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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무소르그스키 : 보리스 고두노프 (아바도)

by iMac 2017. 4. 15.



보리스 고두노프 / 아바도


이 음반,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작품을 이런 식으로 열심히 들은 적이 있었나 싶다. 나름 흥미진진한 작품이라 생각하고 장면장면 열심히 들었던 적은 있지만 진득하니 쭉 이어서 들은 적은 많지 않았던 듯. 






아바도/베를린 필 (1993년)




판본


들으면서 이리저리 뒤져보니 예전에 주요 음반별 판본을 표로 정리해 놓은 것을 찾았다. 꽤 오래 전에 작업한 거라 제대로 된 건지 다시 살펴보고 싶지만 일단은 대략 훑어보기에 크게 문제는 없어 보여 그대로 옮겨 본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렇게 열심히 몰두했던 적이 있었나 싶어 새삼 놀랐다. 내가 이런 식으로 들었던 적이 있었구나.. 정말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런 걸 발견하면 낯설면서도 무척 반갑다.



클뤼탕스/카라얀


아바도


게르기에프(1869년)


게르기에프(1872년)


프롤로그 1장


프롤로그 1장


1부 1장


프롤로그 1장


프롤로그 2장 : 대관식장면


프롤로그 2장 : 대관식장면


1부 2장 : 대관식장면


프롤로그 2장 : 대관식장면


1막 1장 : 수도원장면


1막 1장 : 수도원장면


2부 1장 : 수도원장면


1막 1장 : 수도원장면


1막 2장 : 국경 주막집


1막 2장 : 국경 주막집


2부 2장 : 국경 주막집


1막 2장 : 국경 주막집


2막 : 크레믈린


2막 : 크레믈린


3부 : 크레믈린


2막 : 크레믈린


3막 1장 : 므니쉐크의 거실


3막 1장 : 므니쉐크의 거실


4부 1장 : 바실리성당 앞광장

(백치의 독백)


3막 1장 : 므니쉐크의 거실


3막 2장 : 므니쉐크의 정원


3막 2장 : 므니쉐크의 정원


4부 2장 : 보리스의 죽음


3막 2장 : 므니쉐크의 정원


4막 1장 : 크로미의 숲(백치의 독백)


4막 1장(1869년판)

: 바실리성당 앞광장



4막 1장 : 보리스의 죽음


4막 2장 : 보리스의 죽음


4막 1장(1874년판)

 : 보리스의 죽음



4막 2장 : 크로미의 숲

(백치의 독백)



4막 2장(1874년판)

 : 크로미의 숲(백치의 독백)




이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다시 보니 확실히 아바도가 여러 모로 의욕적으로 작업을 했고 결과적으로 상당히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판본 문제를 여러 판본에 나온 장면을 모두 포함시켜서 해결해 버렸다. 덕분에 버전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이 이거 하나면 거의 해결된다. 이런 구성 덕에 시간이 꽤 지났어도 여전히 가치를 잃지 않는 것 같다. 게르기에프의 경우 재발매 음반이 1872년 판본만 나와 있는 걸 보면 상대적인 우위에 있다. 

연주 자체는 나름 나쁘지 않지만 좀 애매하다. 나 자신의 취향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좋아하는 연주이지만 이걸 객관적인 관점으로 보면 분명 애매하다. 우선 녹음이 불만인데, 게인이 좀 작게 설정되어 있어서 볼륨을 꽤 올려야 좀 들을만한 소리가 되지만 그런다고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밸런스는 잘 맞추었으나 깊이감이 부족해서 시종일관 가슴 한 구석에 답답함이 남는다.





가수들 역시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균형 잡힌 캐스팅으로 딱히 약점은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인상을 심어 주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이 무렵 아바도의 연주들이 어느 정도 비슷했던 것 같다. 이지적으로 정교하게 잘 다듬어졌지만 요즘 표현대로 심쿵까지는 아닌. 그래도 계속 곱씹어 볼 만한 연주임에는 분명하다. 

결정타까지는 아니어도 음반으로 듣는 보리스 고두노프 중에서는 판본의 고민없이 집어들 수 있는 확실한 연주. 정말 오랜만에 꺼내 들으며 나 자신도 음악을 듣는 관점이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이 작품에 이런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크로미 숲 장면 합창을 들으니 프로코피에프의 알렉산더 네프스키의 대선배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깨달았다. 수도원장면 도입부에서는 으레 그렇듯 말러의 대지의 노래가 떠오른다. 

이 음반 역시 소니에서 출시한 아바도 박스 세트에 포함되어 있는데, 박스 자체가 많이 낡기도 했고,  잘 보지는 않지만 두툼한 내지 때문에라도  처분하지는 않고 고이 모셔두고 있다. 나름 당시에는 소니에서 금딱지를 붙여가며 대접했었던 걸 생각하면 어느새 고인이 된 아바도의 모습을 보니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