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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figure

RX-0 Unicorn Gundam 02 Banshee Norn (MG, Unicorn Mode) 유니콘 건담 밴시 노른 유니콘 모드

by iMac 2017. 6. 11.


밴시 '노른'


유니콘 건담 시리즈 최대의 수혜자는 물론 1차적으로는 주인공 기체인 유니콘 건담이지만 건프라 제작사인 반다이 입장에서는 어쩐지 밴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곤 한다. 


하얀색 유니콘의 색깔만 뒤집고 약간만 손 봐서 간단히 만들어낸 것이 유니콘 2호기 '밴시'이고, 다음 단계로 또 살짝 모양을 바꿔서 밴시 '노른'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으니 흔히들 말하는대로 사골국물도 이런 사골국물이 따로 없구나 싶다. 좀 어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다 사게 되니 놀라운 상술이다.





'밴시'가 아일랜드 민화에서 따온 이름이라면 '노른'은 북유럽 신화 내지는 바그너 오페라에 등장하는 이름이다. '노른(Norn)'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인데, 건프라를 하면서 바그너 오페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지만 바그너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제목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마지막 '신들의 황혼' 서막에 운명의 여신 세 자매(과거-현재-미래)가 운명의 끈을 이으며 노래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운명의 여신도 파국을 맞는 미래는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 



리디 소위 - 그3


앞서 리디 소위가 탑승했던 기체 둘을 포스팅했다. 늘 그렇듯, 주인공은 주구장창 하나만 타지만 라이벌 내지는 악역은 계속 기체를 바꿔타니 상품성은 오히려 더 좋은 편이다. 리젤과 델타 플러스에 이어 마지막으로 탑승하는 것이 바로 밴시 노른.

2017/05/14 - [Note/figure] - RGZ-95 ReZEL (MG) 리젤

2017/05/16 - [Note/figure] - MSN-001A1 Delta Plus (MG) 델타 플러스



유니콘 6~7화에 밴시 노른을 타고 등장한 리디의 모습은 초반 리젤과 델타 플러스를 타던 시절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이다. 흡사 영화 아마데우스 속의 살리에리같은 모습이랄까? 그나마 마지막에 다시 개과천선(?)하니 다행이긴 하다. 이걸 만들면서 어깨 데칼을 어떤 걸 붙일까 하다가 리디의 이니셜을 생각해서 로미오 008을 붙여주기로 했다.






유니콘 모드, 색상


앞서 유니콘 MG 두 종류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고정형으로 만들기로 했다. 두 가지를 만들어 보니 변신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고정형으로 만드는 것이 결과물로 볼 때 훨씬 안정감이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유니콘 모드 고정으로 제작. 프로포션도 지난 번 처럼 약간의 수정.





색상이 참 어려운 문제인데, 기껏해야 스프레이 도색만 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밴시의 외장은 참 난감한 색상이다. 사출색 자체도 나쁘지는 않지만 어두운 색은 흰색 보다 외장 다듬기가 훨씬 어렵고 도색을 해 주는 것이 훨씬 깔끔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작례에 따라서는 완전히 검은 색을 도장하는 경우도 많은데 밴시 특유의 어두운 청색(티탄즈 컬러) 또한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래저래 고민 끝에 타미야 스프레이 다크 블루 TS-55를 선택. 기본 유광택이라 만들고 나면 전신이 번쩍번쩍 대단하다. 순간 이대로 완성하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는데 만질때마다 지문이 묻어나는 것이 좀 곤란하다. 이 상태는 좀 파란색감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무광마감을 하는 순간 색감이 확 가라앉으면서 좀더 어두칙칙해진다. 밴시 특유의 푸른 색은 좀 아쉽지만 어두운 무게감은 확실해져서 결과적으로는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여기까지 작업하는 과정이 정말 피곤했다. 도장면도 자잘하니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데칼 작업에 무광마감 작업까지 휴일 틈틈이 작업하다보니 여러 모로 힘들었다. 다 만들고 나서 결과물은 좋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처음 계획했던 다음 프로젝트인 디스트로이 모드 작업이 그대로 중단되어버렸다. 뭐든지 적당해야 하는데 어느새 취미가 의무감으로 바뀌는 순간 문제가 되어버린다.





아무튼, 밴시 노른의 모습은 어둡고 뾰족뾰족한 날개의 형상 때문에 까마귀 같기도 하고 내용적으로도 '타락천사'같은 이미지이다. 쉴드도 훨씬 거대해지고 빔 매그넘도 리볼빙 런처가 추가되어서 전체적으로 무거워졌다. 쉴드와 빔 매그넘의 무게를 잘 버텨주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인 것 같은데 스트레이트 빌딩으로는 금새 관절이 낙지가 되어버릴 것 같다. 오랜 간직하려면 최소한의 도색과 고정된 자세로 반듯하게 전시해 주는 것이 필수적일 듯.





고생한 보람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것 때문에 질려버려서 후속작업이 기약없어지게 만든 녀석이 되어버렸다. 외장이 어두운 건담은 맘에 들게 만들기 정말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준 킷. 그래도 멋진 것은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