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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 장엄미사 (파비오 루이지)

by iMac 2008.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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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장엄미사

카밀라 닐룬드(S),  비르기트 레머르트(A), 크리스티안 엘스너(T), 르네 파페(B)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합창단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 파비오 루이지
2005년 11월 4-5일 드레스덴 성모교회 실황

또 하나의 '몰입'을 경험했다. 베토벤의 장엄미사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경외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곡을 앉은 자리에서 다 듣기에는 밀도가 너무 진한 작품이어서 그러한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영상물의 도움으로 그것이 가능했다.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연주회인데, 1743년 완성되었던 유서깊은 성모교회가 1945년 2월 13, 14일간의 대폭격으로 붕괴된지 60년만인 2005년에 재건된 것을 기념하는 연주회이니 그 역사적인 배경부터 가슴이 찡하다. 파비오 루이지에 대해서는 지금껏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는 정도였는데 이번 영상물을 통해 그의 실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내지의 해설대로 음향상태가 검증되지 않은 장소에서 그것도 상당히 의미심장한 연주회의 지휘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전체적으로 침착하게 잘 다듬어진 호연이라 하겠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모두 이 장대한 작품속에 멋지게 어우러졌는데, 이 연주를 고금의 명연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황의 감동은 역시 남다르다. 16:9 화면비의 깔끔한 영상도 만족스럽고 음향도 이정도면 합격점.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베토벤이다. 장엄미사를 들으면서 감동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특히나 전쟁의 비극을 딛고 60년만에 재건된 교회에서의 연주회라니, 처음 시작의 키리에 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dona nobis pacem(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는 정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몇번이나 되풀이하면서 마무리하는데 평화를 갈구하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 무렵의 베토벤이 그렇게도 되뇌었건만, 오늘날의 우리시대에도 진정한 평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보너스 영상으로 성모교회의 재건에 관한 짤막한 다큐가 한글자막과 함께 제공된다. 종합적으로 판단할때, 장엄미사곡의 대표적 영상물로서 적극 추천하고 싶다. 아직 카라얀의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영상물은 화질도 상당히 중요하고 카라얀의 예전 영상물치고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것이 - 특히 합창단은 좀 촌스러운 듯 - 드물었기에 그다지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가지가 파비오 루이지의 발견으로서, 그가 드레스덴과 함께 녹음한 음반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유익한 수확이었다.

* 장엄미사의 악보에 베토벤이 적었다는 문구가 다시금 가슴을 적셔온다. '마음으로부터 나와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