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ssical Music/music note

베르디, 아이다 - 샤이 (Decca)

by iMac 2009. 7. 25.

2006년 12월 라 스칼라 극장 실황 (한글자막)


설마하니 이 공연실황이 영상으로 나올줄은 생각도 못했다. 오페라 매니아라면 다들 잘 아실 바로 그 사건. 알라냐가 1막 초반 '청아한 아이다'를 부르고 야유가 나오자 퇴장해 버려서 의상을 갖춰입지도 못한 대역이 대신했던 그 황당한 사건으로 유명한 공연이다. 

아, 물론.. 이 DVD에는 당연히 그 황당한 공연사고는 실려있지 않다. 그보다 몇일 전의 공연으로 여기서는 나름대로 무난하게 잘 마무리하고 있다. 아무튼, 일전에 감상을 올렸던 마젤의 라 트라비아타에 못지 않은 화제의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이걸 보면서 다시 한번 찾아보니 아직도 유투브에서 알라냐의 퇴장장면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일단 한글자막에 최신 기술로 제작된 아이다라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초심자들에게는 특히나 권하기 좋을 듯.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 다섯에 별 셋정도..라고 생각한다. 

우선 알라냐는 나쁘지 않았지만 딱히 인상적이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영 안어울리는 배역인듯. 개인적인 취향으로 생각해도 라다메스나 아이다 모두 좀 인형같이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다. 아이다역의 우르마나는 원래 메조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소프라노로 옮겨서 나름 훌륭하게 잘 불러주고 있다. 다른 소프라노들보다 고역이 시원스럽게 열리지는 않고 있지만 상당히 정교하게 다듬어진 발성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가창을 들려준다. 암네리스역의 콤로시는 열심히 부르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치명적인 실수는 없지만 다분히 평범하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 중에서는 가장 흥미로운 존재인 암네리스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다. 

그외 나머지 가수들은 별반 존재감이 없다. 옛 명반들에서 접할 수 있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저음가수들의 부재가 너무 아쉽다. 그나마 샤이가 지휘하는 관현악을 최신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풍성한 음향이 아주 그만이다.

이 공연은 또한 2006년 시즌 개막 공연으로 특히나 프랑코 제피렐리가 오랜만에 라 스칼라에서 연출을 맡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역시 상당히 화려한 연출을 선보인다. 휘황찬란하고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갔을 것 같긴 한데 공간활용에 있어서 입체적인 연출이 아쉽고 동선의 연출도 평범하다. 그러고 보니 아이다의 영상물중에 맘에 들었던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 혼자 머리속으로 공상하는 것 만큼 근사한 무대는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듯.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이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돈 카를로나 오텔로, 팔스타프만큼 심오한 점이 없다. 물론 대중들이 무척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잔뜩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영상에 대해서는.. 카메라 워크도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다. 요즘 경향대로 좀더 다양한 앵글을 보여줬으면 하는데 너무 정공법이어서 좀 심심하고 장면전환시 옷자락의 슬로우 모션을 크게 클로즈업해서 구분짓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게 너무 자주 반복되다보니 나중엔 정말로 식상해진다. 

커튼콜때 샤이의 부축을 받으며 노구를 이끌고 프랑코 제피렐리가 등장하는 모습은 정말 감개무량이다. 젊었을 때에는 물론 영화감독으로 유명했으며 칼라스와 함께 공연을 이끌었던 인물이 아니던가. 살아 있는 전설인데 그마저도 저물어 가고 있음에 가슴 한켠이 짠 해지는 느낌이다. 

이래저래 까탈스럽게 적긴 했지만 그래도 현시점에서 한글자막이 지원되는 최신 영상으로 수록된 아이다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추천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