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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대구국제오페라축제 - 니벨룽의 반지 1 : 라인의 황금

by iMac 2023. 3. 13.

작년 연말 이전에 올렸어야 하는데 점점 늦어져서 어느새 3월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무튼 작년에 경험했던 일 중 가장 뿌듯했던 경험의 순간.

 

니벨룽의 반지

살면서 대구는 예전에 상가집에 갈 일이 있어서 20년도 더 전에 잠시 들른 적이 유일했다. 작년 10월 1주일 남짓 기간 난데없이 대구에 내려가서 지내게 된 경험은 정말 뜻밖이면서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독일 만하임 오페라단이 우리나라, 그것도 대구까지 가서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공연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그 많은 인원이 대구까지 가서 공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상황.

나중에 반지에 대해 따로 포스팅하고 싶은데, 이 공연에 대해 알기전인 작년 여름동안 어쩐 일인지 반지를 열심히 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지그프리트를 좋아하게 된 것이 큰 수확. 여름 내내 나도 모르게 반지 공연 볼 준비를 마친 셈이었다.

다만 같이 사는 사람(?)이 반지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는데, 덕분에 가기 전 한 달 남짓 나름 열심히 대본집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한글자막 블루레이 영상(바렌보임/라 스칼라)도 보고 하면서 공부까지 했다. 

어쨌거나 전체 사이클 모두를 예매하고 덤으로 대구까지 갔으니 주변 경주, 부산까지 둘러보는 일정으로 계획을 짰다. 경주 또한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이니 역시 오래되었다. 공연 감상 외 여행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해야겠다.

 

2022.10.16. 라인의 황금 - 대구오페라하우스

숙소에 짐을 맡기고 대구오페라하우스에 도착. 예전 어렴풋한 기억에도 대구가 꽤 큰 도시로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가 보니 정말 크고 쾌적해 보였다. 단, 여름이 아니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대구오페라하우스 2층 중앙 블럭에 자리를 잡았는데, 음향이 생각보다 들을만해서 깜짝 놀랐다. 사실 음향이 가장 먼저 걱정이었는데 귀를 피곤하게 하지 않으면서 들릴 거 잘 들리는 나쁘지 않은 음향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만큼 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향은 서울 공연장에서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놀라웠다. 

한국인 연출가 요나 킴의 연출은 여러 악기들이 무대 소품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무대 위를 돌아다니는 카메라맨이 촬영하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무대에 비춰주는 방식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라인의 황금이 가장 재미있었다. 

전주곡이 시작되고 실제 이 작품을 눈앞에서 보고 듣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이런저런 소소한 아쉬움이 없진 않겠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 이 작품을 실제로 감상한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함께 간 와이프도 정말 좋아해서 다행. 

대구에 사시는 와이프 지인분도 우리 소식에 라인의 황금을 예매하셨는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재밌었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작품 전체의 시작으로서 라인의 황금이 가지는 매력과 역할을 새삼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