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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바그너 - 니벨룽의 반지 (카라얀, 블루레이 오디오)

by iMac 2017. 7. 16.


애플뮤직 이용 이후 음반 구입이 거의 멈추고 블루레이 영상 구입 쪽으로 전환했다. 나같이 음반을 사던 사람마저 음반 구입을 멈춰버리면 가뜩이나 내리막인 음반업계는 과연 어떻게 될것인지 의문인데 그에 대한 또 다른 돌파구가 고음질 음원 사업인 것 같다. 물론, 이것으로 그 이전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니벨룽의 반지


레코딩 역사상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솔티의 반지는 일찍이 거창한 한정판 발매가 이루어졌고, 이에 대해 포스팅한 바 있다. (

2013/02/21 - [Classical Music/music note] - 바그너 - 니벨룽의 반지 (솔티) ) 이후 이 세트에 포함된 블루레이만 따로 발매된 걸로 아는데, 이번에 카라얀의 반지 녹음 50주년을 기념해서 카라얀의 반지도 블루레이 한 장에 담긴 특별판이 발매되었다.


음반 욕심이 시들해진 참이지만, 이 녀석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 없었다. 솔티의 전집 포스팅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나는 솔티 보다 카라얀의 것을 더 좋아한다. 음악적으로 더 흥미진진한데 녹음 기술만큼은 솔티의 데카판에 비하면 좀 아쉬운 것이 사실이기에 블루레이 고음질 음원인데다 심지어 이번에 새로 리마스터링까지 되었다고 하니 더더욱 놓칠 수 없었다.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전곡 - 카라얀, 베를린 필 (DG)




받아보니 우선 겉보기보다 무거워서 순간 놀랐다. 대본을 모두 포함한데다 종이 재질이 고급이어서 상당히 묵직하다. 블루레이는 고작 한 장인데 종이 무게가 대부분이다. '한정판'이라고 써있기는 한데, 이것도 나중에는 어찌될지 두고 볼 일이다. 





내지 내용은 기존 오리지널스 발매 전집과 비교해보면 대동소이하다. 각 작품마다 맨 처음에 실려 있던 리처드 오스본의 에세이도 그대로고, 작품해설도 그대로이다. 줄거리 요약(시놉시스)은 달라졌는데, 한 권에 담다보니 훨씬 짧은 버전으로 새로 작성된 듯. 어차피 줄거리 요약은 잘 읽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기존 내용보다 줄어든 버전인 것은 사실이다. 





내지는 새롭게 기대할 것이 없고, 기존 내지에서는 무척이나 인색했던 사진자료가 그런대로 많이 들어있어서 볼거리가 된다. 최근 한 달 넘게 피셔-디스카우의 겨울나그네를 애청했기에 피셔-디스카우의 사진을 보니 덩달아 반가웠다. 그 외 이런저런 사진자료가 수록되어 있지만 판형에서 차이가 나다보니 예전 솔티판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래도 기존 버전보다는 훨씬 고급진 종이에 이런저런 사진들이 담겨 있어 보는 재미는 더 있다. 





여기까지는 겉 껍데기에 불과하니,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음질. 블루레이 오디오의 소리가 좋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이미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이런 류의 리마스터 음반을 대할 때면 늘 듣기 전에 반신반의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반신반의 하는 기분으로 몇 군데 체크해 보았는데, 듣는 순간 '허허헛..'하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미묘하지만, 분명 훨씬 듣기 좋은 소리. 이래서 지갑을 열 수 밖에 없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기존 버전도 충분히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블루레이에 담긴 편안하게 탁 트인 소리에는 못미친다. 훨씬 넓은 공간감, 볼륨을 더 올려도 귀에 무리가 가지 않게 느껴지는 편안함. 보다 생동감이 넘치고 풍성하며 선명해진 디테일. 같은 음악이지만 인상이 완연히 다르다. 


당연히, 아직 다 듣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 가장 인상깊었던 변화는 신들의 황혼 2막 초반 하겐이 기비히 가문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장면으로 이전까지는 늘 리더부쉬의 목소리가 발성이 좋기는 하지만 하겐을 맡기에는 너무 점잖게 느껴져서 아쉽게 생각했었는데 웬걸, 이 사람 목소리가 이렇게 '야수'같았던 말인가? 널찍한 공간 속에서 쩌렁쩌렁 뿜어내는 야성적인 외침에 놀랐다. 


물론, 녹음 자체의 근본적인 성격이 완전히 바뀔 수는 없다. 그래서 솔티의 녹음에 비해 다이내믹 레인지가 좁게 들리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음향의 변화가 가수의 목소리 스타일을 변화시킨 - 정확히는 목소리 성격이 달라졌다고 내가 듣고 느끼게 만든 - 점은 신기했다. 





최초 LP19장에서, CD14장을 거쳐 이제는 블루레이 1장에 반지 전곡이 담기는 세상이 되었다. 당장 오리지널스 전곡 세트와 비교해도 두께가 확 줄어버렸다. 각각의 곡들 앨범표지 사진을 보는 재미가 사라진 점은 아쉽지만 소리는 분명 월등히 좋아졌으니 이걸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에게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면,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거실 TV에 붙어 있고 음악감상은 아이맥에 연결된 조그마한 외장형 블루레이 디스크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이것 때문에 블루레이 디스크에서 음원을 뽑아내서 듣고 싶은데 귀차니즘 때문에 솔티의 것도 여전히 그냥 그대로인 상황이 아쉽다. 


결론. 카라얀의 반지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식의 블루레이 오디오 재발매를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