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권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음악감상의 중심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책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원래가 무형의 예술인 음악과 달리 책은 그래도 책장을 넘기는 맛이 있지 않나 싶긴 하지만, 궁금하긴 한데 굳이 사서보고 싶지는 않은 그런 책의 경우 전자책이 훌륭한 대안이 될 것 같다.





밀레니엄 1권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문학동네



이러한 류의 책은, 물론 대단히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쩐지 사서 보기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나의 경우는 그렇다. 


마침 올해부터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서비스 중에 전자책 대출 서비스가 있어서 들어가 보니 이런 저런 보고 싶은 책들이 제법 있었다. 그 중에 첫 번째 전자책 대출로 읽은 것이 밀레니엄 1권.


생소한 북유럽 - 스웨덴 이야기


이 책의 이야기는 책 보다는 먼저 영화로 접했다. 스웨덴 원작이라 스웨덴 영화도 있지만 내가 본 것은 1부만 영화화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2012년작.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등등 출연진도 멋지고 무엇보다 영화 자체의 흡인력이 훌륭했다.


밀레니엄(2012) - 데이빗 핀처 감독



내용상 다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부분이 적지 않지만 그것이 피상적인 효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주 무거운 주제를 심각하게 제시하기 위한 것이어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영화내용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억이 있었지만 그래도 원작의 느낌은 어떠한가 궁금했는데 드디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일단, 책은 술술 잘 읽힌다. 과연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쯤 되어야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나보다. 소설의 센세이셔널한 성공을 보지 못하고 저자가 급사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런닝타임의 제약 때문에 핵심적인 사건에 집중해서 다듬어진 - 나름 훌륭하게 잘 다듬었지만 - 영화에 비해 원작 소설을 훨씬 풍성한 지면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지만 전혀 지루함없이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정말 낯선 세계인 스웨덴 사회의 생생한 한 단면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저 막연하게 복지국가 정도, 혹은 최근에야 이케아 정도로만 알고 있는 스웨덴이기에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되는 모습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을 짚어 보는 점도 좋았고 전후맥락을 잘 짚어 놓은 소설을 읽고나서 영화를 다시 보니 전에 볼 때엔 그저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 하나하나의 의미가 새롭게 이해된다. 


특히, 영화를 볼 때엔 가볍게 생각했던 극우파 이야기가 스웨덴의 과거 역사적 배경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상황과 맞물려 섬뜩하게 다가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2차대전 중 핀란드, 노르웨이가 전쟁의 피해를 입던 중에도 전쟁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스웨덴이었다. 


위치가 애매한 중간지점이었다는 점도 있고, 전쟁기간 내내 독일에 철광석을 수출해서 독일에 나름 협조적이었던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극우파 운동이 당시 유럽에서 스웨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케아 창립자의 죽음과 함께 과거 그가 스웨덴 극우파 운동에 가담했었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냉담한 반응이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는데, 나름 심각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읽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이 다음 이어지는 2, 3권을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회의 어두운 면과 그것에 저항하는 싸움의 양상이 너무나 생생해서 읽는 동안 나 자신 감정이입이 너무 심하게 된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짜릿하게 해결되는 모습이 멋지긴 한데, 그 과정에서 느낀 피로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평생 극우파 세력을 파헤치며 신변위협을 감수하면서 살아온 저자가 책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바람에 4권부터는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거기에다가, 평생의 연인을 보호하기 위해 정식 결혼을 하지 않아서 천문학적인 저작권 수익을 고스란히 생전의 저자와 달리 보수적인 견해 때문에 의절했던 아버지와 아우가 탐욕스럽게 가져가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속상한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의 현실은 소설보다 더 막장이란 말인가. 


어찌되었든, 적어도 나에게 다행인 것은 밀레니엄 시리즈 1권은 시리즈의 시작이면서도 나름 한 권으로서 완결성을 지닌 가운데 끝을 맺고 있어 그 다음 권을 굳이 꼭 읽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또한 아이러니. 잘 읽었으되 그 덕분에 그 다음 책들은 보고 싶지 않은 묘한 상황. 


아무튼 밀레니엄 1권 만큼은 스웨덴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추천할 만 하다. 책을 읽고 영화를 다시 곱씹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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