눈뜨게 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부터가 시작이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그 광고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인터넷엔 없는 게 없구나.. (정작 그 햄을 먹어본 기억은 없다)




음악을 좀 듣다보니 베토벤은 너무나 기본중의 기본으로 생각되어서 차츰 뒤로 밀려났다. 사실 들어보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다. 앞으로는 모차르트, 하이든이 있고 뒤로는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무소르그스키, 라흐마니노프.. 결정적으로 교향곡이라는 장르에 브루크너와 말러가 등장한다. 베르디와 바그너의 장대한 오페라도 빼놓을 수 없고, 현란한 관현악의 대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있다. 참, 시벨리우스와 닐센도 있지..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에프도 빠지면 섭섭.. 기타 등등 정말 많네..


이렇게 오랜 경로를 거치면서 음악에 대한 이해가 처음보다는 높아진 상태에서 다시 베토벤을 돌이켜 보면, 새롭게 눈이 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것이 감지되면서 감탄을 거듭하게 되고 힘들었던 그의 인생에 대한 투쟁을 떠올리며 베토벤의 작품에 보다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은 의욕을 충만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의욕이 작금의 힘든 현실 속에서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을 함께 불어넣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베토벤에 대해 생각하는 공간을 차곡차곡 채워가면서 인생의 돌파구 또한 열어가고 싶다. 베토벤에 대한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면서 한 줄 짧게 쓰려는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