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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바그너 : 신들의 황혼 - 카일베르트 / 2nd Cycle (Testament)

by iMac 2009. 2. 1.

1955. 8.14 바이로이트 공연실황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매니악하기 그지없는 기획이다. 기존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반지 전곡 실황을 발매하고서 같은 해 공연중 다른 날의 공연을 녹음한 음원을 또 발매하다니. 그만큼 테스타먼트의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일단 들어보면 녹음에 상당한 차이점이 느껴진다. 기존의 7월 28일 실황에 비해 녹음이 좀더 정갈하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기존 발매반이 좀 더 우락부락하다면 이번것은 훨씬 깔끔하게 다듬어진 소리로 특히 금관의 밸런스가 보다 차분해져서 경우에 따라서는 좀더 듣기 편안해진 것이 사실. 객관적으로는 좀 더 해상도도 좋아지고 악기간 밸런스도 좋아졌는데 그렇다고 기존 발매반을 완전히 압도할 정도로 소리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결론은 녹음이 좀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녹음의 관점에 차이가 있기도 하고 그 차이가 엄청나지는 않기 때문에 기존 발매반을 대체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듣기에 따라서는 깔끔한 대신 음장감은 오그라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감상자의 취향이나 오디오 상태에 따라서 느낌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일종의 백업용으로 녹음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테스타먼트에서는 이것도 들어보니 그냥 묻어버리기엔 좀 아깝다고 생각한 것 같다. 녹음 성향의 차이점만 보아도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보인다. 물론 카일베르트의 지휘는 변함없이 훌륭하다. 대략 보름 간격의 차이이니 큰 차이가 있다면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녹음 이외의 차이점은 브륀힐데가 바르나이에서 뫼들로, 군터가 우데에서 호터로 바뀐 것이다. 이정도 되는 가수들이 교대로 출연했다니 참으로 대단한 시대였음을 실감한다. 바르나이는 이 음반에서 세번째 노른으로 등장하고 있다. 뫼들도 당대를 풍미했던 대가수이긴 하지만 브륀힐데역은 확실히 바르나이만 못하다. 바르나이가 뿜어내던 그 독특한 아우라는 정말 범접하기 어려운 듯. 그래도 감상에 큰 지장은 없다. 처음부터 쭉 듣고 있으면 뫼들 역시 나름대로 훌륭한 브륀힐데역을 보여주고 있다. 

호터가 군터를 맡은 이유는 우데가 같은 해에 시작한 화란인의 주역을 맡은 관계로 배역을 나눈 것이라고 하는데 듣기 전에는 과연 배역에 잘 어울릴까 싶지만 우데와는 비교도 안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그려내는 군터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런저런 것을 다 떠나서 다른 누구도 아닌 '호터'라는 점이 중요하다. 우데도 잘 불러주었지만 호터가 뿜어내는 '마력'은 뭔가 차원이 달라 보인다. 

음반은 기존 발매반이 종이 케이스에 담겨있던 것에 대해 이번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4장짜리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 있다. 리브레토는 다운받아보라고 안내가 되어있다. 뚜껑을 열면 아래와 같이 하겐의 '호이 호~!'가 들리는 듯한 내지의 표지가 압도적이다. 


기존 전곡음반이 있으신 분이라면... 굳이 들어보지 않아도 크게 후회하지는 않을 듯 싶지만... 바그네리안이라면 호기심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연주의 완성도는 지금까지 열거한 차이점 외에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카일베르트의 일체의 허식을 배제한 지휘는 상쾌한 흐름과 압도적인 박력으로 이 길고 긴 작품을 순식간에 주파해내고 있다. 지루함이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경이적인 연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