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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솔티 : 데카 바그너 전집

by iMac 2009. 1. 12.

오랜 동안 망설이던 것을 완성했으니.. 바로 솔티 지휘의 바그너 전집이다. 전체를 새로 발매된 버전으로 구성하지 못한 점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이리저리 망설이던 트리스탄과 파르지팔이 합류하면서 완성을 보았다. 숄티의 구 버전 반지 전집을 처음으로 장만한 이후 거의 10여년만에 완성을 본 셈이다. 
이렇게 올려놓고 보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중에 듣다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맨 처음 장만했던 추억의 숄티 반지 전집 표지 디자인



1. 방황하는 화란인 :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 합창단 외. (1976)

평소 소문이 신통치 않은 데다가 원체 이 작품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많이 망설였는데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미리듣기로 들어본 결과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싶어 구입. 70년대 시카고 심포니의 칼날같고 빵빵한 음향을 만끽할 수 있는 나름대로 멋진 연주. 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정한 감정의 선을 넘지 않고 자제하는 것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칙칙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는데 이 연주는 그러한 섬뜩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이 연주의 단점이라 할 수 있고 취향에 따라서는 치명적일수도 있다. 밝고 깔끔한 연주. 확실히 유령선 선원들의 소름끼치는 합창장면의 섬찟함이 심심해진 것은 변명의 여지없는 약점이다. 아무튼 부분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연주가 맘에 들었지만 선뜻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누가 물어본다면 역시 뵘과 넬손이 아니겠는가. 


2. 탄호이저 : 빈 필하모닉 & 빈 국립가극장 합창단, 빈 소년 합창단 외. (1970)

예전엔 거의 파리버전에 의한 스튜디오 녹음 탄호이저의 결정판처럼 소개되던 음반이지만 요즘은 그 위상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최근에 들어보지 않은지가 좀 되어서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시노폴리(DG)의 것을 듣게된 이후로는 더더욱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더하여.. 화란인과 마찬가지로 역시 그다지 작품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3. 로엔그린 : 빈 필하모닉 & 빈 국립가극장 합창단 외. (1985, 86)

무려 4장 구성으로 로엔그린 전곡음반중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현란한 녹음에 멋들어진 표지디자인까지 그야말로 호화찬란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고 도밍고가 로엔그린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Made in West Germany라고 기재된 나름 오래된 음반으로 생각같아서는 새로운 버전으로 재구입하고 싶기도 하지만 디지털녹음인지라 리마스터링도 그닥 기대가 되지 않고 무엇보다도 연주가 기대만큼 대단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한가지씩 삐그덕거리고 있다. 결정적으로 란도바의 오르트루트는 너무나 답답했다. 사악해야할 마녀가 그리도 답답한 발성이라니!


4. 니벨룽의 반지 : 빈 필하모닉 외. (1958~1965)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세트. 이야기 하자면 역시나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장단점은 있지만 이 작품을 듣는 사람이라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음반. 


5. 트리스탄과 이졸데 : 빈 필하모닉 & 빈 악우협회 합창단 외. (1960)

닐손 여사 유일의 스튜디오 녹음 트리스탄과 이졸데. 주목할만한 가치가 충분한데도 지금껏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었다. 주된 원인은 이전에 발매된 허접한 버전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아무튼 리마스터링은 상당히 훌륭하게 잘 이루어졌다. 특히 빈 필하모닉의 아름다운 질감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다만 가수들의 목소리는 고역부분에서 약간씩 과포화의 '기미'가 엿보인다. 기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냥 내다 버릴 수준은 결코 아니다. 그러고 보니 빈 필하모닉에 의한 트리스탄과 이졸데 스튜디오 녹음도 이것이 유일한 것 같다. 숄티의 지휘도 생각 이상으로 꼼꼼하게 다듬어져 있다. 

* 예전 발매반 트리스탄과 이졸데 - 디자인부터가 듣보잡 수준이었다. 생긴 것 부터가 들어보고 싶은 의욕을 꺾어 놓는다. 실제 소리도 아주 좋지 않았다고. 정말 형편없는 연주라는 식의 악명이 워낙 자자해서 들어보고 싶은 호기심조차 들지 않았었다.


6.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 합창단 (1995)

솔티의 두 번째 명가수 녹음이며 이 시리즈 중 가장 마지막에 녹음된 음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한정판'이라는 표지를 달고 발매된 것으로 당시 나오자 마자 구입했던 것인데 지금에 와서 보면 혼자만 튀고 음반을 꺼내기도 좀 불편하다. 역시 최근에 들어보질 않아서 뭐라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로엔그린보다는 확실히 좋았지만... 요즘은 뵘의 명가수를 듣고 난 다음이라 이 음반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호세 반 담의 작스라... 당시에도 듣기전부터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냥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7. 파르지팔 : 빈 필하모닉 & 빈 국립가극장 합창단, 빈 소년 합창단 외. (1972)

이번에 구입해서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 들어 본 인상은... 정말 아무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미건조할 수가! 빈 필하모닉의 아름다운 음색이라도 느껴지면 좋으련만.. 그것마저도 없다. 그냥 깔끔하기만 하다. 템포도 적당하고 모든 것이 모범적이지만 결정적으로 아무 느낌이 없다. 피셔 디스카우가 암포르타스역을 맡았는데 그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질 않으니 참 난감하다. 디스카우, 호터, 프리크, 콜로, 루드비히, 켈레멘 등 이정도 포스를 풍기는 가수들이 집결했는데도 결과가 이렇다면... 변명의 여지없이 솔티의 최종적인 책임일 것이다. 깔끔한 표현이 화란인에서는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먹혀들어갔지만 파르지팔은 작품 자체가 그런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