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모노럴 녹음
베토벤 교향곡 음반 정리 시리즈가 이제 중요한 고비를 넘긴 것 같다. 50년대 모노럴 녹음까지 대략 훑어보았으니 이제 다음은 본격적인 스테레오 녹음시대로 넘어갈 차례. 예전에는 푸르트벵글러나 토스카니니 시대의 베토벤 연주를 범접하지 못할, 혹은 재현불가능한 지고의 영역 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요즘은 분명 예전에 비해 클래식 음악이 쇠퇴한 시대가 맞지만, 베토벤 교향곡의 연주는 여전히 새로운 트렌드에 맞추어 진화해 가고 있다. 오히려 옛날에 불완전한 앙상블로 허술하게 연주하던 것에 비하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갖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음악적 설득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적 발전과 베토벤 자필 악보의 존중 등은 오히려 옛날 연주들보다 원본에 더 근접하는 시도들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5기에서 살펴본 음반들을 한 자리에 모아 다시 보면 다음과 같다.
2017/03/21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5기 #1 - 에리히 클라이버
2017/03/22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5기 #2 - 푸르트벵글러
2017/03/25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5기 #3 - 미국산 베토벤
2017/03/29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5기 #4 - 카라얀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2017/04/04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5기 #5 - 헤르만 셰르헨
2017/04/08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5기 #6 - 카를 슈리히트
맨 처음 에리히 클라이버의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완전하나마 '전집'의 형태를 갖춘 녹음들이다. 앞으로 이어질 6기 이후 역시 전곡 녹음 위주로 포스팅하고 간혹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일부에 대해서는 '외전' 형식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어디까지나 내멋대로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정리한다는 원칙(?) 아닌 원칙에 따라서 정리할 것이다.
50년대는 같은 모노럴 녹음이라고 해도 그 이전의 40년대 녹음과 비교해도 구분이 가능한 수준의 변화가 느껴진다. 모노럴 녹음의 말기 그 당시 기술의 정점에 도달한 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살펴본 것 처럼 50년대말부터 초기 스테레오 녹음이 함께 섞이기 시작한다. 옛 녹음들도 물론 언제나 들을만 하지만 그래도 음반 감상자의 입장에서 본격적인 감상 대상은 스테레오 녹음부터인 것이 사실.
아무튼 5기에 정리한 기록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자면 이제는 셰르헨과 카라얀의 꼽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10년전의 나였으면 푸르트벵글러를 꼽고 있었겠지만 지금 현재의 나는 이제 푸르트벵글러에 대한 경외와 베토벤 교향곡에 대한 경외를 분리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카라얀의 것은 소개한 것처럼 여러 음반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단일 오케스트라에 의한 전집이라는 점에서 음반 산업에서 표준 모델을 제시한 경우이다. 지금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처음 할 때에는 새로운 시도였으니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만 하다. 음반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셰르헨의 연주는 음악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 이전의 이른바 '전통적인' 스타일과 전혀 다른, 악보 자체를 가감없이 재현하는 연주. 베토벤 교향곡이 작곡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그 음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낭만적인 붓질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셰르헨의 연주는 바로 그것을 제대로 보여 준 연주로서 현대 베토벤 해석의 시금석으로 꼽고 싶다. 즉물주의자로 어필하고 있는 토스카니니의 연주도 셰르헨의 연주를 듣고 나면 묘하게 '옛스럽게' 들린다.
물론, 셰르헨의 연주는 당시로서는 주류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이 주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이어지는 스테레오 녹음 시기는 기존의 전통적인 스타일이 보다 세련되게 현대적인 음향으로 변용되어 이어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베토벤 교향곡 전곡 녹음이 붐을 이룬 시대이기도 하다. 베토벤 애호가라면 이제 본격적으로 제대로 즐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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