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ssical Music/music note

슈베르트 - 교향곡 전집들

by iMac 2010. 11. 3.


얼마 전 고클래식에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작품들에 대해 잘 정리해서 올려주신 어떤 분의 글을 읽고 (클릭 > 슈베르트의 교향곡 번호, 그리고 미완성 조각들) 슈베르트의 교향곡에 대한 열정(?)이 화~악 불타올라 현재 가지고 있는 전집류를 이것저것 다시 들어보며 슈베르트의 천재성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대충 정리해 보니, 낱장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전집 세트로는 모두 7종류를 가지고 있다. 

케르테츠 / 빈 필 (데카)
뵘 / 베를린 필 (DG)
카라얀 / 베를린 필 (EMI) - 카라얀 전집 속에 포함되어 있어서 위 사진에는 없다.
매리너 / 성 마틴 아카데미 (필립스)
아르농쿠르 / 로열 콘서트헤보우 (텔덱)
아바도 /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DG)
브뤼헨 / 18세기 오케스트라 (필립스)

일단, 대강 들어본 바로는 현재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의외로, 브뤼헨/18세기 오케스트라의 것이었다. 불과 며칠전에 도착해서 이제 막 다들었는데, 소편성 정격연주 특유의 선명한 디테일과 의외로 음악적 진폭이 큰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미완성 교향곡의 과감한 포효가 아주 맘에 든다. 소편성이라고 해서 결코 '앙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같은 베를린 필을 지휘한 뵘과 카라얀은... 뵘의 것은 여러모로 추천되고 있는 세트이지만.. 여전히 훌륭한 연주이긴 하나, 좀 무겁고 녹음도 오래되고.. 카라얀은 상당히 근사한 연주이긴 하지만 역시 좀 무겁다. 그래도 카라얀의 전집 중에서는 9번 '그레이트'는 꼭 들어줄 만 한 연주. 기술적인 측면에서 70년대말 카라얀이 도달한 극한의 경지를 보여준다.


해수욕장에서 익사한 비운의 지휘자 케르테츠.. 나름 훌륭한 연주인데, 좀 너무 밝다. 녹음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아무튼 계속 듣다보면 좀 질린다. 빈 필은 의문의 여지없이 멋지게 연주해내고 있지만 이 세트를 그들이 들려줄 수 있는 최상의 것으로 꼽기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녹음.


매리너의 것은 가장 독특한 것으로 맨 위에 링크를 걸은 미완성 작품들의 이야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영국의 음악학자 브라이언 뉴볼드가 작업한 미완성 교향곡의 완성판과 스케치만 남아 있는 7번과 10번의 단편들을 연주 가능하도록 작업한 판본을 포함하고 있다. 흥미진진하긴 한데 막상 들어보면 그닥 재밌지는 않다. 아무래도.. 작곡가 본인의 손길이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매리너의 연주 자체도 오늘날에는 좀 밋밋하게 들린다. 깔끔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은 수준.


아르농쿠르는... 지금 다시 들어도 참 과격한 스타일인데, 녹음도 약간 둔탁하고.. 아무튼 대단히 강렬하긴 하나 차츰 손길이 멀어져 가는 음반. 이 세트가 처음 나왔을 때 인터뷰에서 아르농쿠르가 슈베르트 스타일이라는 것에 대해서 '슈베르트는 살아 생전에 자신의 교향곡이 제대로 연주되는 걸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 고로, 전형적인 의미의 슈베르트 스타일이란 없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듯. 한 때는 나도 아르농쿠르 특유의 스타일에 한껏 매료된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차츰 취향에서 멀어져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녹음도 90년대 텔덱 녹음치고는 썩 맘에 들지 않는다.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었던 아바도의 세트. 대략 87년 무렵의 녹음인데, 녹음성향이 참 묘하다. 깔끔한 연주자체는 훌륭한데 좀 어벙벙하고 둔중하게 들리는 녹음 때문에 처분하려는 생각을 수 없이 했었던.. 결론은 상당히 좋은 수준의 오디오를 요구하는 무척 건방진 녹음이었는데 최근에서야 좀 들어줄만한 소리를 내고 있다. 최초의 자필악보 판본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최초 출판본 편집을 맡은 브람스가 이리저리 손을 많이 대서 악보를 소소하게 고쳤다는 이야기는 좀 충격이다. 


아무튼... 결론은 한동안 슈베르트를 열심히 들을 것 같다는. 개인적으로도 슈베르트를 그리 체계적으로 생각하면서 듣지 않았기에 이참에 좀 심기일전해서 이것저것 열심히 들어봐야겠다.

* 언제 들어도 미스테리하면서 가슴 뭉클~해지는 미완성 교향곡. 정열의 나폴리인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빈 필의 연주. 무티도 어느덧 나이를 먹어 안경을 쓰고 지휘한다. 2010년 7월에 있었던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추도 콘서트 실황이란다. 요즘 간만에 들어보는.. 상당한 힘이 실린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