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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음악의 약속

by iMac 2008. 11. 2.

어느 사이엔가 클래식 음악계의 젊은 스타군단으로 등장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그들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다큐멘터리. 2007년 본에서의 베토벤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과정, 그리고 연주회실황을 수록한 DVD인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상 무척 만족스럽게 감상했다. 리허설모습과 주요 멤버들의 일상생활들 그리고 두다멜의 인터뷰 등등.. 

이들은 DG레이블에서 그것도 무려 베토벤의 교향곡 5&7번으로 데뷔음반을 내놓은 놀라운 악단인데, 막상 그 음반의 개인적인 감흥은 그저 그랬다. 그 이전에 이리저리 실황음원으로 돌아다니던 그들의 연주가 좀더 들을만 했던 것 같다. 녹음도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고... 그 다음에 나온 말러 5번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녹음은 아주 좋다고 들었다. 

이 영상물에서는 베토벤의 '영웅'에 도전하고 있는데 지난번 음반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악보는 '복고풍'이다. 요즈음 경향으로는 시대착오라고 생각될만큼 거대한 편성으로, 무대를 가득 메운 4관편성인데다가 1악장은 반복구도 생략하고 있고 악보마저 예전 거장들이 주로 사용하던 가필판본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젊음의 패기가 넘치는 음향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러한 모습이 재미있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다. 고전음악계의 신인인 그들로서는 그러한 판본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생각된다. 정격연주의 영향으로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연주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젊음 패기와 옛스러운 낭만의 향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다.

오페라 연출의 경향과 비교해보면 역시 비슷한 것 같다.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연출이 있는가 하면 꼼꼼하게 복고풍으로 연출되는 무대도 있는 법이다. 오페라에 익숙할대로 익숙한 유럽에서 전위적인 해석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상대적으로 오페라와는 거리가 먼 미국에서는 보다 보편적인 연출이 주류를 이루는 것과도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마무리는 언제나 그러하듯 라틴아메리카풍의 떠들썩한 흥겨움으로 마무리한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기 그지없고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도 대단히 만족스럽다. 육중한 무게감과 상쾌한 음향이 잘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현악군의 절도 있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상대적으로 금관이 평범하고 소극적으로 들리는 점이 아쉬운데 고전시대 작품의 해석에 있어서 금관의 음량을 설정하는 문제는 현대악기연주의 영원한 고민거리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라면 의외로 푸르트벵글러의 연주가 악보를 과감하게 정면돌파한 연주였다. 그외에.... 남아메리카의 악단인 이들이 의외로 독일식 트럼펫을 사용하고 있는 점도 재미있었다. 

오늘날 화려하게 각광을 받고 있는 이들이지만, 이러한 결실을 맺기까지는 30여년간의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베네주엘라의 어린이 오케스트라 프로젝트가 이러한 놀라운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을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글자막의 지원과 말끔한 영상 및 훌륭한 음악, 가난한 주변 환경속에서 음악을 통해 기적을 일궈나가는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까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흐뭇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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