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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교향곡 제3기 #1 - 토스카니니/NBC심포니 (Music & Arts)

by iMac 2017. 2. 19.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 2기 마무리


2차대전 전 30년대 베토벤 교향곡 녹음중 중요한 것들을 정리한 것으로 2기를 끝맺고 이제 3기로 넘어간다. 어디까지나 내맘대로 내가 듣고 편하자고 정리한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2017/01/20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2기 #1 - 바인가르트너

2017/02/01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2기 #2 - 토스카니니

2017/02/04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2기 #3 - 브루노 발터 / 빈 필

2017/02/05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2기 #4 - 푸르트벵글러/베를린 필


이것으로 2기를 마무리 하고, 전형적인 표현방식대로 '격동의 시기'인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이루어진 베토벤 교향곡 녹음을 살펴본다. 워낙 어려운 시절이라 녹음이 남아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데, 딱 세 사람만 살펴보자. 토스카니니, 멩겔베르크, 푸르트벵글러. 이중에 멩겔베르크는 꽤 오래 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들어보고 새롭게 생각을 정리해볼 생각.




베토벤 교향곡 전집 - 토스카니니/NBC심포니 오케스트라, 1939년



1939년


베토벤이 교향곡을 쓰던 무렵 또한 프랑스 대혁명과 그에 이어진 전쟁으로 인해 만만치 않게 세상이 혼란스럽고 어려웠던 시기였는데, 그러한 점에서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한 것이 묘하게 상황재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가치관이 송두리채 뽑혀나가고 세계질서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아주 흡사하다. 그럼에도 그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면서 음악 예술을 나름대로의 형태로 남겨 놓았으니 정말 소중한 기록이다. 


1939년 9월 1일에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드디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나치와 파시즘의 등장으로 전유럽이 뒤숭숭한 상황. 토스카니니 또한 본인 자신은 음악가로서 대단히 권위주의적인 인물이었을 지언정, 정치적인 입장만큼은 확고하게 전체주의 체제를 부정했다. 이점에서 아주 분명하게 나치를 지지했던 멩겔베르크나 아주 모호하게 처신한 푸르트벵글러와 구분된다. 그들이 각자 만들어낸 음악 또한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딱 그런 스타일인 듯 하다. 





NBC심포니 1939년 전집


토스카니니 말년에 그의 전속 오케스트라 역할을 한 NBC심포니의 베토벤 교향곡 녹음은 시기별로 여러 종류가 남아 있어서, 개별 녹음도 보이고 전집 녹음도 있지만 깔끔하게 구성된 전집이라면 바로 이것, 1939년 10~12월 사이 이루어진 전곡 녹음을 꼽고 싶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즉물주의자'라는 표현만으로 토스카니니를 단정짓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주 간편하게 이해하기 쉬운 정리방식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만 표현하기에는 토스카니니의 연주 역시 개성이 강렬하다 못해 철철 흘러넘친다.


BBC녹음 들과 비교하면 우선 전곡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좋고 특히 Music & Arts 레이블에서 깔끔한 박스에 담아서 잘 출시해주었다. 워낙 기념비적인 녹음이라 충분히 소장을 권할만한 음반인데, 애플뮤직에도 올라와 있어서 듣기에도 편하다. 


39년의 녹음이라 해상도 자체는 역시 섬세하지 못해서 이런 녹음에 있어서는 현악기가 가장 먼저 손해를 보게 마련이긴 하다. 그렇긴 해도 전반적인 녹음상태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어서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1번부터 8번까지는 그 유명한, 혹은 악명높은, 8H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 라이브 녹음이어서 아주 드라이한 음향이지만 이게 묘하게 퍽퍽하지는 않다. 겉표지에 뭔가 자랑스럽게 써놓은 것처럼 리마스터링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는 몰라도 듣기에 나쁘지 않고 악기간의 밸런스도 훌륭하고 의외로 구석구석 소리가 잘 들려서 깜짝 놀라게 된다.


마지막 9번은 카네기홀에서 이루어진 실황녹음이어서 음향 상태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역시 대동소이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녹음의 기술적 완성도가 고르다는 점도 전집으로서의 완성도에 기여하고 있다. 





전투적인, 너무나 전투적인


연주자체에만 집중하자면 지금까지 시중에 나와 있는 베토벤 교향곡 전집 중 전투적인 해석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손꼽아도 좋을만큼 압도적이다. 물론, 토스카니니가 악보에 충실하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인 것이 사실이고, 그 역시 어느정도는 가필과 그 시대의 관행에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다른 곡들은 대부분 반복을 이행하면서 3번과 7번 1악장 제시부 반복을 생략하는 것도 그렇고 3번 1악장 코다 부분 트럼펫 가필도 다른 지휘자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그 외 반복을 생략한 부분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는 해도 일단 오케스트라의 울림에 실린 엄청난 힘과 밀도, 단호하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전투적인 해석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베토벤 그 자체이다. 시종일관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활시위 같은 긴장감으로 가득한 연주. 템포도 빨라서 이정도 빠르기는 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최신 연주들이나 되어야 따라잡을 수 있을 수준이다. 그래, 이쯤 되어야 정말로 온통 혼돈과 불안으로 가득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베토벤 다운 모습일 것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이루어진 실황녹음이어서 연주의 성향이라는 점에서 일관성이 느껴지고 연주에서 보여주는 치열한 기백과 높은 완성도, 여기에 그러한 연주의 전율을 잘 전달해주는 뛰어난 녹음까지 더해진 전설적인 전집 녹음이다. NBC심포니와 후에 녹음한 여러 베토벤 녹음들도 물론 나름 훌륭한 것들이지만 세계가 불타오르기 시작한 그 암울하고 위태위태한 시기에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저돌적으로 돌파해나간 토스카니니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이 전집이야말로 그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든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