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ssical Music/beethoven

영웅 교향곡 감상기 - 바인가르트너 (1936, EMI)

by iMac 2008. 4. 25.
베토벤 : 교향곡 제3번 "영웅"
펠릭스 바인가르트너 / 빈 필하모닉 
1936. 5. 22~23 빈 무직페라인잘 녹음 

1악장 : Allegro con brio - 14,14
2악장 : Marcia Funebre (Adagio assai) - 15,08
3악장 : Schrezo (Allegro molto) - 4,12
4악장 : Allegro molto - 11,27




오디오가 바뀌면 역시나 글을 올리고 싶은 의욕이 사그러드는 것 같다. 그 전에도 그리 열심히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 역시 얼마나 열심히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불현듯 오랜만에 영웅 교향곡 감상기를 올리고 싶어졌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글을 진행하는 과정 틈틈이 하기로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영웅 교향곡 음반 중 녹음이 가장 오래된 것을 찾아보니 바인가르트너의 것이었다. 사실 바인가르트너(1863~1942)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생몰연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오래전 인물인데다가 음반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도시바에서 출시한 베토벤 전집 달랑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 음반은 사실 산지는 역시 좀 되었는데 영웅 교향곡을 제대로 들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업그레이드된 오디오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위대한 지휘자들'이라는 DVD에 보면 바인가르트너가 마탄의 사수 서곡을 지휘하는 전곡 영상물이 오롯이 수록되어있는데 상당히 긴 지휘봉을 사용하면서 아주 품위있게 절제된 지휘동작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바인가르트너는 베토벤 교향곡 해석에 있어 즉물주의를 주장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 음반의 해석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해석이다. 템포도 아주 쾌적한데 토스카니니의 것(1953, RCA)과 비교해도 장송행진곡은 오히려 조금 빠른 것이 놀라우며 스케르초도 연주시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야말로 '알레그로 몰토'가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고풍스러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담백한 해석이어서 고금을 막론하고 충분히 호소력이 있는 탁월한 연주라 하겠다. 

그외 이 연주만의 개성이라면, 앞서도 언급했던 이른바 '우아함'이다. 빠른 템포와 기민한 프레이징이지만 그것이 거칠거칠한 박력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독특한 향기로 가득차 있는 울림이다. 이런게 '비엔나풍'이란 말인가? 하여튼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덕분에 혁명가로서의 베토벤이 느껴지지 않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것은 문제점으로 느껴질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녹음은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훌륭한데, 첫 화음부터 널찍한 공간감이 느껴지고 곧바로 이어지는 첼로의 선율이 낭랑하기 그지없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복각이며, 최근에 나온 낙소스의 것이 궁금하기도 하다. 도시바의 이 전집은 가격이 비싸고 요즘은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낙소스를 선택하면 될 것이다. 

이 음반을 영웅 교향곡의 정수를 표현한 연주로 추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빈 필하모닉의 '아름다운 울림'은 정말 특필할만 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프레이징을 구사하는 바인가르트너의 해석은 90년대의 정격주의 지휘자들보다도 훨씬 '겸허'하고 '진솔'해 보인다. 혁명아적인 느낌이 줄어든 대신 상당히 편안한 울림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는 연주이기도 하다. 

이상의 감상과 같이 바인가르트너의 영웅 교향곡은 나에게 있어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만 하다. 음반장에 꽂혀 있었으나 잊혀져 있던 보물을 발견한.. 새 음반을 생각하기에 앞서 이런 음반을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