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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2022년 하반기 연주회 후기 - 3

by iMac 2023. 3. 14.

니벨룽의 반지에 이어지는 2022년 하반기 연주회 후기. 마무리를 위해 좀 더 서둘러야겠다. 이번 후기의 장소는 모두 다르다. 

2022.11.4.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자리는 합창석, 지난번 귀르체니히와는 반대편에 위치는 맨 뒷줄에 앉았는데 역시 사각지대가 생기고 음향이 좀 균형이 맞지 않는 점은 있으나 결론적으로 지난번보다는 훨씬 나았다. 합창석에 앉는다면 음향적인 측면에서 맨 뒷줄이 나은 듯.

2014년 세월호 때도 취리히 톤할레 연주회 때 바흐의 에어를 추모곡으로 듣고 묵념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도 연주회 얼마 전에 발생한 가슴 아픈 일 때문에 또 같은 곡을 빈 필이 연주하는 것으로 듣고 역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휘자 이하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 숙연한 분위기. 이렇게 함께 마음 아파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전반부 브람스 비극적 서곡 - 교향곡 3번은 그럭저럭, 아니 내 취향에는 딱 좋았다. 선명한 음향에 이 지휘자의 요즘 스타일 그대로 질질 끌지 않고 단도직입적인 해석. 교향곡 3악장에서 오보에가 살짝 난조였는데 4악장 초입에 서둘러 리드를 교체하는 모습을 보았다. 리드가 말썽이었던 듯.

후반부 짜라투스트라는 그러고 보니 실연으로 처음, 그것도 빈 필의 연주로 듣게 되었다. 오르간도 없는 이곳에서 어찌할까 했는데 무대 옆에 설치된 스피커가 그럴듯했다. 좀 더 화끈한 폭발이 아쉬웠다는 감상도 있던 것으로 아는데 이만한 연주를 국내에서 언제 또 들을 수 있겠나 싶다.

한동안 시큰둥했는데.. 기대 없이 가서 그랬는지 의외로 만족스러웠던 연주회. 

 

2022.11.11.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클래식음반 좀 들었다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보는 순간 딱 감이 오는 이름 중의 하나인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아르농쿠르, 아바도 등의 거장들의 유명한 녹음이 떠오르는 바로 그 단체를 실연에서 보게 되다니.

결론부터 - 명불허전. 베토벤 교향곡 하면 아르농쿠르와 함께 했던 이제는 전설이 된 전집 녹음이 생각나는데 이날 연주에서도 내추럴 트럼펫이 엄청난 위력을 뿜어냈다. 단, 연주홀 특성상 고음역에서 귀가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엔 그렇게 음향이 좋게 들리더니 몇 번 가볼수록 딱히 좋은지도 모르겠다.

피아니스트는.. 거두절미하고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이상하지.. 좋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아무리 들어도 잘 모르겠다. 피아노는 그런대로 잘 치는 것 같긴 한데, 음색이 예쁜 것도 아니고 음악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잘 만드는 것도 아니고.. 4번 협주곡이 새삼 어려운 곡이라는 것만 깨달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끝나지 않는 듯 지루했다. 앙코르로 연주한 비창 2악장마저 지루하게 들렸으니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시점 기준으로는, 내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는 연주자인 듯.

 

2022.11.24. 롯데콘서트홀

이 분은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이런저런 감상평을 적는 것이 송구스러울 지경. 연세가 좀 더 드셔서 살짝 걱정했었는데, 내공이 여전하셔서 깜짝 놀랐다.

메인 프로그램이 프랑크였는데, 솔직히 요즘 이 소나타에 대해 좀 질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걱정을 보기 좋게 날려주셨다. 다만, 반주자는 확실히 레벨이 맞지 않아 보였다. 대등한 수준이어야 하는데 빠듯한 반주자 수준. 하긴 프랑크의 피아노 부분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곡이니..

이 연주회장은 그리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 음향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 하긴, 국내 연주회장 중에 내 귀에 좋게 들린 곳이 한 군데도 없긴 하다 - 이 날은 그래도 가장 좋은 소리를 들었다. 딱 이 정도 편성이어야 듣기 편안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