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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빈 카페 음악회 '왈츠' - 더 필하모닉스

by iMac 2017. 10. 22.

뒤늦은 만남 - 더 필하모닉스


와이프가 유투브 서핑 중에 우연히 발견해서 알게 된 더 필하모닉스. 찾아보니 200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주로 빈 필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 외에 베를린 필 첼리스트인 슈테판 콘츠가 합류한 소규모 앙상블 그룹이다. 현악4중주 규모에 더블 베이스, 피아노, 클라리넷 등이 편성에 따라 더해지는 소규모 그룹이지만 연주자들의 면면이 과연 최정상의 실력파들인만큼 연주 수준이 만만치 않다. 

최근의 활동은 수석 바이올린이 베를린 필 악장인 미국인 노아 벤딕스로 바뀌고 좀 더 젊은 이미지로 전환한 듯 단체명도 Philharmonix로 조금 달라졌다.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최초 리더인 빈 필의 티보르 코바츠(Tibor Kovac) 아저씨가 훨씬 마음에 든다. 

최초 구성된 멤버들의 면면은 뭐랄까,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그 주변국 출신들의 집합체로서 전형적인 빈과 그 주변국 혹은 집시, 클래즈머(유태계 음악)을 중심으로 그 외 탱고나 영화음악, 등등 귀에 익은 유명 선율(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 까지 거침없이 외연을 확장해서 멋들어진 연주를 들려준다.

'뒤늦은 만남'이라고 제목을 지은 것은 꽤나 오래 전부터 활동한 단체인데 불과 얼마 전에서야 알게 되어서이다. 찾아보니 2013년에 내한해서 옐로우 라운지에서 공연도 했었다고. 뒤늦은 만남에 미안함과 아쉬움에 이리저리 음반과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카페 슈페를 

이러한 놀라운 실력을 바탕으로 흥에 겨운 연주를 들려주는 멋진 팀인데, 유투브 영상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바로 빈의 유서깊은 카페 슈페를에서 촬영한 영상물. 빈 여행시 들렀던 곳이기에 낯익은 입구 풍경 부터 보자마자 그 자체로 반가움과 즐거움이 되살아났다. 

2017/02/13 - [Travel/europe] - 2016 비엔나 #14 (2016.5.23) - 카페 슈페를, 부르크공원, 알베르티나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Accentus 레이블에서 발매한 블루레이가 출시되어 있었다. 2011년 3월 9일 촬영되었다고. 낯익은 오페라 극장에서 나와 트램을 타고 까페 슈페를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들이 현장에 가 있는 듯 생생해서 시작부터 빈에 다시 간 듯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취향에는 빈이 최고의 방문지인듯. 



프로그램은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 크라이슬러, 고도프스키 그리고 리더인 티보르 코바츠가 편곡한 유태 전통음악 스타일로 작곡한 Yiddish Mame라는 곡도 포함되어 있다. 어찌나 이토록 재주가 많으신 것인지 놀라울 따름. 특히 이 영상에서 사용한 편곡은 쇤베르크, 베르크, 베베른 등 신 빈악파 거장들이 소편성 앙상블용으로 편곡한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데 표지 디자인부터 그림에도 조예가 있었던 쇤베르크가 그린 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뒷모습을 그린 스케치를 사용하고 있다. 





연주는 두말하면 잔소리. 그 와중에 우리 부부가 찾아서 앉았던 그 자리의 모습을 다시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연주자들 모두 실력이 출중함은 물론, 정말 중요한 것이 흔들림 없는 연주와 그 연주 자체를 오롯이 스스로 즐기는 흥겨운 모습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점이다. 10곡 정도 되는 수록곡이 끝나고 부록으로 10분 남짓한 다큐멘터리가 포함되어 있는데 쇤베르크가 이런 편곡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인데 구성 자체는 딱히 재미있지는 않지만 12음 기법 같은 어려운 작품만 발표해서는 살아가기 힘들었던 쇤베르크와 그 주변인들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경제적 수입을 위한 활동의 결과물이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음반들

여기까지 보고 나서 음반은 없나 찾아보니 애플뮤직에 두 종류가 보인다. Fascination Dance(DG, 2011), Oblivion(DG, 2013). 둘 다 멋지고 영상물에서 본 곡들도 여럿 수록되어 있다. 음반쪽이 수록곡이 더 많다 보니 편곡도 보다 다양해서 흥미로운데 두 음반 중에서는 약간의 우열이라면 나중에 나온 Oblivion 쪽이 좀 더 흥미롭긴 하다. 듣다 보면 세계 최정상 급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흥겨운 선율의 흐름 속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블루레이 쪽이 빈의 카페 모습도 볼 수 있고 보다 생동감 있고 재미있는데 음반 쪽도 즐거운 선율 속에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어느 쪽이든 적극 추천!




PHILHARMONIX로 이름이 바뀐 최근활동 모습들. 곧 신작앨범이 나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