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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대구국제오페라축제 - 니벨룽의 반지 2 : 발퀴레

by iMac 2023. 3. 13.

원래 이런 감상은 공연 직후에 올렸어야 맞는데, 이런저런 사정상 포스팅이 늦어지다 보니 대략적인 감상만 올릴 수밖에 없어 아쉽긴 하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올려본다.

 

2022.10.17. 발퀴레 - 대구오페라하우스

전날 일요일 오후 3시에 있었던 라인의 황금에 이어 다음날인 월요일 오후 7시에 열린 발퀴레 공연. 지금 생각하니, 문득 얼마 전 연광철 씨 인터뷰 내용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일찍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오페라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없다는. 

이를테면, 빈 슈타츠오퍼였으면 5시에 시작해서 10시 무렵 끝났을 텐데, 우리나라 사정상 월요일 저녁 7시에 공연 시작하는 것도 상당히 빠듯한 셈이다. 덕분에 자정 무렵 끝난 공연.

오페라단 소속 가수들의 사정상 전날 출연했던 가수들 상당수가 다시 등장했는데, 기분 탓인지 실제 성악가 컨디션 탓인지 전날 그렇게 좋게 들었던 목소리들도 발퀴레에서는 그럭저럭이었다. 

연출 또한 시각적인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전날 라인의 황금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3막에 등장하는 저 유명한 발퀴레들의 장면은 깔끔한 펜싱복장의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발퀴레의 기행 장면을 실제로 오페라 극장에서 보다니!

오케스트라는 서정적인 솔로가 많이 나오는 1막에서 살짝 기량이 아쉬웠고 지휘자(만하임 오페라 음악감독 알렉산더 소디)의 해석도 전반적으로 그럭저럭 무난한 템포 운용이어서 신기한 맛은 덜했지만, 역시 앞서 적었듯 실제로 이 작품 전막을 감상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한글자막이 잘 제공되고 있는 점도 공연 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와이프는 역시나 반지 초심자(?) 답게 발퀴레에서 가장 깊이 감정이입을 한 듯 했다.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비극적인 운명도 그렇고 특히나 가장 아끼는 딸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보탄의 고뇌, 그렇게 떠나가는 브륀힐데의 마지막 모습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바그너, 당신은 도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자정이 다 된 시각까지 그 많은 관객이 진지하게 공연을 감상하는 분위기도 참 인상적이었다. 이런 경험을 이곳에서 하게 되다니.. 그러고 보니 벌써 두 번째 공연이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