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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대구국제오페라축제 - 니벨룽의 반지 3 : 지그프리트

by iMac 2023. 3. 14.

한글 표기 방식은 지금까지 '지크프리트'가 더 익숙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지그프리트'를 사용하고 있어서 역시 그렇게 적었다. 독일어 발음을 생각해 보면 어느 쪽도 정확하지는 않은데 '지그프리트'도 나름 일리는 있는 것 같다.

어느덧 세 번째로 방문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 널찍하고 쾌적하게 조성된 주변 환경도 마음에 든다. 다만 숙소랑 아주 가깝지는 않았던 점이 살짝 아쉽긴 했으나 그럭저럭 걸어 다닐만했다.

 

2022.10.19. 지그프리트 - 대구오페라하우스

지그프리트는 처음부터 뭔가 불안했다. 지그프리트역을 맡은 크리스티안 프란츠는 일단 노장인 데다가 체격조건이 지그프리트라기보다는 미메스러운 모습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서 캐스팅 명단에서 이 사람을 보는 순간 뭔가 싸~ 했다.

실제로 막이 오르니 미메가 지그프리트보다 체격이 더 건장하다는 아이러니. 미메역 성악가도 성악 연기가 라인의 황금에서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고 지그프리트도 발성이 무겁다 보니 둘이 함께 하는 장면에서 블랙코미디스러운 맛이 잘 살아나지 않아 아쉬웠다. 

연출에 있어 무대에서 객석 쪽으로 빔을 쏘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게 하필 내가 앉은 방향으로 붉은색 빛이 비쳐서 눈이 부신 순간이 많았다. 가수들도 썩 맘에 안 드는데 눈도 부신 데다 설상가상으로 컨디션 관리까지 실패해서 공연 내내 좀 힘들었다.

발퀴레까지 무사히 관람을 마친 탓에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공연에 임했나 보다. 역시 바그너는.. 체력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공연에 임해야 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지그프리트는 반지 초심자인 와이프 입장에서는 가장 재미없는 부분이었다.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이건 사실 어쩔 수 없다. 

지그프리트역이 너무 나이 든 아저씨여서 비주얼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안 되긴 했지만.. 3막에서 브륀힐데가 눈을 뜨는 장면에 바닥에 널브러진 악기들이 모든 감각이 살아난 듯 일제히 공중부양하는 장면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역시 수요일 저녁 7시에 시작해서 자정을 넘겨 끝난 공연. 완성도는 가장 아쉬웠으나, 갈수록 점점 기술적으로 어려워지는 반지의 특성상 이 정도로  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그걸 눈앞에서 보았다는 자체로 역시 대단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 열광적인 객석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관객들은 늘 관대하고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주는 편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