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필하모니 & 율리아 피셔 연주회 (2019.7.7.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


지금까지 아트센터 인천에서 2번의 연주회를 보았는데, 오케스트라 연주는 드디어 처음이다. 여기에 더하여 율리아 피셔를 실물로 영접할 수 있다니, 이래저래 기대되는 연주회였다.


처음 예매할 때는 율리아 피셔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지 오케스트라 자체는 딱히 큰 기대는 없었지만, 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은 최근 베를린 필 디지털콘서트홀을 통해 보았던 베를린 필 데뷔 공연이 꽤 맘에 들어서(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 새롭게 기대가 더해졌다. 





프로그램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b단조, '미완성' D.759

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 op.67


인터미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


미하엘 잔데를링, 지휘

율리아 피셔, 바이올린

드레스덴 필하모니



언제봐도 멋진 아트센터 인천



전반부


이날의 프로그램은, 대단히 전형적이고 풍성한 구성처럼 보인다. 교향곡 둘에 협주곡 하나. 다만 프로그램 배치가 좀 애매할 것 같았는데 교향곡을 전반부에 몰아넣고 협주곡으로 끝내는 방식이었다. 


살짝 많이 보던 방식과는 좀 다르긴 한데, 미완성 교향곡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았다. 기대반 걱정반 속에 드디어 지휘자가 등장하고 연주가 시작. 얼마전 디지털 콘서트홀에서 봤던 사람을 이곳에서 실물로 보다니, 그 자체로 우선 신기.


아트센터 인천에서 처음으로 듣는 오케스트라 음향인데, 뭐라 말할 수 없이 희한한 경험이었다. 이날 앉은 자리는 3층 맨 위쪽이었는데, 결론적으로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 시종일관 뭔가 살짝 답답한 듯 하면서도 울림이 많아서 그 자체로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지만, 결코 이상적인 음향 밸런스는 아니었다. 


문제의 좌석에서 바라본 무대전경



전반부 오케스트라 배치는 바이올린이 지휘자 좌우, 베이스가 왼편 제1바이올린 뒤 쪽에 배치된 구조였는데, 전체적으로 바이올린 소리가 답답하게 들린 반면 비올라, 첼로, 베이스 등 중저음은 선명하게 잘 들렸다. 특히 베이스가 왼편에 있는데 소리는 오른편에서 들리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는, 역시나 드레스덴 필하모니는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이 아니었다. 딱히 인상적인 느낌은 없는 무덤덤한 소리. 여기에 음향상태까지 더해져서 일단 미완성은 정말 재미없었고, 베토벤은 그런대로 좀 나았다. 


베토벤의 경우 지휘자의 섬세한 해석이 돋보였는데, 곳곳에서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방식의 다이내믹, 밸런스 조절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은 소니에서 발매했던 음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전체적인 음향 밸런스가 현악과 목관 위주여서 금관, 특히 트럼펫의 존재감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내추럴 트럼펫을 기용한 보람이 없었다고나 할까? 이런 식의 음향 밸런스를 만드는 지휘자들이 있고 그러한 의도 또한 이해는 가지만 내 취향과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음향 구조의 꼭대기에 트럼펫이 뾰족하게 드러나며 꼭짓점을 찍어주기를 기대했지만 전반적으로 좀 뭉툭하게 뭉쳐있는 구조여서 아쉬웠다. 그러고 보면 베를린 필을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도 살짝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오히려 그것이 안그래도 요란한 작품의 음향 스타일과 맞물려서 흠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후반부



전반부는 그럭저럭 베토벤의 힘(?!) 덕에 넘어갔다면 사실상 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인 후반부가 어찌 될지 궁금했다. 일단 후반부는 악기 배치가 바뀌었는데 바이올린이 왼편에 모이고 지휘자 오른편에 비올라, 그 뒤편에 베이스가 배치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후반부가 시작되고 드디어 율리아 피셔의 등장. 코발트색 점프수트 같은 옷으로 시원하고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인데 체구가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고, 연주가 시작되자 작은 체구가 믿겨지지 않게 파워풀한 연주여서 또 한번 놀랐다. 


독주 바이올린이 처음 등장하는 어려운 대목도 거침없이 돌파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살짝 엇나간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흔들림 없는 연주였다. 또한 놀라운 것은 악기 배치가 바뀌면서 오케스트라 음향이 전반부에 비해 훨씬 상식적인 모습으로 정돈되었다는 것. 


소리가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역시나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들을만 한 정도였고 율리아 피셔의 독주에 가려서(!) 존재감이 아쉬웠다. 


율리아 피셔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과 힘으로 연주를 마무리하긴 했는데, 다 듣고 난 소감은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다는 것. 이것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일 것이다. 이전까지도 율리아 피셔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고 어제의 연주를 통해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연주자로서 매력적인 사람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그녀의 연주에서 묘하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영역인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선호하는 현역 바이올리니스트는 현재 이자벨 파우스트,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 쟈닌 안센 순서인 것 같다. 


객석의 열광적인 환호와 함께 연주가 끝나고 몇번의 인사 끝에 앙코르. 파가니니 무반주 카프리스 24번. 브람스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곡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선물같은 앙코르에 이어 갑자기 지휘자 잔데를링이 율리아 피셔와 같이 들어오더니 첼로 수석이 비켜준 자리에 앉아 첼로를 잡고 율리아 피셔가 바이올린을 들고 지휘대로 올라섰다. 그러고 보면 미하엘 잔데를링은 게반트하우스 등에서 첼로를 연주했었고 전설적인 지휘자였던 아버지 쿠르트 잔데를링과 드보르작 협주곡을 협연했던 영상도 있다. 


아무튼 정말 깜짝 선물같은 이벤트였는데, 율리아 피셔가 바이올린을 함께 연주하며 지휘하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을 연주했다


지휘대에 선 율리아 피셔 / 첼로를 잡은 미하엘 잔데를링



연주가 다 끝나고 자리를 비켜주었던 첼로수석이 꽃다발을 들고 들어와 지휘자에게 건넨다. 이번 투어가 잔데를링이 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던 임기를 끝내는 일정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러한 의미를 담은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훈훈하게 마무리. 





결론. 역시 드레스덴에서는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을 찾아야 한다는 것. 미하엘 잔데를링은 다른 오케스트라와의 조합으로 좀 더 만나보고 싶다. 아쉽지만 여전히 율리아 피셔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 아트센터 인천에서의 오케스트라 음향은 좀 더 다른 자리를 옮겨 가면서 확인해봐야겠다 것. 후반부는 그럭저럭이었지만 전반부는 정말 희한했다. 그래도 예술의 전당 보다는 훨씬 나은 소리였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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