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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프랑크 : 교향곡 d단조 (로린 마젤)

by iMac 2007.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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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 교향곡 D단조

1악장 : Lento - Allegro non troppo
2악장 : Allegretto
3악장 : Allegro non troppo

로린 마젤, 지휘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 1961년 (DG)


프랑크의 교향곡을 진심으로 경애해 마지 않게 된 것을 넘어 정말로 좋아하게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인 것 같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하던 때의 추억을 되새겨 보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막 들어가던 무렵이 아닐까 싶은데 처음 접한 음반은 역시 DG 녹음으로 바렌보임 지휘의 파리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수록된 테잎이었다. 아직 CD로는 발매되지 않은 듯.

지금까지도 나에게 가장 기나긴 기간에 걸쳐 좌절감을 안겨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말러의 1번이나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던 브루크너의 4번 교향곡도 어느정도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유독 이 작품만큼은 난공불락이었던 것이다. 초반 2~3분 정도의 서주를 지나 본론으로 막 진입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 헤매기 일쑤여서 진도가 전혀 나아가질 않았다. 그러다가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졸업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에 이제 좀 귀에 들어온다 싶어 기뻐하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무렵에도 이 작품을 정말로 좋아하거나 최소한 귀에 익힌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당시의 감상이 전혀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CD로 넘어오고 나서는 한동안 멀어졌는데 마땅히 맘에 드는 연주가 없었던 탓이 크다. 몽퇴/시카고 심포니의 연주가 CD로는 첫만남이었는데 왠지 정감이 가지 않았다. 너무 빠른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 다시 들어보면 이제는 좀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이면서 독일적인 교향악을 지향했던 작품치고는 좀 접근법이 가벼운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카라얀/파리 오케스트라(EMI)의 연주는 더더욱 실망스러운 것으로 카라얀은 '관능적 표현=느린 템포'라고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너무너무 느리다. 느리다는 것 외에는 느껴지는 바가 없으니.. 카라얀은 이 작품에 전혀 이해가 없었던것 같다. 파리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취임기념으로 녹음한 체면치레 수준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하여튼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재미없는 연주.

그나마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역시나 푸르트벵글러/빈 필(데카)의 연주 덕분이었으니 불과 2~3년전의 일이다. 이 때 비로소 1악장 전개부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려한 절정부를 음미하게 되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스테레오에서 좀 좋은 연주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국내 음반 매장의 디스코그래피는 정말 빈약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프랑크라는 작곡가칸 자체가 적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 와중에도 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음반이 바로 마젤의 것인데 궁금하게 생각하면서도 지금껏 손이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때문일텐데 오랜 망설임 끝에 집어든 이 음반이 지금껏 들어본 중에 최고의 연주일 줄이야! 이래서 선입견이 무섭다는 것이다. 눈앞의 보석을 놔두고 다른 것을 찾게 만들고 있었으니..

사실 이 연주당시의 마젤은 1930년생이니까 이제 막 30을 넘긴 신진기예였던 것이다. 이 음반에 실린 연주는 지휘신동 출신이었던 마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프랑크의 교향곡이 만들어내는 묘하게 관능적인 소노리티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고 있다. 카라얀처럼 강박관념에 매여있지 않고 균형잡힌 시선이 정말 기가 막히다. 오케스트라의 묵직한 울림 또한 일품이며 프레이즈를 단호하게 다듬어서 관능성에 함몰되지 않는 구조적인 짜임새 또한 훌륭하다. 좋다는 말은 전부 가져다 붙여도 좋다 싶을 정도.

함께 수록된 베를린 필과의 멘델스존 교향곡 제5번 역시 압도적인 연주인데 다 듣고 나면 좀 묘한 생각이 든다. 마젤은 은퇴할 시기를 놓친것이 아닐까.. 하는. 몇년전 뉴욕필과의 연주회에서 보여준 무미건조함을 생각하면 마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심오한 경지에 도달한 거장이 된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재기만을 상실하고 매너리즘만 남은 것이다.  비슷한 류의 지휘자로 메타가 떠오른다. 안타깝다.

요즘의 아쉬움과 달리 이 음반에서의 마젤은 정말 최고다. 오늘날 비슷한 연령대의 신예 지휘자로 대접받는 하딩이나 두다멜등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경이적인 실력이었다. 아무튼, 푸르트벵글러의 연주와 마젤의 이 음반만 있으면 프랑크의 교향곡은 더 이상 아쉬울게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