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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 교향곡 전집 (반트)

by iMac 2007.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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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반트 : 베토벤 교향곡 전집 (1985~1988) RCA, 5CD

   
베토벤 : 교향곡 전집

귄터 반트, 지휘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 &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합창단 & 북독일 방송 합창단
에디트 빈스(S), 힐데가르트 하르트비히(MS), 키쓰 루이스(T), 롤란드 허만(B)


더운 여름 날씨... 요즘은 이상기온으로 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 8월 중순이 되어 가는데 장마철보다 더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이러다 한국 날씨도 온통 아열대기후가 되는게 아닌가 싶다.

여름 휴가를 맞아 첫 이틀간 반트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 감상에 도전했다. 도전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이런 더운날 음악듣고 있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도 지금 막 끝낸 감상의 느낌을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두어야 할 것 같다.

요즈음은 완벽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라는 것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석구석 하나도 빼놓지 않고 완벽한 연주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 자신의 취향마저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데 어찌 완벽한 연주를 바랄 수 있겠는가? 어불성설임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반트의 연주는 최근까지의 감상결과 중후한 정통 독일계열 음향을 추구한 베토벤 전집중 연주의 수준과 녹음의 우수성을 두루 감안할 때 그 중 최고봉으로 꼽고 싶다. 템포나 프레이징의 설정에 있어 이보다 더 적확한 연주가 있을 수 없을 것이며 두툼하고 속이 꽉 들어찬 진한 울림이 압도적인 인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마냥 육중하기만한 연주 또한 아니어서 현의 밀도 높은 앙상블은 진한 독일적인 색채이면서 동시에 북독일 특유의 서늘한 청량감 또한 함께 머금고 있어 그 싱싱한 울림이 참으로 일품이다. 이러한 현의 특성을 적당한 여음과 함께 선명하게 포착한 녹음 또한 무척 매력적인데 96kh/24bit 리마스터링의 덕분이기도 한 것 같다.

반트가 만들어 내고 있는 울림은 지금까지 언급했듯 육중하면서도 활기를 잃지 않는 견고한 모양새를 지향하고 있는데 전곡을 이러한 관점으로 꼼꼼하게 잘 엮어 놓은 걸작이라 평가하고 싶다. 물론 나름대로의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은 서두에 언급했듯, 완벽한 연주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다.

작품별로 조금씩 살펴보면, 1번과 2번 모두 만족스러운 연주이지만 보다 윤곽이 선명한 1번쪽이 좀더 낫고 2번은 다소간의 화려함과 신랄함이 필수적이라 생각하는 작품인데 반트의 진중한 접근은 그런 점에서 약간 아쉽다.

3번은 이 작품의 대표적 명반의 하나로 서슴없이 꼽을 수 있는 것으로 꽉 들어찬 힘찬 울림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겸비한 비범한 연주이다. 얼핏 소노리티만으로 반트를 마냥 보수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1악장 제시부 반복을 이행하고 있으며 1악장 코다부분의 주제를 19세기 스타일의 가필이 아닌 악보대로 연주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4번과 5번은 모두 준수한 연주라고 할 수 있는데, 4번의 경우는 2번과 비슷한 감상이며 5번은 의외로 금관의 절제된 표현이 아쉬움을 남긴다. 1악장보다도 2악장이 훨씬 흥미진진하다는 점도 의외이고 4악장 금관앙상블이 트롬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서 트럼펫으로 절정을 향해 찬란하게 치솟는 음향이 아니라 견고하게 윤곽을 구성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음은 개인적으로 특히 아쉬웠다. 물론, 반트 자신의 관점에서는 성공적인 음향일 것이다.

6번은... 생각이 좀 오락가락 하는데 과거의 푸르트벵글러처럼 회화적 묘사보다는 정통 독일 교향악 작품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러한 관점에 1,2,5악장은 대단히 훌륭하며 상대적으로 묘사적인 3,4악장은 다소 둔중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7번과 8번은 개인적으로 전집중 녹음과 연주 모두 최상의 성과로 꼽고 싶다. 7번의 성공은 약간 의외인데, 묵직한 울림이지만 반트의 발걸음은 결코 둔하지 않으며 절제된 프레이징과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는 템포로 이 광란의 작품을 멋지게 다듬어 놓았다. 8번의 1악장은 가장 감동적인 연주로서 전개부 후반에 이르러 같은 주제를 차곡차곡 쌓아올려 폭발시켜가는 과정에서 소름이 돋는 감동을 느꼈다. 8번을 들으면서 그런 감동을 느끼기는 처음인 것 같다. 다만 4악장의 경우 개인적으로 8번의 4악장은 나름대로 당시로서는 전위적인 울림이었으리라 생각하고 있기에 반트의 연주는 내가 기대한 신랄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완성도의 측면에서 반트의 8번은 최고의 연주중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9번은 과연 어떨까 싶었는데 역시 만만치 않게 압도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다소 극적인 연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반트의 해석과 잘 어울릴까 싶었지만 그러한 일말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 다만 4악장의 경우 독창자들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고 - 소프라노의 비브라토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 합창부분이 비교적인 선명하게 포착되지 못한 녹음 밸런스가 약간 아쉽다.

이상 마음에 드는 점, 아쉬운 점등을 적어 보았는데 결론적으로 좀 묵직한 울림이 취향이라면 적극 추천할만 하다. 일본에서 SACD버전으로 새로 출시된 것도 있는데 궁금하긴 하지만 SACD 플레이어도 처분해서 없으니 참아야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푸르트벵글러 이후 가장 독일적인 소노리티를 이끌어낸 연주로 평가하고 싶다. 90년대의 바렌보임이 이와 유사한 전집을 선보였지만 해석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략 20년전의 녹음이지만 리마스터되어 나온 음향은 나름대로 훌륭하다. 특히 현의 울림은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상대적으로 관악의 세련됨이 아쉽기는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충분하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