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두고 이른바 '대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귄터 반트가 90년대 초반에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DSOB)를 지휘한 실황 연주회 세트. 녹음장소는 콘체르트 하우스와 베를린 필하모니인데 필하모니쪽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야말로 정통 독일파 레퍼터리들로 구성.
VOL 1. 브루크너 : 교향곡 제5번
VOL 2. 슈베르트 : 교향곡 제8번 '미완성' / 브루크너 : 교향곡 제9번 (2CD)
VOL 3. 슈만 : 교향곡 제4번 / 브람스 : 교향곡 제1번, 제4번 (2CD)
VOL 4. 슈베르트 : 교향곡 제9번
VOL 5. 베토벤 : 교향곡 제1, 4, 3번 '영웅', 코리올란 서곡, 에그몬트 서곡 (2CD)
슈베르트의 8,9번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실황 날짜에 따라서 분류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녹음 상태 대단히 훌륭하고 연주 또한 최상이니 금상첨화. 반트와 뮌헨 필의 실황 세트도 같은 프로필 레이블에서 발매되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음색이라는 점에서 뮌헨 필의 맹숭맹숭한 소리보다는 보다 어둡고, 서늘하며 표정이 진한 DSOB의 울림이 훨씬 마음에 든다.
브루크너가 5번과 9번뿐이라는 점이 살짝 아쉬운데 베를린 필과의 유명한 실황녹음 시리즈에 비해 훨씬 박력있고 모서리가 선명하게 다듬어진 멋진 연주여서 더더욱 아쉽다. 베를린 필의 세련된 울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거칠게 들리지만 음악적으로는 보다 흥미진진하다.
실황이어서 그런지 시종일관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일품으로 특히 예상외로 빠른 템포를 구사하는 브람스의 경우 박력이 대단하다. 어둡고 서늘하며 묵직하면서 동시에 투명하고 거칠거칠하면서 선명한 DSOB의 정통 독일 오케스트라다운 울림 또한 대단한데 개인적으로 반트 하면 역시 NDR이라고 생각하지만 DSOB또한 그에 육박하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트의 정점은 베토벤 교향곡집으로 3번 교향곡 연주에 대해서 그라모폰에서는 스테레오 시대 최고의 영웅 교향곡이라고까지 했던 모양인데, 물론 그 표현 자체가 심한 과장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러한 찬사를 받아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연주라고 생각한다. 템포도 적절하게 빠른 편이고 첫 화음부터 대단히 전투적으로 터져나온다. 시종일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 연주. 전투적이기는 4번도 마찬가지인데 처절함이라는 점에서는 넘어설 수 없겠지만 일정부분 푸르트벵글러의 해석을 연상시킨다. 상큼하고 발랄한 4번을 기대한다면 너무 무거운 해석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만족스러웠고 반트와 NDR의 예전 전집 녹음에 비교하면 오히려 좀더 밝고 선명한 울림이다.
전체적인 음향은 잔향이 상당히 풍성한 편이면서 동시에 실황녹음 답게 경우에 따라서는 근접 녹음으로 인해 날카롭게 들리기도 하는데 잘 제어된 오디오가 아니라면 지나치게 자극적인 울림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아무튼, 브루크너가 2곡만 포함되었다는 것이 아쉽지만 보다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두루 수록했다는 점과 오케스트라의 빼어난 울림을 멋진 음향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귄터 반트의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진한 육수맛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준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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