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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3, 14, 15

by iMac 2017. 6. 14.


13곡 우편마차 (Die Post)


앞서 슈베르트가 처음에는 전체 시를 12개로 알고 12곡으로 만들었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시도 곧 알게 되어서 전체 24곡으로 완성되었는데 숫자도 그렇고 작곡 배경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12곡씩 두 부분으로 묶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 출판 악보에는 판본에 따라 아예 1부, 2부라고 표기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보스트리지 자신도 12곡까지 부른 다음 잠시 틈을 주고 넘어가기도 했다고 하는데, 함께 공연했던 피아니스트 안스네스가 피아니스트로서 이렇게 긴 시간 앉아서 연주한 곡이 없다고 말한 일화도 전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다. 협주곡이나 독주곡, 실내악 레퍼터리 중 어지간해서 피아니스트가 70여분 동안 내내 앉아서 연주하는 곡은 달리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우편마차는 12곡 '고독'의 한없이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돌연, 활발하게 움직이는 마차바퀴 같은 악상으로 전환한다. 간만에 들뜬 분위기인데, 편지가 오지도 않을것을 잘 알면서도 어쩐지 들뜨게 되는 우편마차를 바라보는 기분이라니. 




이 장에서도 몇 곡이 더 추가로 소개되고 있지만, 그 보다는 나팔 소리와 연관된 이야기가 더 흥미를 끈다. 나팔소리, 특히나 저 멀리서 은은히 울려 퍼져오는 나팔소리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나팔소리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로 넘어간다.


클레멘스 브렌타노(Clemens Brentano, 1778~1842)아힘 폰 아르님(Achim von Arnim, 1781~1831)이 공동으로 편집한 독일 민속시와 노래 모음집인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Des Knaben Wunderhorn, 1805)의 제목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뿔피리는 풍요의 뿔을 가리키는 것으로, 넣어둔 재물이 줄어들지 않는 풍요의 뿔이라는 뜻이니, 민속문화를 모아놓은 모음집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가득 담겨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뿔피리 이야기와 함께 자주 볼 수 있는 유명한 그림도 한켠에 소개된다. 모리츠 폰 슈빈트(Moritz von Schwind, 1804~1871)가 그린 '소년의 마법 뿔피리'(1848)가 그것으로, 말러가 작곡한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음반 표지 사진으로도 종종 보게 되는 낯익은 그림이다. 간만에 말러의 음반도 잠깐 들어본다.



14곡 백발 (Der Greise Kopf)


14곡 백발은 다시 가라앉는다. 제목인 'Der Greise Kopf'라는 표현이 재미있는데, 글자 그대로 옮기면 '회색 머리' 정도일 것 같다. 추운 겨울 눈보라를 맞으며 가다보니 머리에 달라붙은 눈이 하얗게 얼어붙어 흡사 백발처럼된 상황인데, 나이들었다고 좋아하다가(?!) 얼음이 녹아 다시 검은 머리가 되자 아직도 살 날이 많이 남았다고 한탄(!?)하는 아이러니한 내용이다. (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얼마나 더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 장에서는 피아노 반주부의 화성 진행에 대한 분석과 함께 제목인 '백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백발현상, 그것도 아주 단시간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백발로 변해버린 사례에 대한 일화들이 소개된다. 과학적으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듯 한데 실제 단기간 백발로 변해버린 사례들이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이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6개월만에 완전 백발이 되어버린 타이타닉호 생존 승무원의 사진도 실려 있다)



15곡 까마귀 (Die Krähe)


이름만 들어도 불길함의 상징처럼 들리는 까마귀. 겨울나그네 속에서 이미 까마귀는 8곡 뒤돌아보기(나그네에게 돌을 던지는 까마귀), 11곡 봄의 꿈(까악까악 울어대어 꿈을 깨버리는 까마귀)에 이미 등장한 바 있는데, 이제는 흡사 죽음의 그림자처럼 화자의 주변을 맴돈다. 죽기를 기다렸다가 뜯어먹을 기회를 노리는 것 처럼. 


아름다운 피아노 반주로 진행되지만 노래는 다분히 몽환적이고 관조적인 분위기로 시작한다. 몽환적인 노래는 나른한 무기력함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고조되어 정점에서 토해내듯 힘껏 외친다. 마지막 마무리가 소름끼친다. 무덤까지 따라오라니. 가사를 생각하지 않으면 노래 자체는 매력적이다. 술술 잘 넘어가며 어느새 끝나 다음 곡으로 넘어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