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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대구국제오페라축제 - 니벨룽의 반지 4 : 신들의 황혼

by iMac 2023. 3. 14.

처음에는 언제 끝나나 혹은 실제로 이걸 보는게 맞나 하는 기대, 흥분으로 시작했는데 역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어느새 마지막 공연날이 다가왔다.

처음 시작 라인의 황금처럼 일요일 오후 3시에 시작하는 마지막 공연. 이전 두 공연과 달리 훤한 낮에 오페라하우스로 향한다.

 

2022.10.23. 신들의 황혼 - 대구오페라하우스

신들의 황혼은 반지 중에서 바그너의 대본 작업순서상 가장 먼저 이루어진 덕에 그나마 가장 전통 오페라에 비슷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안나오던 합창단도 나오고.. 역시나 길고 작곡기법상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긴 하지만 오히려 가장 쉽게 술술 잘 들을 수 있기도 하다. 

지그프리트역은 지그문트역을 불렀던 조너던 스타우턴이 다시 나와주었다. 그 외에 하겐역에 예전 아틸라 전으로 유럽무대에서 활동했던 우리나라 성악가 전승현이 출연해서 압도적인 가창을 들려주었다. 

그동안 포스팅에서 생략했지만 만하임 오페라 소속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성악가도 여럿 출연해서 많은 활약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프라이아, 훈딩 등등) 세계속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음악인이 정말 많다는 점을 새삼 실감했다.

신들의 황혼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멋진 장면들이 넘쳐나는데, 특히 실연으로 듣는 장송행진곡의 음량이 압도적이었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엄청난 음량을 접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실연의 위력을 실감했다. 

마지막 장면은 브륀힐데가 객석의자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이 커다란 스크린에 투사되면서 객석의 관객과 마주보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사뭇 인상적이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그런 느낌?

8시를 넘겨 끝난 공연 후 이어지는 커튼콜.. 그리고 마지막에 무대위로 모두 올라온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감회가 남달랐다.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는 표현대로, 나 또한 그곳에 있었노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1주일간에 걸친 대장정이 끝났구나.. 끝났어도 끝났음이 실감나지 않는 느낌. 2022년에 경험했던 비교대상이 없는, 가장 인상적이고 행복했던 음악적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