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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제1번 op.107

by iMac 2017. 6. 13.


첼로 콩쿨, 그2


앞서 퀸 엘리자베스 콩쿨 준결선 곡 관련 하이든 첼로 협주곡에 대해 포스팅했었다. 이제 결선곡이 남아 있는데,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연주하고 프로그램은 지정곡인 현대곡 1곡에 자신이 선택한 협주곡 1곡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연주자들이 선택한 곡들을 보면 슈만, 드보르작, 쇼스타코비치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쇼스타코비치를 많이들 선택하는 것을 보니 어느새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이 요즘의 트렌드가 되었구나 싶었다. 


한 번의 연주로 평가받아야 하는 콩쿨의 특성상 어쩐지 슈만은 너무 어렵고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보통 내공이 아니고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고, 드보르작이야말로 일반적인 인기로 따지자면 첼로 협주곡의 정상에 우뚝 선 곡이지만 콩쿨에서 연주하기에는 왠지(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 너무 유명하고 뻔한 선곡인 것 같다. 물론 역시 만만치 않은 곡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엘가도 생각나긴 하지만 이건 또 슈만과 비슷해 보인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쇼스타코비치가 딱인 것 같다. 어찌되었든 연주효과가 훌륭한데다 테크닉의 과시라는 점에서도 부족함이 없고 적당히 현대적이기에 뻔한 느낌도 없으니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되는데 실제로도 쇼스타코비치를 많이들 선택했다. 





심사위원들 그리고 음반


이번 콩쿨의 최종 결선과정에 모인 심사위원단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기 그지없는데, 재밌는 것은 심사위원들 상당수가 녹음한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음반을 애플뮤직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 거기에 고티에 카퓌송은 마침 콩쿨 예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무렵 베를린 필과 이 작품을 협연하기도 했다. 


콩쿨 결승 진출자들의 연주도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훌륭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카퓌송과 베를린 필의 협연영상을 보니 뭐라 설명하기 힘든 격차가 분명히 감지된다. 취향에 따라서는 분명 카퓌송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현재로서 충분히 완숙한 경지에 오른 연주자가 분명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외 나탈리아 구트만(선 굵은 연주로는 최고!!), 트룰스 뫼르크, 미샤 마이스키 등의 연주가 애플 뮤직에서 눈에 띈다. 그 중에서 미샤 마이스키의 것은 이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음반이었다. 이 작품은 특히 1악장이 대단히 매력적인데, 처음 듣는 순간부터 그 특유의 리듬에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이 작품의 문제라면, 1악장까지만 신나게 듣고 그 이후로는 진도가 잘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2악장이 가장 긴데, 나는 늘 쇼스타코비치의 느린 악장에서 길을 잃고 만다. 느린 악장이 원래 구조 파악이 쉽지 않은 편이지만 쇼스타코비치는 나에게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연주자는 물론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정신줄을 놓지 말고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그래도 이번 콩쿨을 통해 여러 차례 들으면서 3부 형식인 2악장의 구조가 그럭저럭 이해가 되었다. 금관악기 중에는 호른만 사용된 것도 이번에서야 깨달았다. 특히 1악장에서 이러다 호른 주자의 호흡이 끊어질 것 같이 들리는 대목이 있다.





재미있고 연주효과도 좋은 곡임은 분명한데, 의외로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녹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리듬이 미묘해서 자칫하면 너무 무겁고 굼뜨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게 처리될 수 도 있고 템포 설정도 까다로워 보인다. 초연자인 로스트로포비치의 녹음이 개인적으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아쉽다. 


첫인상인 마이스키가 아주 잘했는데 약간 녹음이 축축한 느낌이어서 조금만 더 선명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이리저리 찾다 들은 것이 엠마뉘엘 베르트랑의 음반인데 나름 괜찮긴 한데 때때로 선이 조금 가늘게 들리는 점이 약간 걸린다. 뫼르크는 잘하긴 했는데 녹음이 좀 건조한 편이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멋지게 지휘했던 바실리 페트렌코의 지휘이다 보니 더더욱 아쉽다. 





이리저리 찾다가 불현듯 장한나가 생각났다. 프로코피에프의 협주곡을 근사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애플뮤직에서 찾아보니 겨우겨우 쇼스타코비치 컴필레이션 음반에 수록된 것을 찾았다. 컴필레이션이긴 해도 전곡이 수록되어서 다행인데 아무튼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파파노의 지휘에 대해 요즘은 다분히 회의적인 입장이 되긴 했지만 반주로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전반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아쉬움이 해소된 스타일이어서 더욱 좋게 들린 것 같은데, 그 어떤 연주들 못지않게 호쾌한 운궁이 무척 매력적이다. 그녀가 이제 더이상 활을 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아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