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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figure

GN-001 Gundam Exia (MG)

by iMac 2017. 4. 9.


건담 더블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오로지 퍼스트 건담, 그 다음은 거기에서 이어지는 우주세기 시리즈만 진정한 건담으로 인정하고 만들었는데 슬금슬금 다른 시리즈로도 곁눈질을 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정말 특이하게 생긴 톨기스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윙 건담 시리즈를 열심히 찾아 보게 되고 결국 윙 건담을 시작으로 비우주세기와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었다. 


2017/02/16 - [Note/figure] - XXXG-01W Wing Gundam (윙 건담, MG)

2017/03/12 - [Note/figure] - OZ-00MS Tallgeese (톨기스, MG)


지금까지 본 건담 애니메이션 중에서 퍼스트 건담 이외에 가장 흥미진진하게 본 것을 꼽자면 현재로서는 더블오가 최고다. 작화의 스타일도 마음에 들고, 스토리 라인의 심각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마치 미드를 보는 듯 짤막하면서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텔링까지 작품성이라는 측면에서 내 취향에는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이것도 막판에 이르면 GN드라이브가 마치 우주세기의 뉴타입 설정처럼 작용하는 점이 아이러니이긴 하다. 사람사이의 소통에 대한 집착이라고나 할까? 왜 그토록 건담 시리즈들은 종류 불문하고 그런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그만큼 소통이 부족한 현실을 타파하고 싶은 것일까?








어쨌거나, 정체불명의 사설 무장조직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근절을 외치며 벌이는 일종의 테러행위라는 설정도 독특하고 주인공인 세츠나의 출신과 그 성장배경이 쿠르드 족의 비극적 상황과 중동 지하디스트의 모습을 겹쳐놓은 것도 흥미롭다. 줄거리의 진행도 마냥 낙천적이지 않고 오히려 어둡고 비장하며 처절하고 현실적이기까지 하며 막연한 미래라는 설정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분쟁상황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점에서 설득력 만점이다. 



건담 엑시아 - 세븐 소드


더블오 시리즈의 첫 시작은 어린 소년병 시절의 세츠나가 전장에서 쫓기는 장면인데, 그 뒤에 깔리는 나레이션 '신은 없다'는 말이 인상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이 속한 비밀조직의 명칭 '솔레스탈 비잉'이나 건담의 이름은 모두 종교적인 메타포 투성이다. 1시즌 주인공 기체인 엑시아 부터 천사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라고. 



또한, 지금까지 내 취향으로는 건담이 실제 검을 휘두르는 설정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래 시대 빔 병기를 사용하는데 물리적인 검을 사용하다니? 멋있어 보일 수는 있지만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빔 사벨도 좀 별로라고 생각한 판에 실체검이라니. 그런데 엑시아는 다르다. 샷건과 검을 한데 모아 아주 자연스럽게 설계해서 낯설지 않고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다. 왜 실제 검을 사용하는지는 시즌 1 마지막편에서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으니 수긍할 수 밖에. 빔 병기의 시대에도 역설적으로 실검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엑시아의 주무장은 세븐 소드 - 일곱 개의 검이다. GN소드, 블레이드, 빔 사벨 등인데 7개의 검이라는 설정도 7개의 대죄와 연관되는 듯. 7개의 대죄를 징벌하는 수단이란 말인가? (오만, 탐욕, 정욕, 노여움, 대식, 시기, 나태) 불현듯 예전 영화 '세븐'도 생각났다. 



MG 엑시아


일단 애니메이션과 극장판까지 정주행하고 나니 당장 엑시아부터 만들고 싶어졌다. 박스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금새 만들 줄 알았는데, 막상 부품을 집어들고 보니 구조적으로 난감한 모양새였다. 대충 만들고 무광마감재를 뿌려버리는 나에게는 만들기가 쉽지 않은 구조였다. GN드라이브나 몸통 이곳 저곳에 박혀 있는 녹색 클리어 부품이에 에너지 전송 케이블같은 홀로그램띠가 문제. 다 만들고 마감재를 뿌리면 모양이 이상해질 것이 뻔했다. 



편하게 금방 만들 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뒤통수 맞고 본의 아니게 제대로 된 방식으로 만들수 밖에 없게 되었다.  외장부품에 먹선 약간과 데칼까지 다 붙이고 무광마감 다 끝내고 나서 최종적으로 조립할 수 밖에. 예상 외로 애를 먹기는 했지만 다 만들고 나니 역시 멋지다. 예전에 스쳐 지나가듯 볼 때에는 영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정말 마음에 든다. 역시 취향이라는 것은 변할 수 있나보다. 



정말 마음에 들긴 한데, 만들기 쉬운 킷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나처럼 거의 순조립에 가깝게 작업하고 무광마감만 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보시길. 디자인 외적으로는 손이 옛날방식이라 그닥 악력이 좋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손이 잘 빠진다. 발바닥도 구조가 희한하게 접지력이 좋지 못해서 살짝 불안하다. 다행히 엑시아는 등에 짊어진 것이 없으니 안심이지만 이걸 바탕으로 만들어진 빌드 파이터즈 시리즈의 엑시아 다크 매터는 좀 불안할 것 같다. 



만들기 만만치 않고 다소간의 약점도 없진 않지만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더블오 시리즈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꼭 만들어야할 킷으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