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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메트로폴리턴 오페라 HD Live 시리즈 - EMI

by iMac 2009. 1. 29.

헨젤과 그레텔, 맥베스, 마농 레스코


앞전에도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홀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소개되는 메트로폴리턴 오페라의 라이브 HD 실황역시 이런 식의 시도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준다. 

3종류의 DVD를 감상했는데, 뭐랄까 최근의 아직은 확실치 않은 여러 변화들을 생각해 볼 때 확실히 과도기적인 어떤 상황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본은 분명 HD방식으로 방송이 되었던 것일텐데 DVD에 담아 놓았으니 엄연히 HD는 아닌 셈. 진짜 HD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답은 블루레이에 담아서 출시해야 맞겠지만.. EMI가 블루레이를 출시하지는 않을 것 같고..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미지수이다.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서비스가 정답이 될 것인지? 

다른 한 편으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존재에 대한 소유욕이 존재하는 한, 저장 매체는 그 나름대로 살아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HD포맷에 대한 아쉬움을 걷어내고 내용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사실 고화질 영상에 민감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정도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오페라 극장도 따라오지 못할 압도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는 메트가 아닌가. 

이전에 이 실황을 다른 경로로 접해본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우선, 2008년 1월 1일 실황인 헨젤과 그레텔의 경우 시작과 함께 르네 플레밍이 진행자로 등장해서 마치 현장중계 앵커처럼 - 아니, 실제 앵커인 셈인데 - 신년인사와 함께 멘트를 날린다. 그 뿐만아니라 중간중간 막간에 가수들과의 번갯불에 콩구워먹는 수준의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무대 장치 담당자와 세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 분위기가 다분히 미국적이어서 오페라 본편과는 조금 어색하기도 한데 나름 흥미롭기도 하다. 심지어 메트의 매니저 피터 겔브는 맥베스가 막이 오르기 전 레바인과 작품에 대해 잠시 인터뷰를 하고 끝나자 지휘대로 향하는 레바인의 뒷 모습을 카메라가 따라간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보여주는 다양한 앵글도 만족스럽고, 연주 역시 전체적으로 흡족한 편이다. 유로프스키가 지휘를 맡은 헨젤과 그레텔은 가족 시즌이어서 그런지 영어로 공연되고 있는데 막상 들어보면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점이 신기하다. 50년대 미국쯤으로 연출했지만 나름대로 볼거리도 충분하다. 마녀역을 메조가 아닌 테너인 랭그리지가 맡은 것도 특이한데 특수분장을 하는 과정의 다큐를 보면 반지의 제왕 제작기를 방불케한다. 맥베스 역시 현대적인 배경으로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의 영화 '리처드 3세'가 떠올랐는데 아무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다. 특히 주역을 맡은 루치치와 굴레기나의 선이 굵은 가창이 인상적. 셋 중에는 가장 만족스러운 공연으로 추천하고 싶다.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는 기존 연출을 그대로 무대에 올린 것으로 내가 알기로는 20년도 넘은 상당히 오래된 무대로서 그 자체는 메트 특유의 사실적이고 장대한 무대세트이긴 하지만 고화질영상으로 보면 색감이 우중충한 것이 그대로 드러나서 정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화질 자체가 저하된 것 같은 상황인데 등장인물의 의상은 새것임이 분명하니 이래저래 시각적으로 부조화를 낳고 있다. 

맥베스와 마농 레스코를 지휘하는 레바인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멋진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역시나 레바인은 전설적인 오페라 지휘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Ful HD에 민감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충분히 권해드릴만 하며 셋 중에서는 특히 맥베스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