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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urope

2018 비엔나 #7 (2018.9.24) - 퀴흘4중주단 연주회, 카페 슈바르첸베르크

by iMac 2018. 11. 5.


스산한 날씨 속에 호텔로 돌아와 2시간 남짓 쉬고 드디어 연주회를 보러 나왔다. 해가 떨어지니 더더욱 스산해진 날씨. 그래도 그나마 아침에 알아둔 지하도를 통해 가는 길을 이용해서 최대한 바람을 피해 이동했다. 


호텔 근처 제체시온 옆 지하도로 들어가서 칼스플라츠역 U4로 들어간 다음 쭉 걸어가서 무직페라인 방향 출구로 나서면 무직페라인 바로 근처에서 지상으로 나올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대략 오후 6시쯤 도착. 



해질 무렵 무직페라인




퀴흘 4중주단 (Küchl Quartet)



이번 여행일정에서는 딱히 눈에 띄는 연주회가 없었다. 연주회 일정도 여행일정과 잘 맞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좀 아쉬웠다. 그나마 눈에 들어온 것이 퀴흘 4중주단의 연주회.



연주회 포스터 벽보




퀴흘 4중주단은 예전 빈 필 악장이었던 라이너 퀴흘(Rainer Küchl, 1950~)이 리더로 활동하는 단체.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 분의 연주회를 올 해 우리나라에서도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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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이 분 연주를 빈에까지 찾아가서 보는 광팬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건 당연히 아니고 여행일정 동안 볼만한 연주회로 우연히 맞았을 뿐이다. 





이날의 음악회는 무직페라인내에 있는 실내악 연주회 공간인 브람스잘(Brahms-Saal). 브람스는 빈에 이주하여 음악생활을 하면서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유산을 악우협회에 기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무직페라인내에 실내악 연주회장에 브람스 이름이 붙어 있고, 길 건너편 공원에 브람스 조각상이 있다. 물론 이 공간 안에도 자그마한 대리석상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황금홀 - 브람스잘(Brahms-Saal)




연주회장 내부는 2년 전 보았던 무직페라인 황금홀을 조그맣게 축소해 놓은 듯 은은한 금빛으로 가득한 공간. 미니어처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왼편 계단을 통해 위 쪽으로 올라가면 브람스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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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앉으니 드디어 빈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그 전까지는 추운 날씨에 컨디션 난조로 힘들기만 했는데 음악회장에 앉으니 비로소 빈에 왔구나 하는 느낌.  이날의 프로그램은, 


하이든 : 4중주 D장조 Hob 34

도흐나니 : 4중주 3번 a단조 op.33

인터미션

베토벤 : 4중주 12번 op.127


연주회의 전반적인 인상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정도. 퀴흘 선생은 여전히 인상적인 모습인데, 문제는 이 곡들이 현악4중주이지 바이올린 협주곡이 아니라는 점. 듣고 있는 내내 현악 반주에 의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 느낌이었다. 이상적인 현악4중주 연주는 아닌 셈이었다.





비올라와 첼로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멋진 소리를 들려 주었는데, 의외로 제2바이올린의 존재감이 빈약해서 아쉬웠다. 전반부 프로그램까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는데 후반부 베토벤은 살짝 지루했고 중간중간 앙상블이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빈 필의 위상과 현악4중주단으로서의 그것은 꼭 일치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실제로 유명 교향악단 단원으로 이루어진 현악4중주단이 전문 현악4중주단보다 유명한 경우가 있었던가?


연주 내용과 달리 연주회장의 음향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현악의 소리가 이토록 편안하게 들리다니. 얼마 전 귀가 아팠던 국내 음악회장의 경험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소리였다. 이렇게 편안하고 균형잡힌 음향이라니. 이런 소리를 들은 것 만으로도 빈에 온 보람은 충분했다. 잘 튜닝된 오디오 소리가 부럽지 않은 환상적인 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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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슈바르첸베르크 (Café Schwarzenberg)


연주회가 끝나고 무직페라인 뒤편 연주자 출구 앞에서 얼쩡거리며 단원들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퀴흘 선생은 어디로 가셨는지 끝내 보지 못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더더욱 추워져서 일단 카페에 가기로. 


시간을 보면 저녁을 먹어야할 시간이긴 한데, 딱히 배가 많이 고프진 않고 해서 적당히 간식과 커피 내지는 핫초코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미리 점찍어둔 카페 슈바르첸베르크로 가는데 신기하게도 비올라 연주자 하인리히 콜(Heinrich Koll) 선생과 지인들도 같은 방향으로 가더라는. 혹시나 혹시나 했는데 정말 같은 카페로 가는 길이었다. 



카페 슈바르첸베르크는 위치상 무직페라인에서 가까워서 연주자들이 가기에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도 그 광경을 목격한 것이고. 저녁시간인데 역시나 잠시 대기하다가 안내를 받았는데 자리마저 비올라 연주자 일행의 바로 옆자리. 연주 잘 보았다고 인사라도 드릴까 했지만 워낙 지인분들(역시 연주회장 객석에서 본 분들이다)과 한창 대화중이셔서 바로 옆에서 도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도촬(?)이어서 차마 포스팅에 올리지는 않는다. 





카페 슈바르첸베르크는 1861년부터 영업한 곳으로 링 안쪽에서는 가장 오래된 카페라고 한다. 날도 춥고 적당히 살짝 배도 채울겸 아펠슈트루델과 멜랑주, 핫초코를 주문했는데 대성공.


아펠슈트루델은 전날 카페 슈페를에서 대실망했던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게 부드럽고 달달한 맛이었다. 따뜻한 바닐라 시럽에 담겨져 나왔는데 비주얼만 봐도 익히 짐작되는 맛이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맛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덕분에 몸도 녹이고 당보충도 하고 잠시 앉아 쉴 수 있었다. 



핫초코와 멜랑주따뜻한 아펠슈트루델



이렇게 일정으로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시각은 대략 10시. 연주회도 좋았고 카페도 좋았고 다 좋았다. 오전까지 힘들었던 기억이 싹 날아간 듯 기분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쌀쌀한 날씨가 걱정이었다. 다음 날도 여전히 춥다는 일기예보에 다음 일정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궁리하며 일정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