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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urope

2018 비엔나 #9 (2018.9.25) - 빈 국립오페라, 베르테르

by iMac 2018. 11. 24.


추운 날씨였지만 미술관 안에서 시간을 잘 보내고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고 저녁 오페라 공연을 보러 나선다. 이날 공연은 저녁 7시 슈타츠오퍼에서 마스네의 베르테르 공연을 예매해 두었다. 베르테르가 딱히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정상 그래도 뭐가 되었든 오페라를 보고 싶어서 선택.





예습


마스네의 베르테르는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이지만 의외로 빈 국립오페라에서(당시는 황실 오페라) 1892년 초연된 작품이다. 이곳으로서는 나름 자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인데 찾아보니 2005년 빈 실황 영상과 동일한 연출이었다. 




한 때 마스네의 오페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들어보고 음반과 영상물도 모았던 적이 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베르테르는 뭔가 애매한 작품이다. 유명한 베르테르의 아리아는 여전히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달리 보면 좀 신파조이고 그 외에는 딱히 이거다 싶은 장면도 없다. 


2010/11/16 - [Classical Music/music note] - 마스네, 베르테르, Pourquoi me reveiller...







참고로, 이번에 들으면서 음반 중에서는 파파노(EMI), 영상으로는 한글자막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카우프만이 나오는 플라송 지휘(Decca) 블루레이면 충분하다 싶다.


아무튼, 이번 여행을 앞두고 오랜만에 가란차와 알바레즈가 타이틀 롤을 맡은 영상을 꺼내 보았다. 한글자막판으로 구할 수 있으니 현재로서는 딱 좋은 예습용 교재인 셈이다. 찾아보니 유투브에도 올라와 있다. 





이 연출은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필립 조르당의 지휘에 당시로서는 나름 신연출이라고 공을 들인 느낌이 든다. 가란차와 알바레즈도 잘 해주고 있어서 나름 볼만하다. 물론, 카우프만에 비하면.. 이 아저씨는 도대체 못하는게 뭔지.






우리가 보게 될 이날의 공연은 프레데릭 샤슬랭 지휘, 드미트리 코르차크(베르테르), 소피 코슈(샤를로트) 등의 출연진. 소피 코슈는 카우프만 영상물에서 샤를로트로 나왔었는데 여기에서 실연으로 보게 될 줄이야. 





빈 국립오페라 


오페라 극장 가는 길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지하도를 이용했다. 쌀쌀한 날씨를 피해서 지하도를 이용하면 오페라극장 바로 앞에서 지상에 나올 수 있다. 




테라스 공간이 공사중이어서 그 안에 있던 카라얀과 마젤의 두상이 복도 한켠에 나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오랜만에 들어온 오페라 극장 로비는 여전히 멋지긴 한데, 낮에 보았던 미술사박물관의 위용에 비하면 살짝 아쉬워진다. 그만큼 미술사박물관의 규모와 화려함은 압도적이다.




이 날의 자리는 3층 박스석. 2년만에 오니 좌석마다 달린 LCD모니터도 터치식 컬러 모니터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 눈에 띈다. 이번 시즌 무대 가림막은 오르페오인 듯. 역시 이곳은 좌석에 앉아서 둘러보는 광경이 최고다. 깔끔하고 화사하고 붉은색과 금색이 잘 조화된 아름다운 공간.


2017/02/03 - [Travel/europe] - 2016 비엔나 #10 (2016.5.21) - 빈 국립 오페라 (로엔그린)





조명이 들어오고 막이 오르면 영상에서 보던 것과 같은 나무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좌석은 무대방향 왼편인데, 이곳의 장점이라면 무대와 오케스트라 모두가 잘 보인다는 점이지만 단점은 무대 왼편 구석에서 벌어지는 장면이 안보인다는 점. 이 연출에서 특히 1막에서는 무대 왼편에 배치된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이 많은데 사실상 거의 보지를 못했다. 




아무튼, 지휘자가 등장하고 서곡이 시작. 예전에도 느꼈지만 이번에 다시 들으니 새삼 이곳의 음향이 편안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잘 들리면서 너무 울리지도 않고 너무 퍽퍽하지도 않다. 모든 것이 적당한 수준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고 현장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소리. 




여기에 오케스트라의 실력. 멤버는 바뀌겠지만 거의 매일같이 오페라 반주를 하고 있고 상당수는 빈 필의 멤버이기도 하니 완벽한 오페라 반주 머신이 따로 없다. 막이 오르기 전 준비 중인 단원들의 모습에서 익히 보았던 빈 필 소속 연주자의 모습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 막이 올랐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공연 자체는 그냥 그랬다. 가장 큰 원인은 베르테르 자체가 애매한 작품이라는 점이고, 오래된 연출인데다 거의 매일같이 공연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서 그런지 무대에서의 움직임이 말 그대로 상투적인 느낌이었다. 일부 삭제도 있었고, 영상에서 보던 것과 같은 장면이지만 세심한 동선이 상당부분 무시되고 대략 건너 뛰는 식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베르테르역의 코르차크는 나쁘지 않았지만 소피 코슈는 기대만 못했는데, 이 사람은 프랑스 사람이지만 지금까지 내 경험상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의 바지역할이 훨씬 멋졌다.(장미의 기사 옥타비안, 낙소스의 작곡가)


공연은 그냥 그랬지만, 앞서 말했듯 음향 자체는 훌륭했다. 흠잡을 데 없이 편안한 소리. 그럭저럭 공연이 끝나고 이어지는 커튼콜. 


카페 모차르트 (CAFÉ MOZART)




2년전에는 오페라 끝나고 나와서 소세지를 먹었었는데, 이날은 우선 나와보니 소세지 기다리는 줄이 엄청 길었고 결정적으로 너무 추웠다. 살짝 배는 고프고 날은 춥고 해서 오페라 극장 바로 뒤 카페 모차르트로 들어갔다. 이곳도 찾아보면 1899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고.





딱히 뭘 먹을지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이미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늦은 밤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양이면서 적당히 식사가 될만한 메뉴가 뭐가 있을까 싶어 주문한 것이 비프 타르타르와 굴라쉬 수프. 비프 타르타르는 갈아놓은 쇠고기를 빵에 발라 먹는 것이고 굴라쉬 수프는 이제는 익숙한 걸죽한 소고기 국물 속 고기가 들어있는 메뉴. 


별 생각없이 주문했는데, 늦은 저녁 간단한 식사로서는 훌륭했다. 비프 타르타르는 색다른 맛이었고 굴라쉬는 기대했던 대로 추운 날씨를 녹여주는 뜨끈한 국물맛이 좋았다. 나름 알차게 일정을 보낸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다음 날은 제발 날씨가 풀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