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5.20. 벨베데레 궁전, 중앙묘지, 빈 필 연주회
이날부터 이번 여행의 진정한 메인코스가 시작된다. 일단 계획은 벨베데레 궁전과 중앙묘지를 보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저녁에 무직페라인에서 빈 필 연주회를 보는 일정. 하루가 빡빡한데, 일단 첫번째 코스인 벨베데레 궁전까지 포스팅.
조식 후 산책
변함없이, 조식을 이용하고 산책 겸 오페라 극장 쪽으로 걸어갔다. 조식은, 나쁘지 않았는데 여전히 우리 입맛에는 프라하쪽이 좀 더 좋았다. 그래도 빈이라 그런지 소시지류가 무척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소박해 보이지만 맛이 아주 훌륭하다. 식당 또한 작고 아늑한 느낌이 기분 좋게 만든다.
오페라 극장을 거쳐 무직페라인(Wiener Musikverein)에 가보았다. 이날 저녁 연주회 티켓을 예매했던 터라 표를 어디에서 찾나 알아보러 가봤다. 이번에 가면서 알게된 사실은 우리네 상식처럼 극장 로비에 들어가면 티켓 수령하는 장소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직페라인은 그래도 같은 건물 안에 있는데 오페라극장은 길 건너편 다른 건물에 있다. 무직페라인은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 정면이 아니라 건물을 따라 옆을 따라 가다보면 티켓 교환 사무실 입구가 따로 있으니 사진에 보이는 정문으로 들어가면 안된다. 모르긴 해도 그 쪽으로 들어가면 물어물어 헤매게 될 듯.
아늑한 식당 | 언제봐도 멋진 오페라 극장 | 제체시온 - 매일 그 앞을 지나다녔다 |
돌아오는 길에 보니 하나같이 명소가 즐비한데다(오페라극장과 제체시온이 동네 앞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날씨마저 환상적이어서 하늘이 파랗다. 그무렵 한국은 연일 미세먼지에 시달리던 터라 이곳의 푸른 하늘은 보면서도 내내 믿기지 않았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인터스텔라처럼 되버렸는지.
트램 경로 및 관광 동선
준비를 마치고 호텔을 나와 연주회 티켓을 수령하고 오페라 극장으로 갔다. 벨베데레 가는 길은 오페라 극장 앞 트램 정류장에서 D번 트램을 이용했다. 이것 역시 블로그 검색 덕분인데, 그날 다니면서 생각하니 우리 일정에 딱 맞는 동선을 제공해주는 노선이었다. 오페라 극장에서 벨베데레 방향 D번 트램을 타고 가서 벨베데레 궁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벨베데레 상궁(上宮)에서 내리게된다. 들어가면 바로 매표소가 나오고 매표 후 상궁에 들어가서 관람 후 천천히 하궁(下宮)쪽으로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정원을 구경하면 된다.
하궁(下宮)쪽 출구에서 밖으로 나와 바로 앞 트램 정류장에서 71번 트램을 이용하면 다음 목적지인 중앙묘지로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벨베데레 방향으로 가서 자연스럽게 중앙묘지로 갔다가 다시 오페라 극장쪽으로 돌아오는 동선을 짜면 하루 낮동안 구경으로는 딱 좋은 코스라고 생각된다.
벨베데레 궁전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귀족, 장군, 정치가였던 오이겐 공작(Prinz Eugen, 1663~1736)의 저택이었다고 한다. 당대의 명장으로 여러 전투에서의 승리로 프랑스왕 루이14세의 야망을 분쇄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독일권에서는 그래서 이래저래 이름있는 인물로서 2차대전 때 독일해군에서는 중순양함에 '프린츠 오이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오늘날 이곳은 아름다운 궁전과 정원, 그리고 결정적으로 클림트의 유명한 그림 '키스'(Der Kuss)를 포함한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이분은 생전에 자기 저택이 이렇게 수많은 관람객이 드나드는 장소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상궁 뒤편 | 궁전 앞 스핑크스 | 테라스에서 하궁 방향 한컷! |
아무튼 이곳의 아름다운 정경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잘츠부르크의 미라벨 정원은 - 여전히 아름답긴 하지만 - 뭐랄까 빈의 정원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보면 확실히 지방유지의 정원 쯤 되는 것 같다. 스케일도 다르고 고도로 세련된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넉넉하고 평온하며 아름답다. 물론, 여기도 쇤브룬에 비하면 아담한 편이지만.
한스 마카르트 - 오감
여행준비서적에서 소개했던 박종호 씨의 책 중에서 벨베데레 궁에 대한 이야기 중 한스 마카르트의 그림 '오감(five senses , 五感)'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분의 여행담 모두가 나의 느낌과 같을 수는 없지만 그 부분만큼은 나도 딱 공감을 했다. 엄청나게 기대했던 클림트의 '키스'는 예상외로 나는 큰 감흥이 없었다. 여전히 그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잘츠부르크 출신화가로 당대를 풍미했던 한스 마카르트의 그림들은 전시관 초입의 한 방을 차지하고 있는데 일단 하나같이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그림의 스타일은 클림트의 화풍으로 넘어가기 전단계쯤으로 생각하면 될까? 아무튼 나 역시 '오감' 앞에 앉아 넋놓고 한동안 앉아있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그 대목을 건성으로 읽었는데, 다녀 오니 박종호씨가 왜 그랬는지 비로소 이해가 갔다. 박종호씨가 그랬던 것 처럼 나도 클림트 보다는 마카르트의 그림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들어가면서 보고 놀라고 나오면서 다시 들러서 또 한 번 죽치고 앉아 올려다 보았다. 실제로 보면 그림이 주는 감흥이 정말 남다르다. 모든 그림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마카르트의 '오감'이 내게 그러했다.
다 보고 나오면 마지막에는 여지없이 기념품가게의 덫이 놓여있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는 클림트 그림이 들어간 엽서나 컵받침 등 소품에 손이 간다. 다음 일정을 생각해서 최대한 정신차리고 나와 하궁까지 걸어가며 구경한다.
하궁까지 보면 좋겠지만, 사실 핵심은 상궁에서 다 본 셈이고 시간관계상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기 위해 하궁은 생략했다. 입장권도 각각 구분해서 판매하고 있으니 구분해서 구입하면 될 것이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2시 반이 되어간다. 조식을 든든히 먹은 관계로 점심은 좀 느지막히 먹기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중앙묘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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