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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교향곡 제5기 #3 - 미국산 베토벤

by iMac 2017. 3. 25.


미국 오케스트라


편견이라면 편견이고, 취향이라면 취향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미국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뭐랄까, 정통파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일까? 음색이 다분히 미국적인 외향적인 화려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토스카니니/NBC 심포니


토스카니니와 NBC심포니는 2차대전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그것도 아주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전쟁에서도 그랬듯이 바야흐로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시대가 된 것이다. 푸르트벵글러도 전곡 녹음을 제대로 다 해내지 못했을 상황에서 토스카니니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 만 해도 전곡 사이클이 두 종류나 된다. 


앞서 39년 실황 전집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토스카니니 컬렉션 세트 맨 첫번째 부분에 포함된 베토벤 교향곡집은 1949년부터 1953년 사이에 이루어진 연주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 세트는 토스카니니의 녹음을 모아 놓은 것은 좋은데, 베토벤 녹음만 놓고 보면 녹음이 이리저리 중간중간 섞여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 2017/02/19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3기 #1 - 토스카니니/NBC심포니 (Music & Arts) )


맨 첫 부분 베토벤 교향곡 1~9번 중 3번만 굳이 1949년 녹음을 포함시킨 것이 그렇다. 1953년의 3번은 한참 지나 중간의 29번 CD에 수록되어 있다. 1949년의 3번이 좀 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연주임에는 틀림없지만 아무튼 보기에 좀 불편한 것은 사실. 역설적으로 이미 1950년대에 이르러 토스카니니 역시 전성기는 지난 듯한 느낌이다. 


칼날같은 단호함은 여전하지만 1939년 세트의 무자비함에 비할바가 아니며 이런 식의 접근법도 어딘지 살짝 식상한 느낌마저 든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던가? 객관적으로는 여전히 굉장한 연주임에 틀림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경외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브루노 발터/뉴욕 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이 세트는 어디에 포함시켜야 할지 좀 망설였던 케이스인데, 케이스 표지에 자랑스럽게 전곡이라고 써놓기는 했는데 여전히 오롯한 전곡녹음은 아니다. 1947년부터 1953년까지 녹음으로 전적으로 50년대 녹음도 아닌데다 이상하게 6번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이다. 그나마 보너스로 3번 & 5번의 1941년 녹음이 추가되어 있다. 


발터 역시 2차대전 직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케이스로서, 미국에 건너간 사람들이 다 잘된 건 아니었지만(바르톡을 보라) 발터는 결과적으로 비버리힐스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냈으니 제법 잘 된 경우에 해당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말년의 발터가 컬럼비아 심포니와 남긴 푸근한 녹음들을 바탕으로 온화한 인격자로 칭송되던 분위기였는데, 최근에 차츰 접하게 된 다른 자료들에 의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 


객관적으로 음반을 통해 듣는 연주의 성패만으로 판단해야지 연주의 훌륭함에 대한 칭찬과 음악가 개인의 성품에 대한 칭송을 혼동하는 것은 음악감상과는 전혀 관계 없는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사람 성격이 그렇게 별로였다는데 토스카니니와 친했다는 이야기도 미스테리. 내가 알고 있는 이런 이야기도 정말 정확한 것인지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토스카니니도 모순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으리라.


어쨌거나, 발터의 모노 시절 뉴욕필이 중심이 된 베토벤 교향곡 녹음은 일단 나름 나쁘지는 않다. 적당히 긴장감이 감돌고 무엇보다 어딘지 어설프게 들리는 컬럼비아 심포니의 앙상블보다는 그래도 뉴욕필의 연주력이 더 낫게 들린다. 하지만 어딘지 좀 더 옛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5번의 1악장 제시부 반복을 건너뛰는 것은 훗날의 컬럼비아 심포니 녹음과 마찬가지. 녹음상태도 썩 최상급은 아니고 결정적으로 계속 듣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부족하다. 


왜 그런 것일까? 결론적으로 미국 오케스트라의 연주여서 그럴까? 음악을 듣는데 있어 굳이 '답'을 찾을 이유는 없을 테지만 포지션 자체가 애매하다. 자연스러운 조형능력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토스카니니 보다 더 나은 점도 있지만 보다 강렬하게 포효하는 연주는 아니기에 살짝 지루하다. 녹음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데 안좋은 녹음을 극복하고 계속 듣고 싶게 만들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 이래저래 현재까지 미국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중 최고는 토스카니니의 1939년 전곡 연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