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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apple music 신보 셋 - 유로프스키, 카우프만, 넬손스

by iMac 2017. 4. 26.


이래저래 요즘 정신이 없어서 한동안 애플 뮤직 신보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간만에 신보란을 훑어보니 그새 뭔가 재밌어 보이는 음반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이젠 너무나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오히려 잘 안듣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모든 점이 다 좋을 수는 없나보다. 개중에 얼핏 눈에 들어 오는 음반 세 가지.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피델리오 서곡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지휘 /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지휘자의 한 사람. 엘렌 그리모와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녹음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리모의 피아노 보다는 오히려 유로프스키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지휘한 반주부가 더 맘에 들어서 좋아하는 음반이다. 이걸 들을 때면 '이 사람이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면 반드시 필청이다'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영상물로 나온 4, 7번 연주도 꽤나 훌륭한 연주. 현재까지 유로프스키가 지휘한 베토벤 연주는 이런 식으로 조각조각 퍼즐 맞추듯이 들을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차에 3번이라니! 그런데 LPO라..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드는 가운데 들어보니, 역시나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해석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런던에서의 실황녹음은 음향적으로 이상적이지 못하다. 


어지간하면 좋게 들어 줄 수 있는데 이건 좀 아쉽다. 연주 자체가 아주 훌륭한데 바짝 들이댄 녹음이 연주를 싱겁게 변화시키는 점이 놀랍다. 연주가 끝난 후 터져나오는 브라보가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음반으로서의 완성도는 아쉽다. 이걸 실감하는 순간은 그 다음 곡을 들을 때이다. 같이 커플링 된 피델리오 서곡은 스튜디오 녹음인 듯 음향이 순간 놀랍도록 윤택하고 풍성한 공간감을 자랑한다. 순간이동을 경험하게 되는데, 교향곡도 이렇게 녹음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이래저래 유로프스키가 제대로 베토벤 교향곡 전곡 녹음에 도전하길 학수고대한다.





말러, 대지의 노래

조나단 노트, 지휘 / 빈 필

요나스 카우프만


말 그대로 화제의 음반. 대지의 노래, 하면 응당 독창자의 이름 둘이 보여야 하는데 이건 하나 밖에 없다. 요나스 카우프만은 테너이면서 저음가수 파트까지 혼자 도맡아 부르는 대기록에 도전했다. 워낙 목소리 자체가 무거워서 충분히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이건 좀 그렇다. 막상 들어보면 딱히 나쁘지 않다는 점도 희한하지만 그래도 내 취향은 메조나 알토 쪽인가 보다. 


빈 필의 음향은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다. 선명하고 널찍한 공간 속에 여유롭게 울려 퍼지는 음향은 그 자체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이다. 녹음이 정말 좋아서 오디오적 쾌감이 대단하다. 카우프만은 나름 나쁘지 않았지만 - 대단하긴 하다 - 노고에 비하면 성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 그래도 전반적으로 녹음도 훌륭하고 흐름도 적절해서 들을만 하다. 빈 필의 매혹적인 울림은 계속해서 듣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브람스, 교향곡 전곡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떡 하니 눈에 띄는 신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하지만 동시에 그 내용이 어떨지 너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일전에 이미 넬손스와 보스턴 심포니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연주를 들어보았기에 충분히 스타일이 짐작된다. 

2017/03/17 - [Classical Music/music note] - BBC 뮤직 매거진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 / 안드리스 넬손스 (DG)


이것 역시 일단 대단히 듣기 좋은 음향을 들려준다. 적당한 공간감, 풍성한 현, 또렷한 금관, 단단한 팀파니. 흐름도 자연스럽고, 넬손스가 만들어 내는 생동감 가득한 음향은 크게 낯설지 않은 전형적인 브람스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추천할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취향과는 역시 거리가 있다. 성급하게 결론짓자면 미국 오케스트라는 점점 더 내 취향에 맞지 않나 보다. 모든 것이 너무나 풍성하고 아름답고 여유롭게 흘러넘친다. 듣기는 좋은데 듣다보면 금새 질리고 한도 끝도 없는 낙천적인 스타일에 마냥 공감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가장 최근에 홍콩필이 연주한 1번 연주의 강렬한 인상이 남아 있는지라, 음반으로 듣는 이들의 연주는 그만큼의 호소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7/04/17 - [Classical Music/concert] - 2017 교향악축제 -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7.4.16)


음향 밸런스도 어딘지 전반적으로 꽉 들어찼다기보다 현과 팀파니, 금관 정도에 포커스가 맞춰진 느낌이다. 이건 좀 더 들어봐야 하겠지만 아무튼 지금 현재로서는 듣기에 균형감이 살짝 아쉽다. 계속 듣다 보면 쉽게 질린다. 이래저래 내 취향으로는 아쉬움이 남지만, 객관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연주임은 분명하고 음향도 듣기에 좋으니 일단 추천할만 하다. 애플뮤직이 있으니 궁금하면 일단 다 들어볼 수 있어 좋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