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이처럼 (Bring up BéBé)
파멜라 드러커맨 지음 / 이주혜 옮김 (북하이브)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언제부터인가 '프랑스식 육아법'에 대한 책들이 서점가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냥 그러한 현상에 대해 흘려 들을 때에는 그저, 프랑스 부모들이 상당히 엄하게 어린아이들을 대하고 키운다는 정도로만 들었었다.
이와 관련된 책도 이런저런 종류가 꽤 많이 나와 있는데, 얼마 전 도서관에서 잠깐 빌려 보고 맘에 들어 구입하게 된 책이 있다. 시간에 쫓겨 다 못읽어서 사게 된 것인데, 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한 권 정도 있어도 좋겠다 싶어서 집어든 책이 '프랑스 아이처럼'이다.
제목
영화도 그렇지만, 책의 제목도 번역서의 경우 원제와 다른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경우는 아니다.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반영해서 짓는 것일텐데, 원제목 'Bring up BéBé'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반반 섞인, '아이 기르기' 정도로 이해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또한 일종의 '프랑스식 육아법' 마케팅의 일환으로 번역한 듯 하다.
일단 재미있다
책은 일단, 술술 잘 읽힌다. 저자는 미국인 여성 저널리스트로, 결혼 전에는 경제전문지 기자로 활동하다가 해직된 후 영국인 기자와 결혼하고 얼떨결에 파리에 정착해서 아이까지 낳고 살아가게 된 경우이다. 저자가 프랑스인도 우리 나라 사람도 아닌 미국인 이라는 점이 일단 흥미롭고, 미국인의 눈에도 프랑스식 육아 문화가 놀랍게 느껴졌다는 점에서 더더욱 호기심을 끈다.
행간에서부터 전형적인 미국인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번역을 거쳤어도 이런 느낌이 나는 걸 보면 신기하다. 미국인 특유의 소란스러운 생활태도랄까, 이런 요소에 대한 자기 비하 또는 냉소적인 파리에 대한 불평을 섞어 이야기를 술술 잘 풀어나간다. 책의 경우 첫 시작이 아주 중요한데, 그 점에서 읽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 책은 육아를 위한 기술적인 지침서 같은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일종의 문화체험에 대한 에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점이 나 같은 독자에게는 일종의 문화적, 지적 만족감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를 너무나도 왕처럼 대하며 떼를 쓰는 아이에게 쩔쩔 매는 미국식 문화가 너무나도 오늘날 우리 나라 주변에서 보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TV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항상 단골처럼 등장하는 거실에 놓인 커다란 텐트나 거실을 가득 메운 아이들 용품등의 풍경이 바로 전형적인 요즘 미국 스타일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건 어림도 없다는 사실.
아이에게 지나치게 밀접하지 않고 한순간 멈춰서서 '관찰'하고 그 다음에 아이에게 다가가는 자세라던가, 세 끼 식사 외에 간식은 딱 정해진 시간에만 하루 한 번 준다던가.. 그 외에도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아무튼 이 책을 통해 프랑스 문화의 중요한 일면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육아도 중요하지만 부모도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살아가야 한다는 프랑스인들의 기본 자세를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이처럼 단순히 '육아'만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 '육아'를 중심으로 프랑스인과 프랑스의 국가제도, 문화적 환경이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았던 것 중 하나가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전부터 프랑스도 의외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새로운 관점에서 그러한 저력을 새삼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아이기르기에 대한 내용만은 아니고 읽는 재미와 지적 만족감을 적당한 수준에서 제공하고 있어 한번쯤 읽어볼만 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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