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europe

2018 비엔나 #10 (2018.9.26) - 알베르티나

by iMac 2018. 12. 2.


이제 연일 이어지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그럭저럭 일정은 잘 보내고 있다. 어느덧 5일째. 아침 기온은 영상 7도를 가리킨다. 이날도 오전은 패딩없이 밖에서 돌아다니기에 적당하지 않은 날씨. 그렇다면 역시나 미술관에서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원래 일정상 마지막날 오전에 계획했던 알베르티나에 가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이게 오히려 잘 된 것이었다는.



알베르티나




알베르티나 (Albertina)



이곳은 2년전에도 그랬고 이번 여행에도 정말 숱하게 지나다닌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사위였던 알베르트 공의 저택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미술관으로 유명한 곳. 





미술관으로서도 유명하지만 그 보다는 오히려 오페라 극장 뒷편에 우뚝 서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사진 찍기 정말 좋은 명소로서 더 잘 알려진 것 같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 덕분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낮에 봐도 좋고 밤에 봐도 좋은 포토 스팟.


매일같이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다 보니 호텔을 나서는 시간도 차츰 늦어져서 이날은 10시를 훌쩍 넘겨서 나왔다. 알베르티나에 거의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들어섰다. 이날은 저녁 7시 반에 지젤을 보러 가기 전까지 일정을 보내야 하는데 딱히 정해진 일정 없이 일단 알베르티나를 빨리 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이곳도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물론 빨리 훑어보고 나가자면야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안에 들어가 보니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오밀조밀 알찬 소장품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역시 이름난 곳은 그냥 유명한 곳이 아니었다. 





모네 그림 볼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일단 예전 저택으로 사용하던 공간부터 볼거리로 가득했다. 전에 보았던 쇤브룬 궁전의 미니어처 버전? 카를 대공의 초상화를 비롯 그 외에도 나름 작지만 유명한 그림 컬렉션이 알게 모르게 숨어 있는 보석같은 공간. 


뒤러의 토끼!



작지만 정말 화려하게 꾸며지고 특히 무사이 여신들의 대리석상이 도열한 연회장이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열심히 들여다보며 지나다 보면 이곳의 명물(?)인 뒤러의 토끼를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전시실에 있을 줄 알았더니 예전 저택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니.





아무튼 이 유명한 토끼를 드디어 영접(?!) 했다. 실물이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좀 과장하면 손바닥 크기 정도. 작고 정교하고, 어딘지 좀 사납게 생긴 토끼. 1502년이라는 숫자에 한 번 더 놀람. 그 외에도 에곤 쉴레도 몇 점 더 있고 루벤스의 작은 데생도 여러 점 있어서 제법 볼 만 했다.





모네



이쯤 되니 이곳을 여행 마지막날 짜투리 시간에 보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당치않은 계획이었나 싶었다. 그 시간에 허겁지겁 돌아봤으면 정말 안타까웠을 것 같다. 아무튼, 이제 본격적인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밖에서부터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는 모네 특별전. 이곳은 이런 기획전으로 더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모네.




들어가서 정말 많은 모네 그림을 보았는데, 평생 볼 수 있는 모네 그림은 여기서 다 본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모네 그림을 한 자리에서 본다는 것이 쉬운 경험은 아닐 것이다. 


전날의 미술사 박물관에 비하면 이곳은 훨씬 모던하고 작은 규모의 전시실인데 천장은 낮고 공간은 보다 좁고 사람은 넘쳐나서 상대적으로 덜 쾌적한 것은 사실. 그리고 모네의 화풍은 개인적인 취향에 계속 보고 있을 그림은 아닌 것 같다. 비슷한 스타일로 내내 보고 있으니 좀 질리는 느낌. 





이번에 알게 된 것이, 모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제는 '수련' 그림인데, 이 수련 그림이 정말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본 수련 그림도 정말 종류가 많고 멋졌지만 내 경험상 가장 멋진 수련은 시카고 미술관에서 본 것이었다. 정작 파리에서는 모네를 본 적이 없고 시카고에서 본 수련이 가장 크기가 커서 그랬나 보다. 



피카소, 뭉크, 워홀 ...


물론 이곳은 모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피카소와 샤갈 등 다른 전시실로 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모네의 모호한 화면에 질릴 즈음 피카소를 보니 순간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계시를 영접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멋지다니. 


피카소!



뭉크모딜리아니



그 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다양한 사조별로 현대 미술까지 전시가 되어 있다. 뭉크, 샤갈, 피카소, 모딜리아니... 


둘러보고 지하로 내려가면 진짜 현대미술 전시공간이 따로 할애되어 있다. 컨템퍼러리 아트. 이곳이 오히려 공간은 훨씬 넓고 시원시원하고 쾌적하다. 물론, 현대미술이어서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일 수도 있겠다. 





이곳도 나름 앤디 워홀도 전시되어 있는데, 정말 미술사적으로 전 시대를 아우르는 방대한 컬렉션이 놀랍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도시의 문화적 저력은 어디까지인지 정말 대단하다. 









나름 빨리 보고 나오려고 노력을 한 결과, 미술관 밖에 나오니 시간은 거의 오후 2시가 되어버렸다. 발레 보러 가기전까지 남은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미술관에서 보냈다. 다행인 것은, 밖에 나오니 그새 온도가 많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햇빛도 따스하고 기온도 좀 올라서 이제 좀 돌아다닐만 한 날씨. 이제 좀 늦었지만 점심을 먹으러 갈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