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슈베르트17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5. 보리수 5곡 보리수 (Der Lindenbaum) 겨울나그네 중 가장 유명한 곡 '보리수'. 슈베르트가 처음 겨울 나그네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자 다들 이해를 못하고 그나마 '보리수' 하나 마음에 든다고 말하자 슈베르트가 이 곡 전체가 다 좋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흔히 소개되곤 하는데, 이 책 서두에서 보스트리지는 이것을 일종의 미심쩍은 '신화'만들기로 설명한다. 발표당시 대다수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후에야 각광받은 걸작으로 만드는 전형적인 이야기기인데, 실제 슈베르트 생전에 이미 겨울나그네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평론도 있었고 당시 슈베르트 작품들은 꽤나 인기가 높아서 연주도 자주 되고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잊혀져 비참한 생활을 한 것 같이 생각했던 것은 객관적인 근거없는 막연한 과장이었던 것이다.. 2017. 6. 3.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4. 동결 4곡 동결 (Erstarrung) 제목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인데, 음악은 마구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얼어붙은 현상이 아니라 얼어붙은 대지와 마음 속 깊이 들어앉은 과거의 추억을 집요하게 파헤치고자 불안정하게 헤매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얗게 뒤덮인 눈밭, 시간이 흘러 꽁꽁 얼어붙은 눈밭에서 추억을 찾아 헤매인다. 꽁꽁 얼어붙은 눈밭은 실제 펼쳐진 물리적 장소인 동시에 시어에서 묘사하듯, 꽁꽁 얼어붙은 마음 속이기도 하다. 1~3곡을 지나 지금까지 곡 중에서 가장 격정적인 곡인데, 뭐랄까 듣는 입장에서는 화자의 가슴 저미는 상황이 완전 연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남는다. 하긴,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해소되어버린다면 겨울 나그네의 이야기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3분 남짓 이어지는 가운데 시종일관 불.. 2017. 5. 28.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3. 얼어붙은 눈물 3곡 얼어붙은 눈물 (Gefrone Tränen) 눈에서 뚝 뚝 떨어지는 눈물이 알알이 얼어붙는 형상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하는 전주로 시작한다. 3곡에 대한 이야기는 제목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인 눈물과 얼어붙음으로부터 뻗어나간다. 추위, 겨울, 전쟁 노래 속 주인공은 겨울에 길을 떠나는 상황이니 추위 때문에 눈물이 얼어붙는 상황은 정황상 자연스럽다. 그로부터 보스트리지는 본인이 추운 겨울 러시아에 가서 겨울 나그네를 공연한 이야기와 함께 겨울과 러시아에 얽힌 전쟁과 슈베르트 시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데 버무린다. 다양한 시대적 배경이지만 전체를 하나로 묶는 주제를 잘 유지하고 있어서 잡다하게 느껴지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그래,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것이다. 러시아 공연에 대해 언급.. 2017. 5. 27.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2. 풍향기 2곡 풍향기 (Wetterfahne) 터덜터덜 수많은 사연을 품고 걸어가는 1곡에 이어지는 2곡은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풍향기. 바람을 맞아 덜그럭 거리는 듯한 돌발적인 음형으로 시작한다. 음악의 흐름도 마음 속을 뒤흔드는 바람이 부는 듯 불안하고 격정적이다. 2곡의 해설 내용도 이전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슈베르트와 여성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 바로 그것. 프랑스 혁명의 반동으로 개혁은 물건너가고 억압적인 메테르니히 정권하의 오스트리아에서는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지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결혼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남자들은 대부분 서른살을 넘겨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심지어 슈베르트의 맏형은 쉰한 살에야 결혼했다고. 오늘.. 2017. 5. 26.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 밤 인사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이언 보스트리지 지음, 장호연 옮김바다출판사 워낙 유명한 슈베르트의 연가곡으로,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야말로 '표준적인' 피셔-디스카우의 DG 음반으로 이 곡을 처음 접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여전히 이 작품 속에서 제대로 알고 있는 곡은 몇 곡 되지 않는다. 보다 화려한 볼거리, 들을거리로 무장한 오페라에 대한 관심에 밀려 리트는 여전히 막연한 위시 리스트의 영역일 뿐이었다. 보스트리지가 쓴 책이 나온 것은 진작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서 좀 망설이고 있었다. 여전히 선뜻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기에 망설이고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슈베르트 가곡들에 대한 위시 리스트를 품고 있었기에 결국 집어들게 되었다. .. 2017. 5. 23.
apple music -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예루살렘 4중주단, harmonia mundi) 슈베르트 현악4중주 d단조 D.810 “죽음과 소녀” 예루살렘 현악4중주단 (harmonia mundi) 분명 슈베르트가 놀랍고 안타깝게 요절한 천재임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듣느냐고 자문한다면 솔직히 그렇지는 못하다. 아마도 ‘가곡의 왕’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다가가는 것을 좀 더 어렵게 하지 않고 있지 싶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는, 슈베르트의 작품 체계가 뭔가 좀 어수선한 탓도 있다. 오늘 생각해 볼 현악4중주 장르 역시 꽤나 많은 작품들이 있음에도 그 전모가 한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출시된 음반들도 그런데, 전집 형태로 잘 정리된 베토벤의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베토벤의 작품들이 비교불가능으로 매력적인 탓도 있다. 요즘들어 부쩍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열심히 .. 2016. 12. 11.
슈베르트 - 교향곡 전집들 얼마 전 고클래식에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작품들에 대해 잘 정리해서 올려주신 어떤 분의 글을 읽고 (클릭 > 슈베르트의 교향곡 번호, 그리고 미완성 조각들) 슈베르트의 교향곡에 대한 열정(?)이 화~악 불타올라 현재 가지고 있는 전집류를 이것저것 다시 들어보며 슈베르트의 천재성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대충 정리해 보니, 낱장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전집 세트로는 모두 7종류를 가지고 있다. 케르테츠 / 빈 필 (데카) 뵘 / 베를린 필 (DG) 카라얀 / 베를린 필 (EMI) - 카라얀 전집 속에 포함되어 있어서 위 사진에는 없다. 매리너 / 성 마틴 아카데미 (필립스) 아르농쿠르 / 로열 콘서트헤보우 (텔덱) 아바도 /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DG) 브뤼헨 / 18세기 오케스트라 (필립스.. 2010. 11. 3.
슈베르트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D.821 (1824) 1악장 : Allegro moderato 2악장 : Adagio 3악장 : Allegretto 음반 사상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연주로 가장 유명한 것이라면 역시 로스트로포비치의 것일 것이다. 최근 파워코드를 갈아 끼우고 엄청난 음질의 향상을 맛보고 있는 관계로 오랜만에 이 음반도 꺼내 들어보았다. 오랜만에 그것도 엄청 향상된 음향으로 감상하니 역시 감탄할만 했다. 데카의 우수한 녹음덕에 엄청난 음장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실상 음악을 즐긴 것이 아니라 소리를 즐겼다는 것이 솔직한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음반이 왜 그리도 유명한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연주가 대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청년 슈베르트의 우수가 전혀 느껴지.. 2007.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