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music -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넬손스, DG)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d단조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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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기간에 마침 올라온 따끈따끈한 신보. 요즘 지휘자 넬손스의 신보가 왕성하게 올라오고 있다. DG에서 발매하고 있는 음반의 현황으로 보아서는 이제 넬손스의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 같다. 어느새 나도 넬손스의 신보에 대해 최근 몇 차례 포스팅한 적이 있다.

2017/03/17 - [Classical Music/music note] - BBC 뮤직 매거진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 / 안드리스 넬손스 (DG)

2017/04/26 - [Classical Music/music note] - apple music 신보 셋 - 유로프스키, 카우프만, 넬손스

돌이켜 보면, 넬손스의 음반들에 대해 아주 딱히 긍정적으로 포스팅한 것 같지는 않지만 DG정도 되는 레이블에서 이렇게 속속 신보를 내는 건 분명 아무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전 포스팅했던 음반들 모두 보스턴 심포니와의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반갑게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의 브루크너 교향곡 녹음이다. 넬손스가 샤이의 뒤를 이어 게반트하우스를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풍성한 아름다움

일단, 앞전에 들었던 보스턴 심포니와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에서도 느꼈던 풍성하게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음향은 이번 음반에서도 여전하다. 이쯤되면 넬손스가 만들어내는 최근의 음향 특성을 어느정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밝고 풍성하며 아름답다. 중요한 것은 적어도 음악의 흐름 자체는 대단히 여유롭고 자연스럽다는 것이고, 이것 또한 분명 아무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분명 장단점이 공존한다. 먼저 아쉬움이라면 때때로 좀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조여진 긴장감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3번 교향곡의 연주 중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요훔이나 뵘의 연주와 비교하면 결정적인 순간순간이 아쉽다. 좀 더 아찔하게 조였다가 터져나와줬으면 하는 그런 순간들.

그래도 개인적으로 일단은 이 연주에 대해 장점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음악을 전체적으로 유려한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잘 다듬어가는 모습 때문이다. 브루크너의 음악 자체가 종종 생뚱맞은 전개를 보이고는 하는데 - 그게 매력이기도 하지만 - 넬손스의 해석은 모든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리듬이 덜 집요하게 느껴지고 덕분에 다른 연주들에서 느껴지곤 하는 강박적인 느낌이 없다. 이 교향곡을 이처럼 끝까지 편안하게 들려 주는 연주도 흔치 않다. 아주 기분 좋게 작품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었다. 

샤이와는 다른

샤이가 지휘하던 기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약간의 침체라고나 할까 그 이전 한동안 음반업계에서 소외된 듯한 분위기를 털어내고 활기찬 앙상블과 투명한 음색, 긴장감 넘치는 연주로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는데  성공했다. 넬손스가 그 뒤를 이으면서 지휘자가 바뀌면서 과연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 기대했는데 과연 다르긴 다르다. 물론 음반사가 데카에서 DG로 바뀌었기 때문에 녹음 특성이 달라진 점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아무튼 일단 이 음반만 듣기로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샤이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일련의 베토벤, 브람스 녹음들의 음향 특성이 투명하며 다소 차가운 느낌에 팽팽하게 조여진 소리였다면, 넬손스는 앞서 말한대로 일단 눈부시게 밝아진 톤에 모든 것이 풍성하고 유려하게 풀어헤쳐져 있다. 같은 오케스트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소리인데 일단 듣기 좋은 '음향'이라는 점에서는 넬손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것이 앞으로도 더 듣고 싶은 '음악'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싶다. 

넬손스가 빚어내는 밝은 음향이 보스턴 심포니의 밝은 톤과 함께 하는 순간은 너무 낙천적으로 들렸다면, 게반트하우스와의 조합은 훨씬 고급스럽게 들린다. 오케스트라 소리가 평준화 되어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독일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미국의 그것과 여전히 다르다.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가 가지고 있는 서늘한 음향 특성이 지휘자의 해석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이렇게 풍성하고 아름답고 세련된 스타일이었나 놀라웠다. 

1888/89년 판본을 사용한 것은 어딘지 요즘 추세와 맞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원전에 충실한 연주를 전반적으로 좋아하기는 하지만 3번 교향곡 만큼은 최종 개정판이 깔끔하고 세련되게 잘 정리된 버전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좋아한다.

넬손스의 해석은 앞서 적었듯이 분명 장단점이 공존하고, 필업인 탄호이저 서곡에서 그런 점이 느껴진다. 역시나 대단히 훌륭한 연주이지만 극적인 짜릿함은 분명 아쉽다. 그렇긴 해도, 일단 이번 3번 연주는 제법 들을만 한 연주로 종종 손이 갈 것 같다. 템포와 프레이징이 여유롭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아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스타일이 앞으로도 언제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일단은 넬손스의 신보를 계속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