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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urope

2018 비엔나 #15 (2018.9.27) - 시청, 부르크극장, 시민공원, 호프부르크

by iMac 2019. 1. 26.


이제 이날의 일정도 마지막 장으로 접어든다. 베토벤 기념관을 나와 다시 카페 란트만 앞으로 돌아왔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청(Rathaus)부르크극장(Burgtheater)이 마주보고 있다. 길은 널찍하고 주변 풍경은 여유로우며 건물은 웅장하다. 계속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풍경들.



시청, 부르크 극장, 국회의사당



빈 시청은 1883년, 부르크극장은 1888년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는데, 모두 빈 시내 재개발 계획인 링 슈트라세 개발과 함께 지어진 건물들로 오늘날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식의 길거리 풍경은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의 느낌과 비슷하다. 


빈 시청



시청 건물은 네오고딕양식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은 첨탑이 인상적인데, 실제 가까이 가서 보면 그 규모와 건물의 디테일이 압도적이다. 마찬가지로 맞은편에 자리한 부르크 극장의 고풍스럽고 짜임새 있는 외관 또한 보는 즐거움이 있다. 


부르크 극장



다만, 앞서 포스팅했듯이 시청 앞에 서커스 행사장이 들어서 있어서 사람은 많고 서커스 천막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시청사 건물을 오롯이 담지 못하는 상황은 아쉬웠다. 


부르크 극장과 시청사를 둘러보고 링 슈트라세를 따라 오페라 극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국회의사당이 나오는데, 역시 1883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대대적인 공사중이었다. 지난 번에는 트램으로 지나가면서 보기만 해서 이번에는 꼭 보려고 했던 곳 중 하나여서 무척 아쉬웠다.



국회의사당시민정원



시민정원, 헬덴광장, 호프부르크, 미하엘광장, 로스하우스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공원이 하나 나오는데(곳곳이 공원이어서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시민정원'(volksgarten)이라는 이름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공원 안에 들어서면 순간 탁 트인 공간안에 평온한 정원이 펼쳐진다. 중간에 연못과 분수도 있고 화단 주변 길가에 나무 의자가 죽 늘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의자가 워낙 많아서 걷다가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정원 중간쯤에 앉아 돌아보면 한쪽 편에는 부르크 극장이 보이고 반대편에는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의 돔이 바라다 보인다. 그런 공간 한 가운데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정원 안을 쭉 따라 가다보면 헬덴광장(Heldenplatz)으로 이어진다. 헬덴광장의 끝자락에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이 보인다. 정면에서 보이는 건물은 정확히 말하면 신왕궁(Neueburg)인데, 신왕궁을 바라보다가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헬덴광장으로 들어오는 커다란 문이 있고 그 너머로 전에 갔던 박물관 건물(미술사, 자연사)이 위치한다.





헬덴광장을 천천히 가로질러 신왕궁 앞에서 왼편으로 틀어 구왕궁으로 들어가는 길을 쭉 따라가면 왕궁에서 시내로 통하는 미하엘 문으로 연결된다.


이번 일정 초 밤에 시내쪽에서 미하엘 광장쪽으로 왔었던 곳인데 이번에는 반대방향으로 걸어왔다. 미하엘 문을 나서면 작지만 탁트인 미하엘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미하엘 문로스하우스



작은 광장의 한쪽면은 왕궁, 나머지는 시내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인데, 그 중에서도 바로 맞은편에 서 있는 로스하우스(Looshaus)가 눈에 들어온다. 낮에 보니 확실히 눈에 잘 들어오는데, 지금 봐도 이 건물은 주변의 다른 건물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튀는 존재이다. 



로마시대 유적지, 미하엘 광장호프부르크



지금 봐도 도드라지는 존재이니, 1909년 당시에 커다란 스캔들이었던 것이 이해가 간다. 미하엘 문을 나서면 바로 정면에 보이는 이 건물이 보기 싫어서 당시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시내로 나갈 때 이쪽 문을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로스하우스는 황제도 사라지고 관광객들이 점령해버린 공간 속에 변함없이 '모던'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하엘 광장 중간에 공사 중 발견되었다고 하는 로마시대 유적이 보존되어 있는 것도 이채롭다. 미하엘 광장을 나와 일전에 밤길을 걸었던 코스를 따라 오페라 극장 쪽으로 걸어간다.





타펠슈피츠


어느새 빈에서 먹는 마지막 저녁. 뭘 먹을까 하다가 타펠슈피츠를 한 번 더 먹기로 했다. 지난 번에 갔던 플라후타스 체인점 중 한 곳인데, 이곳은 오페라 극장 근처여서 명칭이 '플라후타스 가스트하우스 추어 오퍼'(Plachuttas Gasthaus zur Oper)이다. 



광고하는 것을 보면 슈니첼이 주전문인 것 같은데 이날은 타펠슈피츠와 양배추 파스타를 주문했다. 양배추 파스타는 정말 특이한 음식이었는데, 짭쪼름하면서도 살짝 매운맛도 나는 독특한 스타일로 나름 먹을만 했다. 양도 생각보다 꽤 많은 편.



양배추 파스타타펠슈피츠



타펠슈피츠의 따뜻한 국물은 다시 먹어도 갈비탕 국물맛이어서 좋았는데, 상차림이나 고기의 질은 지난 번에 먹은 곳이 더 나았다. 이곳에서는 차라리 슈니첼을 먹어볼껄 그랬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이번 빈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까지 끝마쳤다. 이날 하루 밖에서 10시간 이상 계속 돌아다닌 것 같은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져서 다닐만 했다. 오페라극장을 지나 천천히 걸어 호텔로 돌아와 편한 마음으로 쉬면서 가방정리를 시작했다. 가방을 풀던 때가 조금 전인데 어느새 가방을 다시 싸게 되었다. 


낮에 카페 란트만에서 구입한 커피잔 세트를 열어본다. 언제봐도 예쁜 디자인인데, 종이 박스는 겉 포장지만 챙기고 상자는 부피를 너무 차지해서 사진만 찍고 버리고 왔다. 




이 커피잔은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바닥에 상표가 'Walküre'라고 되어 있다. 만든곳은 독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발퀴레 상표 찻잔 등 도자기 제품을 국내에서도 수입해서 팔고 있다. 커피잔 상표가 바그너 오페라 제목이라니, 음악의 도시다운 것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 그래도 이 커피잔 덕에 집에서도 빈에서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곤 한다. 


아무튼, 이제 이번 빈 여행 일정의 마지막 날만 남았다. 마지막은 늘 아쉬움과 허전함, 쓸쓸함이 남는다. 그래도 다음을 기약하면서 마음을 추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