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시 야나체크 - 오페라 '예누파' : 2005년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 실황 (TDK)
예누파 : 니나 슈템메
라차 : 요르마 실바스티
슈테바 : 페르 린드스코그
코스텔니츠카 : 에바 마르톤
연출 : 올리비에 탐보시
페터 슈나이더, 지휘 / 리세우 가극장 오케스트라
야나체크의 오페라를 들어보려는 생각은 꽤나 오래 전부터 하고는 있었다. 문제는 계속 '생각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본도 구해놓고 줄거리도 읽어보고.. 그러다가 최근에 이런저런 자극을 받아서 드디어 들어보게 되었다. 시작은 역시 대표작인 '예누파'.
우선은, 타이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DVD로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이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제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바르셀로나 실황인데, 요즘 리세우 극장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다. 체코 오페라까지 올릴 정도이니 못하는게 없다고 할 정도다.
아무튼, 결론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왜 여태 이런 걸 듣지 않고 있었는지 싶다. 지금까지 내가 들어본 오페라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 마땅한 괴물같은 작품이다. 흔히 이 작품을 '용서와 화해의 드라마'라고들 하는데, 그 용서와 화해가 이토록 강렬한 극적 전율을 선사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줄거리는 이미 읽어서 알고 있지만 역시 음악이 더해진 오페라가 뿜어내는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진솔한 내면의 감정이 분출하며 연출하는 카타르시스가 정말 압도적이다.
모든 출연진이 열연이고, 베테랑 오페라 지휘자인 페터 슈나이더의 지휘야 말할 것 없이 훌륭하며 이 영상을 통해 새삼 니나 슈템메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 점도 또 하나의 커다란 수확이다. 요즘 뛰어난 가수들의 진가를 속속 인식하게 되어서 참 흐뭇하다. 그리 큰 체구가 아니면서도 시원스럽게 뻗어나오는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는 슈템메는 비르기트 닐손의 뒤를 잇는 스웨덴 소프라노로서 최근에야 주목을 끌고 있는 가수라 하겠다. 가창력은 물론 날씬한 몸매에 단정한 외모까지 갖추어 현재로서는 발트라우트 마이어와 함께 이졸데역으로도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가수이다.
예누파의 양어머니인 코스텔니츠카역을 에바 마르톤이 맡은 것도 눈에 띄는데, 이제는 마르톤도 노장의 반열에 접어들었구나 싶다. 그래도 극 전체의 비중에 있어 예누파 못지 않은 배역이기에 마르톤의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이 빛을 발하고 있다.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전히 강력한 가창력과 연기가 인상적이다.
화질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준. 연출은 자세한 디테일은 생략하고 있지만 시각적으로 큰 불편은 없고 마지막 장면의 연출도 만족스럽다. 막이 내리고 객석의 갈채도 정말 대단한데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막과 3막의 커튼콜에 나온 주역 가수들의 표정은 기진맥진한 것이 역력해 보인다. 보고 있는 나도 숨이 막힐 지경이니 가수들은 더욱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배역에서 빠져나와 감정을 추스르는데 약간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죄 많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 정말 숨막히는 장면중의 하나!
니나 슈템메(예누파)와 에바 마르톤(코스텔니츠카). 체격은 에바 마르톤이 훨씬 큰 편이다.
모두가 떠나가고...
라차만 홀로 예누파의 곁에 남아..
슈템메의 열창. 정말 목청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널 위해서라면 이겨 나갈 수 있어!
말없이 서로 다가서는 두 사람... 치열하게 고조되어 가는 오케스트라.. 어흑... T.T
이쯤되면 음반도 반드시 장만해야 한다. 음반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그래도 다행인 것이 야나체크 전문가로 일찌감치 이름을 알린 찰스 매케라스의 음반이라는 점이다.
찰스 매케라스 / 빈 필하모니 (1982년) 엘리자베트 죄더스트룀 외.
이제 막 이 작품을 들어보기 시작한 참이라 보다 자세히 말할 수준은 못되지만 이 외에도 낙소스에서 나온 야나체크 오페라 장면 관현악 발췌 편곡반도 이 작품을 귀에 익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야나체크 오페라 관현악 모음 1집 - 피터 브레이너 /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트라
오페라의 관현악 발췌 녹음은 바그너를 처음 들을 때 많이 애용한 방법이다. 이 음반도 제법 연주가 훌륭하고 녹음도 그런대로 들을만 하다. 낙소스의 일취월장한 실력이 느껴지는 음반으로 작곡가인 피터 브레이너가 직접 편곡하고 지휘도 했다. 3집까지 나와있어서 모두 구입했다. 야나체크의 주요 오페라 6작품이 실려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누파, 카챠 카바노바, 영리한 암여우 이야기, 브로우첵씨의 여행, 마크로풀로스 사건, 죽은자의 집으로부터)
들어보고 싶은 작품도, 들어야 할 작품도 참 많은 것 같다. 여기에 야나체크의 세계가 추가되었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들어볼 장르임에 분명하다. 막이 내리면서 한동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이런 경험은 정말 흔치 않은 것이다.
* 그러고 보면 야나체크도 정말 대단한 작곡가이다. 나중에 좀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여러모로 참 희한한 면모가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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