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읽었던 '카라마조프의 형제'가 심어진 압도적인 인상에 이끌려, 이번에는 백치를 읽게 되었다. 내가 읽은 책은 비록 위에 올려놓은 책은 아니지만 그냥 보기 좋으라고 올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책 속의 레베데프가 공작의 결혼식 축하연에 전혀 모르는 의사를 초대한 이유가 생각난다. 간단히 말해 '데코레이션'인 셈이다.
카라마조프..와는 양상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치밀한 묘사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고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점이 동일하다. 하긴, 그의 대표작들 대부분에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비중의 경중에 차이는 있지만.
카라마조프 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책의 내용에 깊이 몰입하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과연, 미슈킨 공작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나스타샤와 로고진의 심리는 과연... 왜? 의문은 남지만 그것이 결코 황당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무튼, 이 작품은 이를테면 '가작(佳作)'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작품해설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작가 본인이 애정을 품고 있던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는데, 그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의 모습에 그토록 생생하게 생명력을 불어 넣는 모습은 변함없이 압도적이다. 미슈킨 공작의 주변을 둘러싸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코믹한데, 왠일인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들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워낙에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의 주변을 들락날락하는지라 좀더 철저하게 작품을 파고들려면 그들의 이름과 (이름도 상당히 어렵다. 특히 가냐!) 관계도를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품의 결말이 다소 짠하기는 하면서도 그런 결말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소설의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이를테면 '수미쌍관'식이라나 할까? 그것이 작위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니 참으로 절묘한 균형감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미슈킨 공작같은 사람은 말하자면 작가가 현실세계에서 추구한 존재할 수 없는 이상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불현듯 바그너의 '파르지팔'도 떠오른다. 시기상 비교의 대상은 아니지만 순수한 인간성에 대한 희망은 보편적인 감성인지도 모르겠다.
* 심심풀이 이름정리.. 생각나는대로만 적어본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미슈킨 공작. 파르푠 로고진. 나스타샤 필리포브나. 가브릴라 아르달리오노비치(제일 어렵다!). 이반 표도로비치 예판친 장군. 아글라야 예판친. 콜랴. 이폴리트. 레베데프. 베라... 음... 더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름이... 이정도만 해도 꽤 잘 기억해낸 편이다. 정말 등장인물도 많고 이름도 다양하다. 그 많은 이름을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것도 궁금한 사항.
* 글을 다 쓰고 우연히 네이버에서 '백치'의 소개를 검색해 보니 줄거리중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소개되어 있었다. 스포일러도 이만저만한 스포일러가 아니다. 그걸 미리 알고 모르고는 어쩌면 반전 드라마가 아닌 이러한 작품에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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