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비엔나 #12 (2018.9.26) - 빈 국립오페라, 지젤


이번 빈 여행일정에는 실내악 연주회 1, 오페라 1, 발레 1, 이렇게 공연을 3일 연속으로 보게 되어 있었다. 일정상 좀 심했나 싶기도 했지만 어느덧 마지막 세 번째 공연을 보러 가는 날. 


지젤은, 전날 본 베르테르와 마찬가지로 일정상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보게 된 공연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여행 중 본 공연 중 최고였다. 어정쩡한 오페라 보다는 발레를 보는 편이 낫더라는 교훈(?!).






예습



음악은 좋아하지만, 발레는 그리 관심이 없어서 발레 공연을 실제로 본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래도 몇 번이나마 본 기억에 발레는 역시 실제 공연을 직접 봐야 한다는 것. 오페라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드라마 진행이 오롯이 몸 동작으로만 이루어지다보니 언어적인 장벽도 없어지고 손짓하나, 몸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보게 된다. 


지젤은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친구와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어느 발레단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보러 간 적이 딱 한번이 실제 본 경험의 전부. 




그래서 일단 인터넷에서 줄거리를 다시 검색해서 읽어보고 로열 발레단 영상도 예습을 위해 주문했다. 지젤은 워낙 인기작이어서 영상도 많이 나와 있는 편이긴 하나 막상 고르려고 보면 발레를 잘 모르다 보니 딱 이거다 싶은 걸 찾기 어려웠다. 


아무튼 이 영상물을 통한 예습은 1막을 채 다 보지도 못했다. 이상하게 재미가 없었는데 영상의 특성상 클로즈업된 화면상 지젤이 너무 나이들어 보이는 것도 문제. 깔끔하고 수준높은 공연이나 뭐라 말할 수 없이 재미가 없는. 이것이 영국 스타일 공연의 단점일까? 결론적으로 빈에 다녀온 다음 이 타이틀은 처분해버렸다. 



빈 국립발레단 - 올가 에시나 (Olga Esina)



호텔에 들러 잠깐 쉬었다가 오페라 극장으로 출발. 빈 국립오페라 극장을 동네 극장처럼 찾아가는 이런 과정이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어쨌든 대단히 행복했던 기억. 특히 이날은 낮부터 날씨가 좀 풀려서 전날처럼 추위를 피해 지하도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날의 자리는 전날 보다 한 층 아래. 방향은 정말 융통성없게 무대 왼편 박스석 쪽인데 이 자리는 2년 전 로엔그린를 볼 때도 앉았던 자리였다. 나름 추억이 있는 좌석이라 선택하긴 했는데 왼편 사각지대 문제는 여전했다.


2017/02/03 - [Travel/europe] - 2016 비엔나 #10 (2016.5.21) - 빈 국립 오페라 (로엔그린)



발레는 솔직히 잘 몰라서 공연을 볼 때에도 출연진 자체에 큰 관심은 없었다. 이날 공연은 에르마노 플로리오(Ermanno Florio) 지휘, 올가 에시나(Olga Esina, 지젤), 로만 라지크(Roman Lazik, 알브레히트) 등의 출연진. 


막이 오르고 시작된 빈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변함없이 화사하다. 선명하면서도 편안하게 잘 들리는 소리인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부분의 빈 국립오페라 실황녹음보다 훨씬 듣기 좋은 소리이다. 대개 오페라 극장 실황녹음들은 좀 건조하고 깊이가 부족한 날것의 느낌이 강한 편인데 실제 현장의 음향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연이 진행되고 얼마 지나 지젤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온다. 발레 공연 관람 분위기는 오페라나 연주회의 경우와 또 다른 분위기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지젤역의 올가 에시나는 빈 국립발레단 수석 솔로 무용수였다. 빈에서는 당연히 아주 인기 많은 스타 무용수이니 나오자마자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이다.





지젤은 프랑스 발레이지만, 이곳은 빈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연출이나 무대의상 모두 오스트리아풍으로 깔끔하게 세련된 모습이다. 시골마을 소녀치고는 지젤의 의상이 너무 세련되어 보이긴 하나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출연진의 연기도 아주 훌륭했고 특히 1막 마지막 지젤이 미쳐가면서 비극적으로 막이 내리는 장면은 정말 훌륭했다. 


오늘날 지젤의 이미지를 만든 것은 처녀귀신이 된 지젤이 등장하는 2막이긴 하지만 드라마적인 재미나 볼거리는 솔직히 1막이 훨씬 풍성하다. 2막은 밤의 숲 속 묘지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좀 단조로운 편이어서 재미는 살짝 덜한 편. 


그래도 이번에 2막에서 비올라 솔로가 꽤 장시간 나오는 대목은 제대로 듣게 된 점은 큰 소득이었다. 비올라 수석이 들려준 편안한 울림에 또 한번 놀랐는데, 비올라 독주가 이렇게 편안하고 낭랑하게 잘 들리는 것도 처음이었다. 장면이 끝나고 박수를 받을만 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이어지는 커튼콜. 객석의 반응도 좋고 실제로 내가 느끼기에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어정쩡한 오페라를 보느니 차라리 발레가 낫구나 싶었다. 이틀 연속 오페라 극장에 와서 이것까지 별로이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만족스러워서 다행이었다. 





비트징거, 카페 자허


공연이 흡족하게 끝나고, 오페라 극장을 나와 오랜만에 소세지 가게 비트징거에 갔다. 전날은 대기줄도 너무 길고 결정적으로 너무 추워서 패스했었는데, 이날은 날씨가 풀려서 줄을 서서 먹었다. 가장 기본 구성 소세지를 주문. 점심을 조금 느지막히 거창한 타펠슈피츠로 먹었기에 저녁은 적당히 소세지와 빵으로 해결.





2년전에도 먹었던 메뉴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먹어보니 그럭저럭 먹을만 한 정도? 와이프는 꼭 다시 먹겠다고 하더니 오히려 감흥이 덜했던지 그냥 그랬다고. 어쨌거나 이렇게 공연끝나고 나와서 서서 먹는 것도 나름의 재미. 


비트징거와는 살짝 안어울리지만, 오페라 극장 바로 뒷편의 카페 자허를 찾았다. 이곳은 늘 대기줄이 긴 편인데, 그래도 저녁 10시 넘어 도착하니 우리 앞에 한 팀 정도만 있어서 금방 안내 받아 들어갔다.





그동안 빈에 출장다녀온 지인이 있어 자허 토르테는 공항 면세점에서 파는 것을 공수받아 맛을 보긴 했었지만, 이렇게 2년만에 다시 와서 맛보게 되었다. 그냥 자허 토르테도 맛있지만 이렇게 크림과 커피와 함께 먹는 조합이 역시 최고. 달달하고 상콤한 맛으로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2017/01/21 - [Travel/europe] - 2016 비엔나 #5 (2016.5.20) - 빈 필 & 자허토르테





올가 에시나를 실물로 코앞에서 영접하고 나니 영상물이 궁금해져서 귀국한 다음 찾아보았다. 의외로 영상물은 많지 않은데 다행히 빈 국립오페라에서의 백조의 호수가 나와 있어서 지젤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입했다. 그 외 유투브에도 검색해보면 이런저런 영상들이 나온다. 이런 멋진 발레리나를 눈앞에서 보고 왔다니. 아무 생각없이 예매한 것 치고 운이 좋았다. 


올가 에시나가 출연한 백조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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