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ssical Music/music note

10월 음반감상 후기

by iMac 2008. 10. 24.
10월에도 이리저리 많은 음반을 듣게 되었는데... 저번처럼 죄다 쓰자니 힘들기도 하고.. 딱히 그러고 싶을 만큼 재미있지도 않았기에 좀 굵직한 녀석들만 골라서 정리할까 한다. 

훔퍼딩크 - 헨젤과 그레텔 : 숄티 / 빈 필하모닉 (Decca)


훔퍼딩크..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숄티랑 영 안어울려보이지만 막상 들어보면 준수하다. 빈필의 근사한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이다. 가수들도 당대 최고수준이니 더 할말이 없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녀석과 비교해 보았는데.. 솔직히 데카의 클래식 오페라 시리즈는 왜 발매하는 건지 이해가 안간다. 소리가 더 좋아진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두툼하기만 해서 여러모로 맘에 안든다. 예전에 발매한 염가판보다 가격도 더 올라갔는데 리마스터도 되지 않았다. 황당~ 거기다가 내가 듣기엔 이번 발매반의 소리는 좀더 건조해진듯 하다. 예전 종이 케이스 발매사진은 아래와 같다. 




베버 - 마탄의 사수 : 콜린 데이비스 /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이 시리즈에는 예전에 필립스에서 발매되었던 음반들이 데카 옷으로 갈아입고 등장하는 모습을 종종 확인하게 된다. 콜린 데이비스의 마탄의 사수도 마찬가지인데 개인적으로 좀 궁금했던 음반인데 막상 들어보니 거론이 안되고 있는 이유를 확인하게 되었다. 
지휘자 악단 가수들의 네임밸류 모두 모아 보면 결코 꿀릴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막상 연주는 영 아니올시다이다. 90년대 드레스덴 시절의 데이비스는 완연히 늙어버린 듯 한데 70년대 그가 보여주던 군더더기없이 패기 넘치던 연주에 비하면 음향에 군살이 너무 많이 붙었다. 관현악의 음향도 너무 무절제하고 효과음의 사용도 마찬가지로 무절제함의 극치다. 베버의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인 늑대의 계곡 장면에 왠 천둥소리 개짖는 소리 말발굽소리 채찍소리등이 난무하는지... 그나마 음악과 잘 어울리면 모르겠으나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 
너무나도 거대하고 웅장한 관현악은 이 작품의 초기 낭만파특유의 향기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있다. 균형이 잘 잡히지 않고 너무 우락부락하기만한 근육은 좀 징그러워 보이는 법이다. 



얼마전에 슈트라우스의 신보가 들을만한게 없다고 쓴적이 있는데 이번에 신보 2장이 등장했다. 

R.슈트라우스 - 돈 후안, 알프스 교향곡 : 얀손스 / 로열콘서트헤보우 RCO Live


이제는 완연히 노장의 반열에 오른 마리스 얀손스가 콘서트헤보우를 지휘한 음반. 이 시리즈의 데뷔음반은 역시 얀손스의 영웅의 생애였다. 아직 들어보지는 않았으나 딱히 들어보고 싶지는 않다. 2007년과 2008년의 실황이니 최신음반이다. 
아무튼... 결론은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일반적인 평판은 대단히 좋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내 취향에는 확실히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우선 너무 밝기만 하다. 음영도 없고 너무 환한 컬러. 결과적으로 화사하게 빛나는 느낌도 없고 쿨한 느낌도 없고 무덤덤하다. 녹음도 마찬가지. 정말 좋기는 한데 모든부분이 너무 잘 들리는 나머지 pp에서 ff까지의 낙폭이 전혀 아찔하게 들리질 않는다. 참 소리좋다... 거기까지다. 풍성하고 좋게 들리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인 음향이다. 모든 소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잘 들리다니... 말이 안된다. 그래도 낙차가 확실하게 느껴지면 짜릿하기라도 할텐데 그게 아쉽다. 
얀손스의 장대한 해석은 나름대로 명인다운 훌륭한 솜씨이긴 한데 내가 기대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아니다. 슈트라우스가 아닌 다른 어떤 존재... 그라모폰에서는 아마도 호평인 것 같은데 나는 영 찜찜하다. 이걸 듣고 나서 카라얀(DG)의 알프스를 들으면 귀가 화~악 뚤리는 기분이다. 


마르크 알브레히트 /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PentaTone)


 펜타톤의 음반은 실황이 아니어서 그런지 어쩐지는 몰라도 일단 소리는 확실히 좀더 윤곽이 분명하도 또렷한 것이 한결 마음에 든다.  얀손스의 돈 후안이 영 푸석푸석하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이 음반의 돈 후안의 시작을 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제 좀 제대로 된 녀석이 간만에 등장했구나 싶었을 정도. 하지막 듣다보니 이리저리 아쉬움이 드러난다. 서정적 악구에서는 음악이 좀체로 흘러가지를 않는다... 자연스러운 흐름이 없다보니 시간이 멈춰버린 듯 답답하다. 빠른 대목에서는 다시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냉온탕을 오고가다보니 영 어색하다. 그런 점에서는 얀손스의 노련한 손길이 확실히 낫다. 오케스트라도 나름 훌륭하지만 조금 듣다보면 좀 지루해진다. 너무 저돌적이기만하고 빠른 악구에서의 노련한 조탁이 부족하다보니 요란하게만 들리고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기본음향은 일단 마음에 들었기에 더더욱 아쉽다. 

역시 슈트라우스는 보통 실력으로 되는 작품이 아닌 것 같다. 얀손스나 알브레히트나 모두 결정적으로 신랄한 맛이 아쉽다. 꽉 조여주면서 시니컬한 느낌이 가미된 관능적인 현란함...  이게 없는 슈트라우스는 김빠진 콜라맛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더더욱 과거의 거장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뵘, 카라얀, 켐페, 숄티 등.. 그들은 이걸 너무나도 쉽게 달성한 듯 보인다. 이제 앞으로 그러한 연주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인가? 


베를리오즈 - 환상교향곡 외 : 래틀 / 베를린 필(EMI)



이건... 옛날 기준이라면 초특급 대박 신보일 텐데.. 우선 음반 커버는 왜 계속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EMI는 디자이너도 없는건지...내가 집에서 만들어도 저정도는 될 듯. 
연주도 마찬가지.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의 신보의 상당수가 이런 수준이라면 참 난감하다. 이번 것은 그래도 간만에 예수 크리스트 교회에서 녹음을 했는데 EMI의 관현악 녹음실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지 의아하다. 일단 오디오적으로도 별 느낌이 안온다. 
베를린 필은 여전하다. 특유의 음색은 그대로 감지되고 대단히 정밀한 흐름과 앙상블로 연주가 진행되기는 하는데 듣고 있는동안 아무 느낌이 안온다. 이거야말로 불감증에 걸린 듯. 아무리 자극을 받아도 반응이 오지 않는 상태가 이런 느낌이 아닐런지... 이런 식의 연주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기는 할 것 같다만, 분명히 나는 아니다. 
역시 카라얀, 데이비스, 정명훈등의 연주로 바꿔들으면 느낌이 확 살아난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대신 스케일은 오그라든 느낌이고 결정적으로 아무런 광기가 느껴지질 않는다. 아무래도 영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반면에 필업으로 들어간 20분짜리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극적인 긴장감이 단번에 느껴지는 연주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째 메인 프로그램보다 보너스가 더 들을만 하단 말인가? 래틀과 베를린 필의 음반치고 들어보고 싶은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되어가니 무척 안타깝다. 


비제 - 카르멘 : 파파노 / 코벤트 가든 (Decca)


이건 뭐 말이 필요없다. 원래 카르멘의 소재가 그렇긴 한데 처음 담배공장 여공들의 등장장면은 정말 숨막힐 정도. 보고만 있어도 무슨 한증막에 들어간 것 같다. 뭐 이래저래 보고 듣기 좋지만 압권은 역시나 요나스 카우프만. 오페라 제목을 '돈 호세'로 바꿔야 할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인데 정말 그렇다. 나머지 가수들도 나름 훌륭하지만 카우프만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가창에 완전히 눌려 버린 상황이다. 파파노의 안정감 있는 지휘도 좋다. 메트의 레바인처럼 파파노도 코벤트 가든의 터줏대감이 되는 것은 어떨런지.. 

이제부터는 이달의 베스트 음반을 하나씩 꼽아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좀 뻔한 선택이지만~ 







'Classical Music > music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팽 - 피아노 협주곡집 (루빈스타인, Naxos)  (2) 2008.11.15
음악의 약속  (0) 2008.11.02
돈 후안 - 켐페  (2) 2008.10.05
신보 감상 후기  (2) 2008.09.18
R. 슈트라우스 - 돈 후안, 리허설과 공연  (2) 2008.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