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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 (2019.3.26.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

by iMac 2019. 3. 30.

 

우선, 피아니스트의 이름 표기는 실제 발음을 들어보면 '크리스티안 치메르만'이 가장 근접한 것 같은데, 연주회장에는 '크리스티안 짐머만'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일단 똑같이 표기하기로 했다.



일단, 이 날의 연주회는 여러모로 새롭고 기대되는 연주회였다. 송도에 위치한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에 처음 가보는 경험인 동시에 크리스티안 짐머만을 실연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기회기도 했다. 익숙한 것도 좋지만, 새롭고 멋진 것을 만나는 경험 또한 그 자체로 신나는 일이다.

 

 

 

 

 

아트센터 인천



 

이곳을 가끔 찾아주시는 Da.님의 후기를 통해 아트센터 인천의 개관 소식을 접하고 꼭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크리스티안 지머만 리사이틀을 보러 오게 되었다.





처음으로 찾은 이곳은 과연 Da.님 후기처럼 한국의 엘프 필하모니라 부를만 했다. 전용 연주회장으로 지어진 건물로는 최신 시설이고 드넓은 호수와 송도의 미래적인 배경, 저 멀리 인천대교가 보이는 전망 속에 모던하게 자리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은 지하철로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접근시 교통체증도 거의 없고 지하 주차 공간도 최신 시설답게 광대하게 확보되어 있어 차량을 가지고 오는 것에 부담이 없다. 예술의 전당 주변의 교통정체를 생각하면 비교할 수 없이 쾌적한 공간이다. 



아트센터 인천아트센터 인천



지하에 주차하고 올라오다 보면 건물 안내도상 2층에 메인 로비가 위치한다. 이날은 건물 외관도 구경할 겸 조금 서둘러서 일찍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수령하고 바로 앞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건물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어스름 해질녘에 올려다 본 아트센터 인천의 첫 인상은 그 자체로 보는 사람을 설레게 했다. 여러 후기에서 본대로 건물 상단에 영상을 비춰주고 있었다. 광대하게 펼쳐진 주변 풍경은 사뭇 비현실적이어서 순간 이곳이 어디인가 싶을 정도. 


아트센터 인천에서 바라 본 송도 풍경



계획상 오페라하우스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멋지게 잘 완성되어서 새로운 음악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해서, 밖에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건물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멋지게 지어진 최신시설이지만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각 출입구 앞쪽 공간이 생각만큼 넓지는 않았고 건물 내에 카페테리아 같은 시설이 보이지 않았다. 음료와 물을 판매하는 임시 판매대같은 것을 운영하고는 있었는데, 앞으로 차차 시설이 활성화되고 유동인구가 많아져야 그런 시설이 들어설 것 같다. 





크리스티안 짐머만

 

 

이분은, 워낙 유명한 사람이다보니 예매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예매 개시 이후 조금 지나 취소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을 와이프가 알려줘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 보이는 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제3번 F단조 op.5


인터미션


쇼팽, 4개의 스케르초


앙코르

바체비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2악장 Largo





일단, 시작 전부터 워낙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과연 분위기가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로비에 설치된 모니터에 나오는 안내 문구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처음으로 들어가 본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의 인상은 의외로 아담해 보였다. 포근하고 동그랗게 감싸진 분위기? 실제 객석 수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보다는 작다. 2층에서 바라본 무대 모습은 생각보다 피아노가 가깝게 보여서 좋았다. 


철제 난간이 높게 솟아 있어서 처음에는 시야를 가리는 듯 했는데, 잘 보니 가동식으로 보였다. 아닌게 아니라, 공연 시작 전에 난간을 전동식으로 내리는 방식. 나름 괜찮은 방식이었다. 


드디어 무대에 등장한 짐머만. 아담한 체격에 이제는 머리와 수염이 모두 하얗게 변한 모습. 페이지 터너도 없이 혼자 넓게 펼쳐진 악보를 무슨 두루마리 처럼 둘둘말고 나타나 피아노 위에 얹어 놓기가 무섭게 첫 곡을 시작했다.





브람스의 소나타는 개인적으로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연주회 덕에 여러 번 들어보면서 예전보다는 좀 더 귀에 익숙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화음이 너무 두텁게 발라진 작품 스타일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특히나 1악장이 그런데, 이제는 이분도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생각만큼 타건이 예리하지 않았고 겹겹이 덧칠해진 화음 구조속에서 간간이 미스터치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아서, 이 길고 긴 소나타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잘 들었다. 


그 중에서도 2악장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1악장의 요란함 뒤에 찾아온 평온한 음향 세계 덕분이었나 보다. 연주회장의 울림은 일단 나쁘지 않았는데, 사실 피아노 독주의 소리만으로는 이곳의 음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인 듯 싶다.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었다. 


연주회 시작전 휴대전화 벨소리 등에 대한 안내를 하면서 연주시간 약 37분으로 안내했었는데, 연주가 끝나고 보니 실제로 거의 37분이 걸려서 신기했다.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스케르초 4곡 역시 금새 끝나버린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피아노곡은 쇼팽이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쇼팽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좀 더 투명하고 명쾌한 음향구조가 브람스보다는 맘에 들었다. 다만, 브람스와 마찬가지로 예전의 그 날선 느낌은 덜해져서 압도적인 맛은 덜했다. 


이런저런 아쉬움은 있었지만, 대단히 높은 수준의 연주임에는 분명했다. 이날보다 먼저 있었던 롯데콘서트홀 연주회 후기를 보면 감기 때문에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것 같은데, 어쩌면 몇일 지난 인천에서의 연주가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 역시 실제 연주는 현장상황에 따른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루빈스타인(쇼팽), 아라우(브람스) 음반



참고로, 연주회를 앞두고 예습을 위해 오랜만에 꺼내들은 연주들은 지금 다시 들어도 여전히 훌륭했다. 아라우(브람스), 루빈스타인(스케르초) 모두 명불허전. 루빈스타인의 스케르초야 워낙 유명한 연주이니 할 말이 없고, 아라우의 브람스 독주곡집은 요즘은 잘 보이지 않고 애플뮤직이나 타이달에서도 잘 안보여서 CD로 소장하고 있길 잘 한듯. 


이날 객석은 만석이었는데, 비교적 객석의 집중도도 높아서 큰 소음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커튼콜에서는 객석을 향해 양손 번쩍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는데, 훌륭한 관객이라는 의미였을까? 계속된 갈채에 피아노 위 악보를 뒤적이다가 악보가 없다는 시늉을 하는 유머러스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앙코르는 예전 음반으로도 녹음한 바 있는 폴란드 작곡가 바체비치의 소나타 2번 중 2악장을 연주했는데, 연주시간이 대략 9분대에 달하는 곡으로 약음으로부터 시작해서 클라이막스까지 폭넓은 음향의 진폭을 잘 보여준 훌륭한 연주였다. 






열광적인 환호속에 연주회가 끝나고 흡족한 마음으로 기분좋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주회장 자체도 맘에 들고 일단 음향도 나쁘지 않았는데, 앞서 적은대로 다른 형태의 연주를 좀 더 들어봐야 알 것 같다. 


처음 도착할 때와 달리 나갈 때에는 일시에 차량이 몰리다보니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다소 지체되었다. 진출입로 차선이 좁아서 병목 현상이 발생했는데, 나중에 나올 때 참고해야 할 듯. 또한 현재로서는 일단 주차요금은 받지 않고 있었다. 주차요금 정산기가 설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주차요금 무료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멋진 시설에서 경험한 첫번째 연주회부터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좀 더 다양하고 수준높은 공연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분쟁으로 운영과 공사도 지연되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 남은 오페라 극장 등의 시설도 무사히 잘 지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