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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교향곡 제6기 #1 - 브루노 발터/컬럼비아 심포니

by iMac 2017. 5. 11.


베토벤 교향곡 전곡 & 리허설 녹음 (4, 5, 7, 9번)

코리올란 서곡

레오노레 서곡 제2번

바이올린 협주곡 (지노 프란체스카티)

브루노 발터, 지휘 /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시즌6 - 스테레오 녹음 시대


베토벤 교향곡의 주요 녹음들을 연대기식으로 정리해 보고자 하는 나름 야심찬(?) 계획으로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모노럴 시대까지 어찌어찌 하고 본격 스테레오 시대로 접어들자 어느새 좀 질려버린 듯 하다. 좋은 것도 한 두번이지 싶긴 하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꾸준하게 하나씩 살펴보지 않으면 영영 좌초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음반을 집어든다. 






브루노 발터, 컬럼비아 심포니 (1958~1961)



한 시대의 마무리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1876~1962)와 컬럼비아 심포니의 전집은 뭐, 말이 필요없는 과거 추억의 명반이다. 구구절절 설명을 붙이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80이 넘은 노 지휘자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다듬어 낸 말그대로 노작이다.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면서 종종 하던 생각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소리가 과연 그 옛날 사람들이 듣던 소리와 어느 정도 비슷한 것일까 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일말의 해답이라고 할 것이 바로 이런 옛 시절 지휘자들의 녹음이다. 1876년생이었던 발터는 생전에 말러가 지휘하는 것도 보고 들었으니 스타일이 같을지 어쩔지는 몰라도 그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19세기말 20세기초 유럽 음악계에서 들을 수 있던 소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1886년생인 푸르트벵글러가 스테레오 녹음을 남기지 못하고 1954년 세상을 떠난 것을 생각하면, 1876년생인 발터는 80세 넘어 장수하면서 이렇게 말년에 스테레오 녹음까지 남겨놓았다. 덕분에 아주 오래 전 사람이지만 생생한 스테레오 음향으로 연주를 접할 수 있다. 연주의 성격은 이전에 잠깐 포스팅했던 뉴욕필과의 연주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푸근해졌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전원교향곡의 명연주로 회자되는 것이리라.


전체적으로 유려하고 폭신폭신하지만 시종일관 마냥 사람 좋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때때로 단호할 때는 충분히 단호한 모습도 보여주어서 전통적인 베토벤 교향곡 이미지에 크게 어긋남이 없다. 무시무시하게 전투적인 연주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충분히 절도 있고 활력도 충분하며 흐름도 아주 자연스럽고 소리의 조형 자체가 훌륭해서 귀에 쏙쏙 음악이 잘 들어온다. 단, 옛날 스타일대로 전체적인 윤곽 위주로 잘 다듬어져 있어서 일부 세세한 디테일이 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컬럼비아 심포니는 뉴욕필 정도 수준은 아니어서 소리 자체가 불안불안 하다. 역설적으로 덕분에 전체적으로 포테이토칩을 씹는 것 같은 바삭바삭한 소리여서 의외로 유니크한 느낌도 들지만(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좋아한다), 결코 합주력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이고 특히 관악기들의 수준이 많이 아쉽다. 


그 시절 연주답게 반복을 많이 생략한 것도 아쉬운데 특히나 5번 1악장의 반복 생략은 좀 그렇다. 일관되게 다들 반복을 생략해버린 것이라고 하신다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 무렵에도 5번 1악장 정도는 많이들 반복해주지 않았던가? 의외로 묵직하고 힘이 잘 더해진 멋진 연주이기에 더더욱 아쉽다.


새로 리마스터링되어 나온 이 세트에는 서곡 2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마지막 한 장에 리허설 녹음이 추가되어 있다. 예전부터 발터의 모차르트 리허설 녹음이 종종 소개되곤 했는데 베토벤 교향곡 녹음 리허설 장면도 흥미진진하다. 정확하게 맥을 짚어가며 음악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는데 그 와중에도 종종 오케스트라의 실력이 기대만큼 따라와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리허설 녹음을 듣다가 실제 녹음된 부분을 비교해 보면 기대했던 모습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한 듯 해서 아쉬운 장면도 있는데, 이래저래 그런 점을 발견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필업으로 들어간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모두 제법 들을만한 매력적인 연주들이다. 여전히 곳곳에서 오케스트라는 삐그덕대고 있지만 음악의 자연스러운 조형과 설득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모습들 때문에 토스카니니가 발터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를 부러워했나보다. 기술적인 부족함을 음악적 설득력으로 채워주고 있는 멋진 연주로서 분명 많이 낡았지만 여전히 매력을 잃지 않고 있는 멋진 전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