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정말 오랜만의 독서후기. 그래도 나름 명색이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데다가 더더욱 베토벤 전기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책이었다. 





베토벤

얀 카이에르스 지음 / 홍은정 옮김

도서출판 길


저자의 이름은 처음 들었는데, 벨기에 출신 음악학자이자 지휘자라고 한다. 내지의 소개에 의하면, 2013년 출간된 이 책은 현지에서 반응이 꽤 좋았다고 한다. 번역되어 소개된 베토벤 전기 중에서는 비교적 최신 성과물인 셈이다.


일단, 이 책은 흔히 말하는 '벽돌'같은 모습이다. 분량이 상당하고 묵직하다. 8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한다. 분량이 엄청나기도 하고, 너무 빨리 읽지 않고 좀 아껴두면서 읽으려고 조금씩 읽느라 다 읽는데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이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역시 베토벤, 이라는 것. 어릴 적 열심히 듣던 음악 중 요즘은 잘 듣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예전엔 이해가 잘 안가던 것이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좋게 들리는 곡도 있는데, 베토벤은 예나 지금이나,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고 들을 때 마다 새롭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베토벤에 대한 애정을 한 가득 더해지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초반 도입부에 베토벤의 장례식날 풍경을 묘사하고 그 상황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을 언급한 것은 나름 훌륭한 방식이었다. 일단 첫 장부터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끄는데 성공하고 있다. 



분량이 만만치 않다



책의 전반적인 서술방식은 딱히 어렵지 않고 번역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서 책 자체는 술술 잘 읽힌다. 시기별로 중요한 작품을 짚어주는 방식도 괜찮고, 덕분에 다시 들어보고 싶은 작품도 많아졌다. 


다만, 다 읽고 난 다음의 느낌은 뭔가 살짝 허전하다. 책의 두툼한 분량을 보고 처음 가졌던 기대감, 일종의 결정판 같은 버전을 기대했던 마음에 살짝 못미친다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베토벤 같은 사람의 일생을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아내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관점을 살짝 돌려 생각하면, 이 책 또한 지금까지 출시된 수 많은 베토벤 전기 중 하나로서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욕구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명은 다한 셈이다. 


이야기가 술술 잘 읽히는 것은 좋은데, 복잡 다단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이런 부분은 이제 알아서 정리해서 생각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책의 내용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부분을 골라내기란 쉽지 않은데 일단 앞서 언급한대로 책 서두의 장례식 장면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 외, 작품 출판관련 출판사들과 아슬아슬한, 때로는 정말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줄타기를 벌이는 상황이 흥미진진하다.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데, 저작권법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았던 상황에서 작곡으로 수익을 얻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 과정의 한 예로 제시된 일화가 현악 5중주 op.29의 출판을 둘러싼 이야기였다.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벌이는 무책임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 참 어처구니 없지만, 그 내용은 별개로 덕분에 이 작품을 제대로 들어보았다. 평소 거의 들을 일이 없던 작품이었기에 이런 것이 계기가 되어서 듣게 된 점은 확실히 좋았다.



베토벤 현악5중주 음반 - 내쉬 앙상블(하이페리온)



내쉬 앙상블이 연주한 하이페리온 음반을 찾았는데, 장만해 놓고 거의 듣지 않았던 것을 이번에 들으니 참 좋았다. 현악4중주 만큼의 걸작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한동안 종종 듣게 될 듯.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은 눈에 띄는 음반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 외.. 안톤 쉰들러가 사기꾼이라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정말 어느 정도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기를 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 몇 해를 장식하는 현악 4중주들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운데, 다만 읽다보면 출판순서의 문제 때문에 다소 혼란스러워진다. 늘 오락가락 했었는데, 덕분에 작곡순서와 출판순서는 따로 찾아보고 확실히 짚어보게 되었다.


불멸의 연인에 대한 부분은 여러 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은 큰 이변 없이 요제피네를 그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 부분은 메이너드 솔로몬의 주장도 워낙 흥미롭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은 요제피네가 맞을 것 같다. 


끝으로, 저자 자신 지휘자이기도 하기에 음반도 나와 있고 타이달이나 애플뮤직에도 올라와 있어서 들어볼 수 있긴 하나, 음반은 책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듯 하다. 






아무튼, 몇몇 부분들은 기존에 이미 나와 있던 다른 책들이 좀 더 나은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이 책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방대한 분량에 담겨진 풍부한 일화들은 분명 흥미진진하고 덕분에 술술 잘 읽히며 읽는 동안 베토벤의 음악이 마구마구 듣고 싶어진다. 분량과 가격이 살짝 부담스럽지만 클래식 음악 애호가, 특히 베토벤을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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